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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을 위한 세금 완화'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다!
대학시절 학교앞에서 동기 두 사람과 자취를 할 때, 주말이면 '영양보충'을 한답시고 삼겹살을 끊거나 삼계탕을 끓여서 먹곤 했다. 사내녀석 세 놈이 무슨 청승이냐 하겠다만 저 멀리 거제도에서 서울로 대학생활을 하는 동기 한 명에게는 '외식'은 학생식당에서 식권으로 사먹는 밥이면 충분하다는 철칙 탓이었다. 상추 깻잎 씻고, 통마늘을 가로로 썰어서 만찬을 준비하면 마지막에 꺼내놓는 것은 두꺼비 그림이 그려진 소주 한 병과 포도주였다. 와인? 아니다. 말 그대로 포도주. 두꺼비 그림이 그려진 마트에서 파는 '두꺼비표 포도주'다. 검붉은 색과 덜덜한 맛을 가진 이 포도주는 1,500원 안팎이었으니 소주 두 병과 섞어서 마시면 그럴싸한 와인소주가 되어 호사를 할 수 있었다(양도 700밀리리터다).
대학을 졸업한 후 녀석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장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배타고 들어가 결혼식을 참석하러 갔을 때는 5리터 들이 종이상자에 담긴 '진짜 와인'을 꺼냈다. 외국인들이 평범한 식사를 할 때 마시는 일종의 하우스 와인이라면서 '학생딱지'를 뗐으니 업그레이드된 셈이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와인의 급도 높아져서 나중에 호호 할아버지가 되서는 진짜 좋은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녀석의 노후는 와인의 질로 가늠하겠다는 말 같아서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 가보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읽은 책에서 찾아낸 문장에서 친구의 말은 '와인 애호가'가 한 말이 아니라 '부자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지금부터 25년 전 코넬 대학의 동료였던 딕 탈러가 나를 와인시음클래스에 초청한 적이 있다. 이 초청은 거절하면서, 나는 한 병에 6달러짜리 와인에 충분히 만족하는데 굳이 그것이 그리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를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딕은 재능있는 응용심리학자이지만, 내가 참석을 거부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금 되돌아봐도 내가 미각 훈련을 게을리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쉰줄에 들어서서 스탠포드대학의 고등행동과학연구센터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더 이상 예산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 와인에 대해 더 공부할 때가 되었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여러분이 30대 초반에 처녀수확한 포도로 만든 (값비싼) 보르도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리 좋은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 벌써 그렇게 앞서 간다면 나중에는 어떤 와인을 마실 수 있겠는가?" (121 쪽)
<이코노믹 씽킹>, <승자독식사회>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벤 버냉키, 맨큐 등과 함께 명성높은 쉬운 경제학 교재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프랭크의 새로운 책 <부자아빠의 몰락>에 실린 글이다. 이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현재 영유하는 것들이 미래에 영유할 것들의 '참조틀'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예로 설명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인간이기에 '인지상정'으로 느끼는 질투심이 아니라 '정황'과 '가치평가'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감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제목은 Falling Behind, 낙오落伍를 뜻하는 제목이겠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에 심화된 '빈부의 불평등 심화'즉 부의 양극화(편재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가 필립 쿡과 공저로 썼던 전작 <승자독식사회>에서 세계 최고의 오페라 가수가 100곳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CD와 DVD로 전세계 어느 곳이든 원하면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얻는 반면 엇비슷한 재능을 가진 두 번째 세 번째 가수들은 그저 버티기에도 곤란을 겪게 되는데, 이같은 승자독식Winner- takes - it - all 급여구조는 수많은 다른 노동시장의 최상위 수준에도 널리 퍼져 있고, 이들이 소득분배의 상위 5%에서 막대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1970년대 이전에 비해 오늘날 불평등 심화를 낳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부의 정도가 높아진 이들 상위 5%들은 '문명의 이기' 덕에 쏟아지는 넓고 좋은 집, 최신형 자동차, 수많은 신제품과 고가의 물건등을 거리낌없이 사며 생활하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부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동시에 '욕망'을 느끼게 되어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된다. 품질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친구나 이웃보다 앞서고 싶은 혹은 뒤처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트렌드나 유행'처럼 빈곤층에 까지 번지게 되어 심각한 경제 문제를 낳는 요인이 되는데, 결국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당하지만 유독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의 소비활동이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는 셈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승자 독식사회에서 중산층의 과도한 소비에 대해 런던 정경대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국가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장미 한송이를 선물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지만, 부유한 국가에서는 12송이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위 5%의 부자들을 제외한 중산층와 그 하류층의 소비는 무조건 그들을 추종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광고업자에게 속는 얼간이도 아니고, 유혹에 쉽게 빠지는 사람도 아니며 의지박약한 존재도 아니다. 그리고 사회비평가들이 말하듯 비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의사결정은 군비경쟁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종류이다. 어떤 나라도 어리석기 때문에 폭탄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국가가 폭탄을 보유할 대 자기네만 없으면 불리하기에 폭탄을 사들이는 것이다." 부자를 좇는 과소비는 정황과 가치평가에 근거한 '상대적 박탈감'의 발로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승자 독식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누진소비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누진소비세는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모든 사림이 소비를 줄이도록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치품이나 귀금속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보다 더욱 무거운 세금인데 소득에서 저축액을 뺀 나머지를 소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물리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부시의 법인세, 배당금, 자본소득세등의 인하등 부자들의 감세정책에 대해 맹비난했다.
<부자아빠의 몰락>은 오늘날의 부의 불평등 심화 문제를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특유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중산층에까지 무척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오늘날 미국을 위기로 몰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내집마련의 꿈에 빠져버린 중산층의 몰락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한 이 책은 부시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듯 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상속세, 법인세, 특소세 인하, 양도세 완화등 '경기 부양책'이라는 이유로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 책의 말대로라면 부자에게 혜택을 주면 줄수록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부자이외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안겨주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저자는 공공정책을 통해 '경쟁의 낭비적 요소와 불평등을 동시에 줄여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목소리가 국회의사당의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에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싱그러운 새 봄, 직장인이 3월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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