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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내 메시지를 가장 쉽고,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비결!
지난 1월에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 교보문고)을 낸 사건(?)은 내게 많은 첫경험을 안겨주었다(물론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낸 것도 첫경험 일테지만). 그 중에서도 손을 꼽으라면 바로 ‘저자 강연회‘였다. 독자로서 저자 강연회는 몇 번 참석해 본 적이 있지만, 연단 위에 서서 독자들을 향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라니...처음 출판사로부터 제안(실의 거의 명령조였지만)을 받았을 때 오금이 저리고 정신이 아득했다.
얼떨결에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열흘 뒤에 있을 그 ’거사‘는 출간의 기쁨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차에 영화 번역가 이미도 씨(독자로 만나 형님아우사이가 되어버린)로부터 출간축하전화를 받은 자리에서 내 고민을 털어놨다. ’어떤 종류의 첫경험이든 살면서 많을수록 행복한 것‘이라며 강연을 하려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스틱>(웅진윙스)을 추천했다.
지난 해 초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난 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한심스러워 하면서 전화를 끊고 다시 집어 들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원래 인생이 그렇잖은가? 그래서 선배라는 훈수쟁이는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지금도 살아있다. 강연은 성황리에 무사히 잘 끝났고, 출판사로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을 돌며 강연하지 않겠냐는 농담같은 제의를 받았다(추진되지 않은 것을 보면 농담이 맞는가보다). 프리젠테이션을 <프리젠테이션 젠>(에이콘출판)이 도왔다면, 스토리텔링은 <스틱>이 나를 살렸다. 내가 손에서 책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달변가는 ‘워런 버핏’이다. 그 이유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억 달러를 맡긴 투자자들에게 1년에 딱 한 번씩 ‘투자보고’를 하고도 수십 년 동안 투자자들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 펀드가 매년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투자자들이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을 보듯 출렁거리는 시장을 지켜보면서도 참을 수 있는 건 워런 버핏의 시장을 꿰뚫어보는 듯한 메시지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두 가지 투자 원칙(첫째, 투자에 있어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를 믿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보고를 할 때 결코 복잡한 시장 상황을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가 겪은 에피소드나 우화 등을 섞어 에둘러 설명한다. 보고의 핵심은 ‘자신의 지식자랑’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해’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버크셔 헤서웨이’의 운용이 시장을 이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은 어떤 상황이 와도 주식투자를 해야 함을 이야기할 때 장황하게 숫자와 그래프를 동원하지 않고 “나는 11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11년 동안을 헛산 셈이다.”는 딱 한마디로 끝을 맺는다.
아무리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피땀흘려 번 돈을 투자하는 데 있어서는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로 귀가 얇아지는 법이다. 하지만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을 믿는다. 아니 그의 말을 믿기에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말의 힘, 메시지의 힘이다.
로빈슨 크로소우나 헨리 데이잇 소로우(월든Walden의 저자), 그리고 척 놀랜드(영화 캐스트어웨이의 주인공)처럼 죽을 때 까지 혼자 살지 않을 거라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 즉 말은 잘 듣고,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 내 말을 잘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나와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나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직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내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생각을 남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스틱Made to Stick>(웅진윙스)에 있다.
스틱stick이란 스티커처럼 뇌리에 착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라는 뜻이다. 저자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침 히스Chip Heath와 그의 동생이자 컨설턴트인 댄 히스Dan Heath는 어느 날 ‘스티커같은 메시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메시지는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10년 동안 두 사람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어떤 메시지들은 성공하고, 다른 것들은 실패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스티커 메시지로 성공하는 것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져 나가게 하는 요소가 숨어있다는 것도 찾아냈다.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에서 말한 고착성Stickness가 사회적인 전염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밝혔다면, 그들은 이를 모티브로 효과적인 메시지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밝힌 것이다.
효과적인 스티커 메시지의 구성요소는 바로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 여섯 가지로 구성(묘하게도 이들을 합하면 SUCCESs가 된다)되어 있다.
단순성Simplicity
모든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 내용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다를 바 업다. 모든 내용에 우선순위 1번을 매기면 우선순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메시지의 핵심을 발굴하려면 무자비할 정도로 곁가지를 쳐내고 중요한 것만을 남겨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속담이다. 메시지는 반드시 단순하고, 동시에 심오해야 한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단순함의 궁극적 이상향이다. 저자들은 속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장 오래된 선천성 스티커 메시지의 대명사는 바로 속담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문화권을 넘나들며 현재까지 살아남은 지혜의 보고寶庫 말이다. 이를 테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55개 이상의 언어권에서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본문 11쪽
의외성Uexpectedness
내가 던지는 메시지에 사람들이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세 끼 꼬박 콜레스테롤이 푸짐한 식사를 하는 것보다 팝콘 한 보지를 먹는 편이 더 건강에 해롭다!’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허를 찔러 긴장감을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왜 그런지 알고 싶어진다. 바로 사람들의 지식에 구조적인 ‘공백’을 열어 호기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공백을 이야기로 매워줘야 한다.
의외성을 가장 잘 구사한 인물은 바로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다. 어느 날 그는 애플의 신제품 설명회에 등장했을 때 서류봉투가 배달되었다. 잡스가 서류봉투를 뜯었을 때 나온 것은 바로 노트북이었다. 이 작은 퍼포먼스는 그가 하고 싶은 모두를 보여준 셈이었다.
구체성Concreteness
추상적인 단어는 버려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한 단어를 동원하라. 선천성 스티커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두뇌는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속담이다. 단 한 번의 행위로 두 가지 결과물을 얻는다고 말하지 말고, ‘도랑 치고 가재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말하라. 존 F 케네디의 ‘10년 안에 인류를 달에 착륙시킨다’는 구체적인 한마디가 있었기에 미국 국민을 열광시켜 실현할 수 있었다.
신뢰성Credibility
상대가 듣고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표현해서 신뢰도를 높여라. 통계는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면 더 효과적이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6시간’이라는 말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내내 아이팟으로 좋아하는 영화 세 편을 보고도 남을 정도의 배터리 파워’라고 말하라. ‘선수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하는 스케이트‘라고 설명하지 말고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 신은 스케이트‘라고 말하는 것이 더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감성Emotion
인간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에 대해 감성적인 유대감을 느낀다. 가능하다면 인간적인 표현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라. 상대방이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당신의 메시지가 그들이 각별히 여기는 무언가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줘라. 10대 흡연 청소년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기보다 담배회사의 표리부동한 행동을 알려줘서 반발심으로 금연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모금함을 들고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유명인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성금을 모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스토리Story
사람들은 규칙이 열거된 목록보다 스토리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메시지를 보다 일상적이고 생활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 보여줘라. ‘비겁한 변명으로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라’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솝 우화 중에 있는 ‘신 포도와 여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낫다. 모든 상황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효과적이다. 공사현장에서 안전모에 대한 교육을 하기보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인부가 당한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책이 말하는 ‘효과적인 스티커 메시지의 6가지 구성요소’의 공통점은 바로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에게 맞추라’는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자신이 아닌 상대에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저자들은 사람들이 효과적이고도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지식의 저주’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지식의 저주’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에 대해 듣는 사람들이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이 ‘설마 이 정도의 지식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고개만 끄덕거릴 뿐 머리에는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경영진은 회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므로 직원들도 자신과 똑같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그와는 달리 직원들은 회사 전체를 보기보다는 자기가 맡은 일에 파묻혀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비전이나 핵심가치 같은 거대한 생각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티커 메시지의 적適인 '지식의 저주'를 풀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 답에 대해 잭 웰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하고자 할 때 한 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여러 해에 걸쳐 온갖 종류의 회의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나중에는 아예 신물이 날 정도였다. 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과도하거나 강박관념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열 번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혼창통, 이지훈, 쌤앤파커스> 본문 227 쪽
다시 말해 회사의 비전이나 핵심가치처럼 중요한 것은 강조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란 것이다. 잭 웰치는 ‘기업의 핵심가치는 700번 이상 반복해서 부하직원들에게 말하라’고 조언했다. 사장이 직원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원래 그렇게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생겨 먹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유용하고 오래 남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고 싶다면 청중들을 다음과 같이 만들라고 말했다.
1. 관심을 끈다. (의외성)
2.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한다. (구체성)
3. 동의, 신뢰하도록 부추긴다. (신뢰성)
4. 각별히 여기도록 자극한다. (감성)
5. 행동을 유발한다. (스토리)
위의 목록에 단순성이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메시지의 핵심을 다듬고 가능한 한 단순하게 압축하는 답변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본문 335 쪽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도움을 받은 내가 성공한 강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강연의 첫 시작을 내가 책을 처음 구매한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에피소드로 열었다. 강연 처음의 5분을 글로 그대로 풀어보겠다.
“내 의지대로 처음 책을 구입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였습니다. 하교길에 월부 책장수를 만나서 사은품으로 걸린 철제 마징가 제트에 혹해서 할부 계약서와 마징가제트를 받았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온통 철제 마징가 제트 장난감으로 쏠릴 뿐, 할부 계약서는 주소가 적힌 종이에 불과했죠.
이틀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내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과 아버지의 몽둥이 뜸질이었습니다. 그 후 일 년 동안 매월 25일 이면 4000원 짜리 할부 영수증 앞에서 내가 읽은 책을 검사받아야 했죠.
그 때 읽은 50권 짜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고양이’였습니다. 그 책으로 제가 처음으로 책이 ‘전설의 고향’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어린 제게 그 소설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책을 읽을 때면 엄마를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에 두고 읽었을 정도였습니다.
사람을 죽여서 벽에 매장을 했다는 점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벽을 헐었을 때 검은고양이가 살아서 ‘야옹’거렸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너무나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뻔 했죠. 그 때 종이 위에 글로 쓰여진 것을 읽으면 마치 내 눈 앞에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바로 제가 처음으로 책의 위력을 실감했던 사례인거죠.“
강연에 쓰인 슬라이드에는 숫자도 명언도 그래프도 없었다. 내가 하고픈 말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청중들은 5분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렸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러 청중들에게 ‘놓치면 후회할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스무 권 가량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는 이랬다. “훌륭한 책들을 더 만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훌륭한 책 71 권을 소개한 저의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을 펴십시오. 그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청중들은 마지막까지 웃어주었다. 다시는 없을 내 강연 첫경험을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프리젠테이션 젠>과 이 책 <스틱> 덕분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내 말을 ‘쏙쏙’ 전달하고 싶다면, 그리고 내 메시지를 접착테이프처럼 ‘딱’ 하고 붙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싱그러운 새 봄, 직장인이 3월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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