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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요리속에 담긴 치명적 유혹. 더 이상 상상하지 말라, 계속되면 다친다!

by Richboy 2008. 7. 28.
출판사
끌림
출간일
2008.8.5
장르
소설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화려한 요리의 향연과 경악할 만한 살인 사건이 만나다!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이색적인 미스터리 장편소설『금단의 팬더』. 전직 요리사였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화려한 요리의 향연과 살인...
이 책은..요리속에 담긴 치명적 유혹. 더 이상 상상하지 말라, 계속되면 다친다!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요리속에 담긴 치명적 유혹. 더 이상 상상하지 말라, 계속되면 다친다!
  
  인간의 느낌(감각)을 말로 전하는 것은 어렵다. 개인적인 느낌을 상대가 100% 느꼈는지를 확인할 길 도 없거니와 그 느낌의 표현이 정확하게 묘사되었는가 하는 것도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느낌을 묘사한 것 자체는 '밥상을 차린 것'일 뿐 그 묘사된 것을 어떻게 느끼는 가의 몫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내가 소설을 즐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 속에서 표현된 작가의 느낌들은 눈으로 보이는 듯, 내 살갗에 닿는 듯 실제적이어서 그들의 표현력에 소름마저 돋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기억했거나 배운 그 표현을 나중에 어느 때인가 누구에게 내가 할 때 즈음이면 그 느낌은 두 배가 된다.
  
  감성의 시대가 온 때문인가? 인간의 감각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부쩍 눈에 보인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예민한 감각인 후각을 자극하며 몇 해 전 화제를 일으켰던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를 비롯해 최근에 들어서는 미각 즉, 맛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작가 조경란님의 책 [혀]는 지난 해 우리의 뇌를 맛으로 충분히 자극했고, 해외로도 판권이 팔릴 만큼 놀라운 인기를 구가 했다. 이 즈음에 어쩌면 나와야 할 책이 나온지도 모른다. 2008년 제6회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본격 미식(美食) 미스터리 소설. 타쿠미 츠카사의 [금단의 팬더], 원제는 禁断のパンダ  이다.
  
  
  이 소설은 요리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더해져 크로스오버된 형식으로 새로이 시도된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래서 두 요소를 별개로 놓고 본다면 본격 요리소설도 아니고, 본격 미스터리 소설도 아니어서 약간 부족한 맛이 없잖다고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서로 물과 기름일 것 같은 요리와 미스터리가 합해져 새로운 하나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은 눈에 띄는 장점을 지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전직 요리사이기도 했던 저자의 요리에 대한 표현력은 [향수]의 그것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놀라웠다. 다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에서 팬더에 대한 지나친 설명은 복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장황한 표현이었고, 또한 그렇게 돈이 많고 장사잘 되는 레스토랑에서 그 관계자들이 살인되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한 명이 아닌 다수는 그 개연성으로 미루어 보거나, 용의자의 도주 우려성(도망치면 오히려 더 의심을 받고, 직업자체도 외부로의 탈출이 불가능하지 않던가?) 그리고 획일화된 알리바이 등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살인사건의 이유가 '반인륜적인 이유'였다는 점에서 자못 실망스러웠다(이것은 살인방식과 표현에서 향수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유럽과 중국 일본, 우리나라등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대물에서 요리 소설과 함께 등장하기에는 소재로서 탐탁치가 못하다. 캐릭터를 잘 못 판단한 나에 대한 자괴감도 그렇지만, 캐릭터들의 유창하고 매력적인 말을 믿고 그들을 신뢰하며 요리와 스토리의 즐거움을 계속 누리려했던 나의 '실망감'은 '배신감'으로 다가왔고, 급기야 분노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소설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책, 읽어봤어?"라며 나의 독서경험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묘한 전파력 또한 지니고 있다. 일본 원작 소설의 표지보다 훌륭한 복선을 지닌 노란색 표지와 가장 강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 일흔둘의 나카지마 히로미치. 한때를 풍미한 저명한 요리평론가이자 요리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음식을 예술과 학문에 비유하는가 하면 세상에서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바로 황홀하리만치 혀의 감각을 사로잡는 미식(美食)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이다. 책 속의 그의 말은 그 자체가 요리책이었고, 멋들어지게 꾸며진 정찬이었다. 팬더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각 또한 이 책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마지막은 일본의 고베를 거점으로한 간사이 사투리의 원서를 완전 100%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한 역자의 발상이 돋보였다. 이 전부를 조합해 봤을 때 매력이 듬뿍 담긴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당신이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이 책의 결말을 읽을 때엔 너무 깊이 상상하지 말라. 그것만 지킨다면 어쩌면 책 속에서 요리향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