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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내 책이 출간된 후, 처음으로 서점에 갔습니다.

by Richboy 201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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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떠나볼까?'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낚시는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으로 따지자면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는 그 직전까지가 가장 설레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전 서점을 방문할 때면 기분부터 달라집니다. 마치 '무엇이 미끼에 물려 올라올까?'하는 설렘처럼 오늘은 어떤 책이 있을까? 신문에서 봤던 그 책은 어떤 모습일까 설레게 됩니다.

 

  서점을 갈 때는 시간이 넉넉해야 합니다. 주머니도 평소보다 두둑하면 더 좋죠. 정작 사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해 주욱 늘어놓고 낙점을 해야 하는 심정은 차라리 사흘을 굶고 싶을 정도니까요. 주머니와 시간이 넉넉해지면 한껏 고무되어 서점엘 갑니다.

  이럴 땐 되도록 혼자가 좋습니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거나 신경쓸 일이 없어야 할테니까요. 크나큰 현관 유리문을 스윽하고 여는 순간, 설렘은 절정에 달합니다. 바로 책 사냥을 떠나는 '북헌터'가 되니까요.

 

  지난 25일 들린 서점 방문은 사뭇 달랐습니다. 온도계로 따지자면 그 전보다 3도 정도 높아진 ...격한 감정이었죠. 다름 아닌 서점에 깔린 내 책을 보러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뒷통수는 구분할 수 있다죠? 멀리서도 저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젠 '남의 책'이 되기를 기다리며 다소곳이 누워 있더군요. 내 책인가, 네 책인가...엄밀히 말하자면 '출판사 소유의 책'이겠죠.

 

  이름 석 자도 낯설고, 내용도 생경해서 정말이지 '이게 누가 쓴 책인가' 싶었습니다. 어제까지 독자가 되어 글을 읽더니 어느 순간 글을 짓는 사람이 되어버린 제가 저 같지 않습니다.

  또 다른 낯선 풍경은 내 책을 고르는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내 책 앞을 스치며 눈으로 스윽 훑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끈끈이라도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집으세요. 그렇게 빤히 살피실 게 없다니까요? 그냥 가지고 가서 계산하시면 되요. 에이~참, 왜 그냥 가시죠?' 이러기를 몇 번, 지쳐서는 등을 돌려 애써 잊으며 다른 책구경을 했습니다. 한 시간여가 흘렀을까요? 돌아와 보니 몇 권의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책을 골라 계산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괜히 움직였다...싶더군요. 다시 한참을 서 있다가 결국 빈손쥐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 직원에게 '내 책, 재고는 많이 있어요?' 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괜한 기우겠지만...  

 

  녀석이 세상에 나온 후로는 많이 바빠졌습니다. 여성부에서 발행하는 웹진에 원고를 보냈고, 새로 창간된다는 남성잡지 '코스모 맨'에도 원고를 내야 합니다. 제일 큰 관건은 출판 관계자들의 잡지라고 하는 '월간 기획회의'에 제출해야 하는 원고입니다. 원고지 스무 장 분량이 왜 그렇게 많게 느껴지는지 ...엄두가 안납니다. 난생처음 강연이란 것도 해야 합니다. 이 일이 끝나면 낯선 것들 뒤로 하고 다시 원 없이 책읽고 리뷰쓰던 조용하고 편안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제로 열흘이 지났습니다. 배송이 완전한 상태에서 스타트 한다면 일주일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제 '증쇄', 다시 말해 '책을 더 찍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주문이 꽤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 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순위가 꾸준히 상승세라고 연락이 옵니다. 들쑥날쑥할테니 너무 연연하지는 말라고도 하네요. 알았다, 그런 것 신경쓰지 않는다 답해 놓고는 어제부터 캡쳐에 들어갔습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더 많은 소식이 옵니다. 사인본이 필요하니 입금하고 배송지를 알려줄테니 적어서 보내달라는 쪽지가 꽤 됩니다. 감사한 마음에 피카소 그림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직 다 읽었다는 사람도 없었고, 그지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네요. 리뷰도 올라오는가 봅니다. 그저 머리숙여 감사드릴 뿐입니다. 1월에 열 두 편, 2월엔 달랑 한 편. 온라인에 리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게으른 요즘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오셔서 왜 리뷰가 보이질 않냐는 방문객의 푸념에 그간의 일을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만 둘러댔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며칠만 지나면 예전처럼 리뷰를 선보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리치보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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