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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디퍼런트 - 차별화의 시작은 다름different에 대한 새로운 분석

by Richboy 2011. 2. 19.

 

 

 

디퍼런트different - 차별화의 시작은 다름different에 대한 새로운 분석

 

 

  오늘도 기업이나 개인 너나 할 것 없이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한결 같이 경쟁자가 갖고 있는 기능(역량)에 다른 기능을 ‘하나 더’ 더하고는 ‘차별화’했다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가까운 할인마트를 찾아가 마트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의 샴푸, 쥬스, 운동화 등은 살펴보라. 수십 가지의 비슷비슷한 물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제품’이라고 우겨대지만, 소비자가 보기에는 ‘도토리 키재기’로 들릴 뿐, 결국 소비자는 가장 양이 많고 싼 제품을 고를 뿐이다. 대체 뭐가 차별화란 말인가?

 

 

  기업에서 ‘차별화’는 종종 포지셔닝positioning으로도 불린다. 세계 최고의 마케팅 전략가인 잭 트라우트Jack Trout가 경영에 도입한 이 개념은 한마디로 차별화를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카테고리 안에 제품들 모두가 비슷비슷한 이유는 바로 이 ‘포지셔닝 때문’ 인지도 모른다.

  포지셔닝의 과정 중에 소비자 욕구와 기존제품에 대한 불만족 원인 파악하고, 경쟁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평가받는지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 분석’이란 걸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소비자의 욕구와 불만족은 읽지 못하고 그나마 당장 착수하기 쉬운 경쟁제품의 장단점 파악에 매달리게 되고 경쟁사의 제품이 갖지 못한 기능을 한두 가지 추가해서는 차별화된 신제품‘이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풍요의 시대였던 몇 년 전까지는 제품과 서비스가 서로 엇비슷해도 그럭저럭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최근에 벌어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이후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과소비는 이미 옛말,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는 꼭 필요한 것만 지출하고 생필품을 살 때에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이전과는 다른 진정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에만 지갑을 열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란 무엇일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문영미(그녀는 재미교포 2세이다)는 <디퍼런트Different>(살림Biz)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된 경쟁 환경 속에서도 구글, 젯블루, 이케아, 미니쿠퍼, 애플과 같은 아이디어 브랜드들이 새로운 가치로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차별화를 제시하며 시장의 선두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 브랜드들은 기존의 시장에 휩싸이지 않고 거대한 흐름에 맞서거나(역브랜드), 소비자의 심리를 변화시키고(일탈 브랜드), 때로는 아예 시장과 타협을 하지 않고 소비자를 선택(적대 브랜드)하는 아이디어 브랜드들이다. 차별화된 기업, 아이디어 브랜드들은 기존의 무리에서 떨어진 혼자이기에 불안하고 위험천만하다. 하지만 경쟁자이 없으니 시장에서는 온리원only one인 셈이다. 이들 아이디어 브랜드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역브랜드다. 야후나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들이 최대한 풍부하게, 그리고 최대한 화려하게 메인을 가꿀 때, 구글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메인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을 로고와 검색창만 남겨둔 채 모조리 없애고 텅 빈 공간으로 만들었다. 처음 이상하다고 평가하던 인터넷 사용자들은 곧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광고없는 화면, 빠른 속도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글은 현재 세계 최대의 포털사이트가 되었다.

  이케아, 젯블루, 인앤아웃버거와 같은 역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불리한 상황을 거꾸로 뒤집는다. 또한 핵심에서 벗어난 모든 부가적인 가치들을 털어내고, 혁신적인 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둘째, 일탈 브랜드다. 일탈 브랜드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즉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려 기존의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군 속으로 넣어버린다. 예를 들어 소니는 강아지 로봇 ‘아이보’을 출시하면서 로봇 제품군에 넣지 않고, 애완견 제품군에 넣었다. 기능상 다소 완벽하지 못한 아이보에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로봇은 완벽해야 하지만, 애완견에 있어서 결함은 불완전한 귀여움, 그래서 보살피고 사랑해줘야 할 대상이 된다. 한편 킴벌리의 하기스는 기저귀가 아닌 팬티 제품군에 넣었다.

  태양의 서커스단Cirque du Soleil은 새로운 개념의 서커스를 추구했고, 시계 브랜드인 스와치Swatch는 시계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탈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카테고리(제품군)의 경계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기존 카테고리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 경계의 가장자리에 최대한 가깝게 포지셔닝한다.

 

 

  셋째, 적대 브랜드다. 적대 브랜드는 사회적인 논쟁을 유발해 이를 통해 소비자를 친구와 적으로 양분하고 친구가 된 소비자들에게만 집중한다. 이러한 소비자 차별은 한편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만든다. 즉 ‘나’가 아닌 ‘무슨무슨 제품을 소비하는 나’로 규정하게 한다.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2002년 폭스바겐의 미니쿠퍼가 나왔을 때 크기가 너무 작다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미니쿠퍼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걱정을 달래기는커녕 작은 크기의 단점을 더 강조했다. 이것은 결국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커다란 자동차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자는 진정한 차별화란 전술이나 캠페인, 신제품 출시가 아닌 새로운 생각의 틀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한편 아이디어 브랜드의 공통점으로 전략을 세울 때 포커스 리서치, 즉 공식적인 시장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시장조사는 그 자체로 한계가 있는 접근 방법이고, ‘점진적 수정’의 수준을 뛰어넘는 차별화를 추구한다면 데이터나 논리가 아닌 사람이라고 하는 신비로운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개발해 나가는 아이디어 브랜드가 미래에 온리원이 된다는 것이다.

  책 <디퍼런트>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뇌리에 떠올린 브랜드는 애플이었다. 저자도 이 책에서 애플이란 기업은 아이디어 브랜드의 세 가지 특성을 모두 지녔고, 유사성이 지배하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 차별화란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의 넘버원은 언제든 견제를 받는다. 하지만 온리원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므로 경쟁자가 없다. 진정한 차별화를 추구하고 싶거든 우선 다름different에 대한 개념부터 새로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책소개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획회의>(290호)에 실린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