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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서 읽기 벅찬 우디 앨런의 단편소설
난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한다. 기회가 허락하는 한 그의 영화는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치 포인트(2005), 스쿠프(2006),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이 최근에 본 작품. 그의 작품들은 풍요로운 듯 허전한 도시민의 삶과 겉과 속 다른 인간의 양면을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대사와 과장된 연기로 보여주고 있어 늘 나를 매혹시킨다. 노년임에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도 멋있지만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개구쟁이같은 외모와 종종 해외토픽으로 나타나는 그의 파격적인 행동과 발언은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있는 집 자식의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한 기세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괴짜인 그가 주는 것 없이 좋았고, 그의 영화를 즐겼다. 지금껏 그래 왔다. 그래서 재미있는 제목으로 나타난 우디 앨런의 단편소설집이 있다니, 집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를 펼칠 때까지의 기분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두 눈깔로 활자를 쫓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소설인데 상상이 되질 않는다. 머리 속으로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그가 감독한 영화 속 배경들을 집어 넣어도 도무지 매치가 되질 않았다. 그가 설명하는 상황도 보이질 않고, 그가 그린 단어들이란 도무지 모르는 장소의 이름, 음식, 제품군 투성이였다. 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철학과 사상에 대한 바탕이 부족한 탓인지 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정말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내겐 이 소설은 원제목 Mere Anarchy(단순한 아나키)보다 더 복잡한 아나키였다.
이 책을 집어들면서 떠올린 인물은 마크 트웨인이었다. 그가 내게 들려준 해학과 풍자 그리고 언어구사력에 채 흥분이 가시지 않았을 게다. 시절도 생김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마크 트웨인이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이단아라면 난 우디 앨런을 미국 영화계의 비슷한 인물로 여겼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의 산문집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쾌할 줄 알았다. 큰 오산이었다. 우디 앨런에 대한 영화팬들의 반응은 극명하다. 현대극이면서도 다소 클래식한 설정이나 철학적이고 풍자적인 대사로 만들어진 그의 영화는 천재가 만드는 최고의 코미디라 칭하는가 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영화에 대해서 난 전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후에 드는 느낌은 그에게 있어 영화는 무지한 세상 사람들을 위한 천재의 배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앞에 앉혀두고 펼치는 이야기 한마당이다. 그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거나 사고의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을 상대로 쓴 듯 했다. 한 문장에서 쏟아지는 명사들 대부분이 새로듣는 단어들이었다면...과연 제대로 읽혔겠는가? 나 정도 수준의 무지한은 영화를 보면서 즐기기에도 사실 벅찬지도 모른다.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엔 당황했고, 그 다음엔 지루했으며, 마지막에 이르러는 화가 났다. 초지일관 변함없는 그의 문체에 화가 났다기 보다는 책을 한 권 다 읽어가는데도 여전히 그의 문체를 캐치해내지 못하는 내 수준에 화가 났다. 능력이 부족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이 화가 난 것이다. 모두 읽었지만, 말할 수 없다. 내게는 읽기가 어려웠다. 무척이나.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리뷰를 찾아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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