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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창업

88만원 세대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청년도전기!

by Richboy 2009. 4. 8.

 

 

 

 

 

 

88만원 세대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청년도전기! 

 

  오늘날 약간의 절차를 거치면 아무나 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아무나 사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회사, 제대로 된 회사를 운영하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제품, 즉 값어치를 하고 남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또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볼 수 있도록 잘 알려야 한다. 회사라는 게 어디 한철 장사인가? 꾸준히 제품을 생산해 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관리도 철저해야 하고 직원들도 다른 회사로 떠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입맛을 짐작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출렁거리는 경기를 예측해 적당한 값에 제품을 팔아야 한다. 사장이 되어 사업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한 여성이 있다. 초등학생 때는 왕따를 당해 가까스로 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배우게 된 유도를 통해 ‘도전’을 배우더니, 늦은 공부를 해서 게이오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새롭게 영어를 배워 개발도상국을 돕는 워싱턴 국제기관에서 인턴을 하더니, 몸소 그들을 돕고자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수공예 가방회사를 차려 글로벌 기업의 사장으로 막 시작에 접어들었다. 단 네 줄의 이력이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녀의 변신에는 ‘도전’이 숨어 있다. 당차고 야무진 여성 야마구치 에리코<26살, 도전의 증거>를 읽었다. 원제목은 裸でも生きる――25歳女性起業家の号泣戦記 다.

 

 

 

 

  저자가 그려낸 스물 여섯의 이야기는 마치 눈물로 쓴 것 같다. 무시당해서 서러워 울고, 죽을만큼 힘들어 울었다. 말 그대로 ‘고생을 사서 하듯’하는 그녀의 성장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살아가는 그녀를 지켜보기는 쉽지 않았다. 넘어지고, 깨지고, 다쳐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니 짜증도 났다. 특히 유도를 위해 남학생만 받는 유도부에 홀로 들어가는가 하면, 공부라곤 하지 않던 머리로 게이오를 들어가고, ABC부터 시작하는 영어를 갖고 워싱턴의 국제기관에 인턴으로 채용되는 과정을 보면 ‘눈물’, ‘젊음’과 ‘도전’을 빼면 이룰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단지 ‘많은 돈을 벌고자 했다면’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가방공장을 만들고 회사를 세우지 않았을 게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즉 후진국의 발전을 위해 ‘죽지 않을 만큼’ 원조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생산해서 만든 결과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큰 생각과 꿈은 UN본부나 여느 자선단체의 장과 비교해도 될 만한 훌륭한 그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뛰고 있지 않던가?

 

  악당경제학을 이야기한 로레타 나폴리오니의 책 <적과의 동침 Rogue Economics>를 보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벌이는 자선사업은 엉터리라고 말했다. 록그룹과 연예인, 세계적인 정치인들이 모델이 되어 세계를 통해 돈을 모으면, 그 돈으로 기업들의 물건을 사서 무상으로 ‘원조’를 해주는 시스템, 즉 손발을 묶고 먹여 살리는 시스템은 빈곤의 악순환만 가중시켰다. 대량으로 원조된 구호품들은 권력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독재가들이 차지해서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북한에 식량제공을 했더니 미사일을 쐈더라는 작금의 예도 해당되지 않을까?). 에리카의 작은 행보는 '거지에게 동냥하는' 수준의 독약같은 지원이 아니었다.

 

  선진국이나 대기업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아웃소싱은 그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국민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값싼 노동력과 자국에는 없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코코아가 그렇고, 커피가 그렇다. 다이아몬드가 그렇고, 금이 그렇다. 약간의 상품화 기술과 유통망으로 엄청난 이익을 독식하는 세계적인 기업에 반해, 헐값에 자원과 노동력을 파는 후진국 사이의 균형있는 무역을 위해 ‘공정무역제품표시Fair trade'가 시작된 것처럼 야마구치 에리코는 세상에는 없고 방글라데시에만 있는 ’예쁜 주트 가방‘을 만들어 ’Made In 방글라데시’를 넣고자 했다. ‘난 가난한 나라를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넘어진 그녀를 일으키고 결국 뜻하던 바를 이루게 만든 것이다.

 

“지금 뛰지 않으면 나의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다.“

 

  그녀의 회사 '마더 하우스Mother house'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녀가 꾸는 꿈도 막 시작된 셈이다. 스물 여섯의 여성이지만, 굽힐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이타심은 계속 그녀를 꿈꿀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 아무런 지식도 실력도 없이 필요하다면 그 때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 배웠던 그녀는 이렇게 꿈꾸고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이력서용 스펙을 위해 수백만 월의 등록금을 내고 도서관 한켠에서 토익과 씨름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생각나게 한 책이다. 그들의 꿈이 ‘대기업 취직’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는 꿈이 있고, 젊음이 있고, 누구보다 도전정신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그런 사회적 통념을 떨치지 못하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그들도 가능할텐데...

 

  일전에 명강연과 저술로 유명한 분을 만나 이야기하던 중 청년실업에 대해 언급한 말 중에 이런 말을 하셨다. “젊은 세대들이 88만원 세대라며 저주받은 세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주를 받았다고 느끼면 그걸로 끝이 난다. 영원히 ‘피해자’로 남는 것이다. 그 어떤 놈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제도와 정부만 탓하기에는 젊음이 너무 아깝다. 시스템이 그렇다면 떨쳐버려야 한다. 지금 나라가 그런 실정이라면 그것을 탓하거나 원망할 시간에 내 꿈을 찾아서 살아야 한다. 대기업은 늙도록 밥은 먹여주지만 꿈은 이뤄주지 못한다. 나는 88만원 세대들이 급여를 적게 받아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꿈을 잃어버린 세대라는 것이 더 안타깝다.”

 

  사장이 되거나, 벼락부자가 되거나, 유명인이 되거나,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거나, 구멍가게 아저씨가 되거나, 자신만의 꿈이 있고 아직 그 꿈을 져버리지 않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