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識缺齋,부족함을 아는 서재/직장인, 이럴 땐 이 책!

직장인, 우리 회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by Richboy 2009. 12. 4.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서 독야청청 승진하는 법!

 

 

  고등학교 동기 중에 평소에는 매일 놀기만 했는데, 시험만 보면 항상 10 등 안에 드는 녀석이 있었다. 부모님이 교사이신지라 ‘집에 가면 부모님으로부터 과외수업을 받을 것이다’,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시험 답안지를 빼와 정답을 달달 외우게 할 것이다’ 등 친구들 사이에서 억측이 꽤 많았지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녀석의 부모님 모두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다 자식의 시험성적을 위해 답안지를 빼다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친구의 놀라운 성적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졸업을 한 후 10년 정도 지나 동문회에서였다. “너희들 생각이 절반은 맞은 셈이지. 내가 부모님 머리를 훔친 셈이니까. 내가 어릴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부모님이 시험기간만 되면 문제를 내면서 고민하시는 걸 항상 지켜봤거든. 그래서 선생님들이 시험문제를 만드는 요령 자연스럽게 알게 된거야.”

 

  내가 시험을 보기 위해 교과서에 있는 시험 범위를 달달 외우고 있는 동안, 녀석은 ‘선생님’이 되어 ‘내가 선생님이라면 과연 어떤 문제를 낼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친구는 상중하의 난이도까지 구분하면서 ‘예상문제’를 뽑아 그것만 집중적으로 외웠다는 것이다. 친구는 시험의 답안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시험문제의 원리’를 파악했던 것이다. 영악스럽기까지 한 녀석의 공부법을 들으니 얄밉기까지 했지만, 한편 난 특별한 대책 없이 시험범위 전체를 달달 외우려고 했던 단순무식한 내 공부법은 너무나 한심해서 측은하기까지 했다.

 

  뜬금없이 학창시절의 시험을 운운한 건 다름이 아니라 ‘게임의 원리’를 언급하고 싶어서였다. 게임의 원리를 알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실패할 즈음을 미리 알고 있기에 그 때가 되면 발을 빼면 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승부를 짓는 게임은 서로 같은 승률일 수 있지만, 게임이 거듭된다면 승리는 ‘게임의 원리’를 아는 자의 몫이 된다. 이는 비단 게임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원리를 알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어 ‘적’이 없고, 투자의 원리를 알면 무모한 ‘올인’을 경계할 줄 알게 되어 큰 손해가 없다. 이는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직장의 원리를 알면 직장생활도 잘 할 수 있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 흔히 들어왔던 ‘직장생활은 튀지도 말고, 튕겨지지도 말고, 딱 중간만 하라’는 말은 바로 ‘직장의 원리’를 알라는 소리다. 신시아 샤피로의 책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은 바로 직장인들이 알아야 할 ‘직장의 원리’를 알려준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07 년에 출간되어 많은 직장인들로부터 ‘회자’되었던 책이다. 인력개발팀 팀장직과 부사장직을 역임한 저자가 회사가 정말 원하는 직원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가 직원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다. 고발성 짙은 르뽀와 같은 ‘제목’도 한 몫을 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어림짐작으로만 알고 있던 ‘회사의 속내’를 자세히 밝힌 내용과 직원들의 승진과 해고에 대한 회사만의 비밀 지침서와 규범 등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우리 회사도 정말 그럴까?’ ‘설마 하니 정말 회사가 그렇게 까지 하겠어?’ 등 책 내용을 놓고 한동안 또 다른 추측을 낳기도 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책을 쓰고자 했을까? 인력개발팀 팀장직과 부사장직을 역임한 바 있는 저자는 ‘회사가 돌아가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판단해 오해하고 있는 직원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회사란 원래 이렇다’ ‘회사가 직원에게 원하는 바는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확실하게 밝혀 두어 그 사실을 몰랐거나, 오해한 직원들로부터 기업을 이해함으로써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상품가치를 최대한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주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내용의 기본적인 전제는 바로 ‘현실의 회사는 직원들의 편이 아니며, 직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 간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 요소인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에 우호적인 인물을 편애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한편 회사에 우호적이지 못하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발견된다면 기꺼이 그 직원을 조직으로부터 떨어뜨린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Flickr 

 

  이 책에는 회사가 때로는 능력 있는 직원을 주요업무에서 제외시키고, 좌천시키거나, 해고하거나, 때로는 직원이 제 발로 나게 하는 방법 등을 소개해 직장인이 일반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회사행태와는 전혀 다른 사실이 거침없이 폭로되고 있다. 이렇게 부당하고 불합리한 회사의 처사들이 가능한 이유 역시 회사가 지닌 노하우와 우월적인 지위를 십분 활용해서 법망과 여론을 피해 얼마든지 직원이 제 풀이 꺾여 나가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임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과연 회사란 어떤 곳인가? 그 진실을 알아보자. 회사에는 나이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성차별도 한다. 회사는 나이가 어린 직원에 대해 어리고 미성숙해 보이는 외모와 책임감 부족, 그리고 열정만 앞선 행동을 싫어한다. 나이든 직원에 대해서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직원을 싫어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사람을 싫어하며, 낡은 사고방식을 싫어한다. 회사는 절대로 민주적인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독재에 가깝다. 그러므로 직장에서 언론의 자유 운운하며 회사를 비판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을 싫어한다.

 

  한편 회사가 제거하고자 하는 직원들은 과연 누구일까? 아무리 정당한 일이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회사를 불안하게 하는 직원은 가장 먼저 제거된다. 그리고 회사의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직원 역시 제거된다. 회사의 정책이나 입장 또는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직원은 제거되고,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정체되어 있거나, 사생활로 집중력이 흐려진 직원들을 매우 싫어한다. 상사가 찍은 직원, 그리고 회사가 찍은 직원은 언제든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소리 없이 제거된다.

 

  회사는 문지기, 즉 직속상사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을 싫어한다. 직속상사의 지자가 없으면 회사로부터도 인정받기 힘들고, 승진도 어려우며, 일자리까지 잃을 수도 있다. 또한 회사는 똑똑한 인재보다는 회사에 존경심을 보이는 직원을 더 좋아한다. 특히 남의 말하길 좋아하는 직원은 조직의 반역자로 낙인을 찍어 버린다. 회사의 이메일도 안전하지 않고, 회사의 동료 역시 안전하지 않다. 가급적 회사에서 불만을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 회사의 눈과 귀는 CCTV보다 더 많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Flickr 

 

  책을 읽다 보면 ‘기업에 충성하고 순응하는 길이야말로 직장인이 살 길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충격과 함께 서글퍼진다. 또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인정하기 힘든 내용을 많이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굴욕감’으로 느끼기만 한다면,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기는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독자가 회사로부터 느끼는 괴리감은 서로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내용을 잘 소화해 오히려 역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직원으로서 회사의 진정한 입장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그에 걸맞도록 적절하게 부응하기만 하면 원만한 직장생활을 보장한다는 의미이고, 특히 나아가 기업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동일시하면서 나아갈 수 있다면 승진의 기회를 남보다 빨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내는 두 번째 동기는 회사의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직장인들이 살벌한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승진의 기회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직장 생활의 꽃은 승진’이라는 말이 있다. 한정된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 후보자는 많은 현실에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략과 업무수행능력,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 등의 특별한 자질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의 원리와 입장’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조금은 다르게도 생각해 봐야 한다. 승진한 사람들은 ‘남보다 특별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찍히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다.

 

  승진은 내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직원의 승진권은 회사의 신성한 권리다. 회사는 승진에 앞서 회사에 도움이 안 되는 직원, 이른바 ‘찍힌 직원’을 우선 걸러낸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그들이 요구한 ‘충성 서약’을 잘 따른 직원을 선발한다. 회사에 헌신한 직원, 회사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 직원,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어서 회사의 치어리더역할을 하는 직원을 뽑는다.

 

 

 

이미지 출처: Flickr 

 

  승진한 사람들은 바로 회사의 입장에 부합된 직원들이다. 아니, 어쩌면 회사의 입장을 벌써부터 잘 파악한 직원들이라고 봐야 옳은지도 모른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보이지 않게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회사가 원하는 스타일, 즉 트렌드에 상관없이 항상 보수적(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스타일)으로 옷을 입는다. 외모 역시 회사가 원하는 이미지에 맞게 가꿔 입는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책상을 정리할 줄 알고, 책상 위에 무엇을 올려놓고, 책장에는 어떤 책을 꽂아야 하는지도 전략적으로 생각한다.

 

  이 책의 활용은 앞서 말한 친구의 ‘시험공부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선생님의 시험문제 출제 의도를 파악해 그것만 골라서 공부함으로 효율적으로 점수를 얻어낸 친구의 사례처럼, 회사가 호불호好不好를 파악해 회사가 설치해 놓은 ‘덫’을 피해갈 수 있다면, 절대로 회사에 찍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아가 동료들보다 더 빨리 승진을 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 책이 말하는 회사의 생리 즉, 회사가 싫어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피하는 것이 ‘해고되지 않는 법’이라면, 회사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적극 실천하는 것은 ‘승진하는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따르는 것은 결코 비굴한 것이 아니다. 회사를 다니기로 선택한 이상 ‘회사의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고도화된 개인의 전략적 지침이라고 봐야 한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모든 직장인이 읽어볼 만하다. 특히 신입사원이나 예비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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