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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철학·예술·교양

우리와 친숙한 제품들의 세기를 넘어서는 족보 이야기!

by Richboy 2008. 11. 21.

디자인의 꼴: 물건의 진화론

저자 사카이 나오키  역자 정영희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발간일 2008.11.15
책소개 제품 디자인의 계보를 추적하며 이 시대를 해독한다! 코카콜라, 자전거, 향수병, UFO 등 물건이...

 


우리와 친숙한 제품들의 세기를 넘어서는 족보 이야기! 
 
  사람으로 태어나 제대로 살다 가려면 제 생긴 '꼴값'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이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제 생긴대로의 값' 만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이 세상에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제품들이 저마다 제 모습을 갖고 소비자들에게 선보이지만, 낙점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야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꼴'을 갖고 태어난다지만, 제품은 원하는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텐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는 말일테다.
 
  감성의 시대, 21세기.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때 '모양'을 논한 책을 만났다. 일본 디자인계의 대가 사카이 나오키Sakai Naoki가 10년 전에 쓴 책을 디자인의 명가 디자인하우스가 펴냈다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건의 진화론'이란 부제를 가진 책, [디자인의 ]이다.
 
 


  저자 사카이 나오키는 20세기의 한 때를 주름잡았던 물건들, 카메라, 병, TV, 자전거, 향수병, 캐릭터, 레코드 플레이어, 전화, 자동차, 스포츠 슈즈, 라디어, 속옷, 오토바이, 로봇, 컴퓨터, 가정용 게임기, 장난감, 청바지, 의자, 탑, 손목시계 등의 제품의 변천을 살피고, 그들의 변화된 모습은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디자인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디자인의 변천은 곧 대중의 욕구의 변천임을 말해준다.
 
  단순화된 그림과 디자인의 대가의 설명이 각 제품마다 갖게 된 디자인의 변천사를 돋보이게 한다. 사회를 인지하게 된 때부터 있어왔기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물건들이 내가 태어나기 그 이전부터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모양이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특히 항상 의문스럽게 여겼던 유리구슬이 들어 있는 라무네 병의 목적은 병을 거꾸로 했을 때 내부 탄산가스의 압력으로 구슬이 입구를 막아 밀봉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뿐 아니다. '어둠 속에서 만져도 그 형태만으로 코카콜라임을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당시 코카콜라 병 디자인의 조건이었다'는 점도 처음 듣는 소리다.
 
  저자는 최근 향이 가벼운 향수가 사랑받게 되었는데, 이는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관능성의 차이가 희박해진 때문일 것이라고, 그리고 미래의 향수는 화학적이고 무기질 적인 테크노 계열 향기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러한 테크노 계열의 향은 살아있는 육신을 가진 인간보다는 허상의 존재에 마음을 뺏기는 인간에게 어울리는 향수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시대를 앞서 소비자의 구매를 부르는 디자이너다운 향수의 미래론이 아닐 수 없다. 모양과 색만으로 향을 대신하는 향수병의 모양디자인의 존재이유를 대변하는 제품군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가장 큰 변화를 나타낸 제품은 다름 아닌 '전화'. 벨이 처음으로 전화기를 발명했을 때 수화기를 들고 한 말은 '여보세요'가 아니라 '왓슨(벨의 조수)군, 이리와보게' 였다는데, 그때의 전화기를 뛰어넘는 다양한 모양의 전화가 매년 태어나게 되었고, 이젠 손으로 들고 다니며 그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발명가 벨조차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움의 반면 그로 인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마치 인간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것을 표시하는 시계를 만든 후 시계속에 나타난 시간 속에 얽매어 하루를 생활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자유의 근저에는 구속이 있다면, '자유로운 구속'인 셈인가?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은 애플 컴퓨터. 기계라고 말하기 보다는 디자인을 먼저 보게 만드는 애플 컴퓨터는 21세기 산업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다. 디자인을 위해 나사못의 자국을 없애고, A/S는 교환방식으로 채택한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의 그것과 닮았다. 갖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소비자를 광분하게 만드는 이유가 디자인에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명품이 아닐까?
 
  늘 있어 와서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생필품이 모습을 바꾸어 혁신을 이뤘고,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랑을 받으려 환골탈태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디자인의 모습인 '꼴'을 이야기한 이 책은 사실은 생명력이 있음을, 호흡하며 살아가고 지금도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건의 진화에 대한 에세이, 또 다른 책 [디자인의 꼼수]를 찾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