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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독서법·글쓰기

[책리뷰] 리딩으로 리드하라 - 잘 정리된 인문고전 독서 입문서

by Richboy 2011. 6. 6.

 

 

 

 

리딩으로 리드하라 - 잘 정리된 인문고전 독서 입문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물어보면 크게 두 개의 대답으로 나뉜다. 바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둘 모두 훌륭한 대답이다. 책 한 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으니 무료한 시간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는데 책읽기보다 나은 것은 없다.

  또한 깨달음을 얻는 방법 중에도 책읽기만한 것이 없다. 여기서 깨달음이란 성인聖人들이 경험했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보고, 듣고, 경험해서 ‘느낌’이 있었다면, 그것이 깨달음이 된다. 한마디로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들어주는 ‘느낌의 경험치’가 바로 깨달음인 것이다. 깨달음은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준다. 그 기쁨은 처음으로 사탕맛을 알게 된 어린 아이의 커진 눈동자처럼 나를 놀라게 하고, 스스로 배움으로 알았다는 뿌듯함은 묘한 재미도 준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조건이 여의치 못했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활자책이 없던 옛날에는 책이 많지 않아 책 한 권을 읽고 또 읽어서 외울 정도가 되니 깨달음이 컸고, 책이 차고도 넘칠 만큼 많아진 오늘날은 안목만 갖춘다면 깊이가 백 권 정도 되는 책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책읽기를 꽤 즐긴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책들이 있으니 바로 고전古典이다.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이 책들은 책 중의 책,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정수이다. 고전古典이 좋은 책인 줄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어려워서, 혹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혹자들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고전古典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고전古典은 과연 훌륭한 책일까? 만약 훌륭하다면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는 이런 질문을 위해 태어난 책이다. 이 책은 고전의 위대함을 알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고전 읽기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꿈꾸는 다락방>의 작가이자 다독가多讀家인 이지성이 썼기에 이론을 통한 학문적 접근이 아닌 위대한 인물들의 사례들을 담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어 읽기가 좋다.

  이지성은 고전읽기를 하다보면 그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 역시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그러나 불멸의 인문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인문고전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다.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정수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누구나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

 

1.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인문고전 독서의 힘

 

  인류역사를 보면 항상 두 개의 계급이 존재했다.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 전자는 후자에게 많은 것들을 금지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문고전 독서였다. 왜냐하면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를 이끄는 힘이자 지배층이 되게 하는 권력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독서가 곧 그들의 업業이었고, 노비들이 책을 들으면 양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엄벌에 처했다. 중국의 지배계급도 인문고전 독서를 지나칠 정도로 중시했고, 일본의 쇼군 계급들은 중국 고전을 마치 비밀문서처럼 귀중하게 여겼다. 유럽의 왕가와 명문 귀족은 평민 이하 계급들에게, 미국의 백인 지배 계급은 흑인들에게 독서는 물론 문자 교육 자체를 금지했다.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은 책의 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역사는 증명한다. 두뇌가 우수하지 못한 인간은 두뇌가 우수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지배계급은 그 사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21세기 지구의 지배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여전히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다. 미국에는 ‘그레이트 북스 재단’이라는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 및 독서토론 모임이 있어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인문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명문 사립 중고교와 대학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전통은 전부 영국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의 엘리트 교육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가정교사에게 기초적인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는다.

2.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해서 체계적인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는다.

3.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 들어가서 그리어서 및 라틴어로 진행되는 인문고전 수업을 듣고,

그리스어 및 라틴어로 에세이를 쓰고 토론한다.

 

  한편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국가 주도의 인문고전 독서 열풍이 불기 시작해 20세기까지 계속되었다. 1930년대 일본의 명문 고교와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독서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었고, 고교와 대학 시절 동안 4,0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사례가 평범한 경우에 속할 정도로 치열하게 독서했다고 한다. 덕분에 일본의 정계. 관계, 재계는 이미 학창 시절에 그리스, 로마, 유럽, 중국, 인도, 일본의 인문고전을 읽은 인재들을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었고, 국력을 혁명적으로 신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니 나라와 가문과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거든 낙담하거나 한탄할 시간에 인문고전을 펴길 권한다. 1,000~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두뇌에게 실컷 먹이기를 권한다. 그러면 언젠가 반드시 당신 자신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당신 가문에 인문고전 독서의 전통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가문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우리나라와 세계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리더를 만드는 교육법, 인문고전 독서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목회를 하던 카를 비테는 장차 태어난 아이를 성공적으로 교육하고자 플라톤, 에라스뮈스, 존 로크, 루소, 페스탈로치 같은 위인들이 집필한 교육 서적과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로마의 교유에 관한 문헌들을 연구해, 저능아인 카를 비테 주니어를 가르쳤다.

  카를 비테 주니어의 두뇌는 위대한 천재들이 집필한 인문고전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기적처럼 변했다. 그는 고작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 대학 입학 자격을 취득했고 열세 살엔 기센 대학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열여섯 살에 하이델베르크 대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베를린 대학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여든 세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로 칭송받았다.

 

  카를 비테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을 천재로 키운 비결로 책을 썼고, 하버드 대학 교수 레오 위너 교수와 보리스 사이디스 교수, 태프트 대학교수 벌 등은 카를 비테의 교육법을 따라 해서 자신의 자녀들을 하버드 대학에 입학시켰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은 서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원 황상은 나이 열다섯이 되도록 한문은커녕 한글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하지만 유배지로 내려온 정약용을 스승삼아 인문고전을 배운 몇 년 뒤, 황상은 조선의 천재들을 매혹하는 지식인으로 성장했다.

  연암 박지원 역시 열다섯 살이 되도록 문맹이었지만, 처숙 이군문으로부터 인문고전 읽는 법을 배우고 3년 동안 두문불출한 후 천재가 되었다.

 

  전교 꼴찌를 하다가 학습 부진아 반에 들어간 적이 있는 아이작 뉴튼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인문고전 독서를 배워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가 되었고, 학교를 다닌 기간 내내 전교 꼴찌였던 윈스턴 처칠도 어머니의 권유로 스물세 살에 인문고전 독서를 처음 시작해 죽을 때까지 하루 평균 네다섯 시간씩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역시 교사 출신 어머니의 극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덕분에 이십대에는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버리겠다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에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독서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에디슨의 어머니가 치른 것 같은 자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철저한 자기투쟁이 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식은 인간을 변호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그 ‘지혜’를 갖는 것이 바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인 것이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을 펼쳤던 카를 비테의 교육방식이 리더의 교육이라면, 우리나라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는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초중고교를 합쳐 12년이나 교육을 받고도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는커녕 제 앞길 하나도 헤쳐나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인 이유다. 새로운 두뇌를 갖고 싶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루 또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자. 위대한 고전을 집필한 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을 실천하자.

 

 

평범한 이들을 세계최고 부자로 만든 인문고전 독서

 

  세계 금융계의 황제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처음 철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뮈스, 마키아벨리, 홉스, 베르그송 같은 천재 철학자들의 철학고전 도서를 통해 사고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 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철학 논문을 쓰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자택에 초대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금융분석가로 현대적인 의미의 증권분석 및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인문고전 독서가로 유명하다. 컬럼비아 대학 재학 시절 졸업하기도 전에 총장으로부터 철학교수로 임명해 줄테니 모교에 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펀드 운용 능력을 인정받아 20세기 최고의 주식투자자, 영혼의 투자자로 불리는 존 템플턴. 그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라”라고 대답할 정도로 유명한 독서광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펀드 매니’저라고 불리는 피터 린치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인문고전 도서로 쌓은 사고의 힘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과학, 수학, 회계학 같은 일반 경영학 과목은 필수과목을 제외하고는 피해다녔다. 대신 인문 과목을 주로 수강했다. 역사, 심리학, 정치학을 배웠고 형이상학, 인식론, 논리학, 종교학,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진정한 투자의 구루들이 최고의 실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들은 말한다. “월 스트리트식의 금융시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탐욕으로 가득 찬 소위 금융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구름 같은 군중의 행렬을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들이 죽는 길이다, 라고 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만일 누구라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애독한 책을 읽어서 그들 같은 사고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점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짐 로저스 등등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들의 투자 비법을 담은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죽어라고 읽고 그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 한 사람 중에 놀라운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에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담은 그들의 글을, 인문고전을 전혀 하지 않은 두뇌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투자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오토바이 곡예사가 쓴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이 어떤 결과를 얻겠는가? 최소한 중상, 최악의 경우 사망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들이 가르쳐주는 비법을 따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자본 생성 능력을 낳은 근본적인 요소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그들의 기법만 따라 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을 걷는 행위일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1.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

  세종대왕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백독백습百讀百習 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이 엿보인다. 그는 왜 그토록 힘들게 독서를 했을까? 나는 그가 백성을 애타게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신하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종은 먼저 자신을 뜨거운 독서의 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한편 세종은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인문고전 독서는 독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2.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태도부터 남달랐다. 그들의 독서태도는 열정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서애 류성룡은 ‘맹자’를 읽을 때 물 긷고 밥 짓는 시동 하나만 데리고 빈 암자로 들어가 전투적으로 독서했다. 남명 조식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중국의 천재 시인 도연명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먹고 자는 일까지 까맣게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나올 줄 몰랐다. 유배지에 도착한 다산 정약용은 말 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었지만 ‘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하며 기뻐했다. 성호 이익은 아예 책을 가족을 대하듯 했으니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 태도를 보면 그들이 결코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성리대전’을 읽고 책의 의미를 알 수 없다며 집현전 응교 김돈에게 독서과외를 부탁했고,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인문고전 독서를 하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병까지 얻어 몇 년 동안 책을 읽지 못했던 적이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다가 어려워 수시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고 하고, 마하트마 간디는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처음 듣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할 때마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즉 인문고전을 독서할수록 천재에 다가간 것이다. 이 같은 천재들의 노력을 담헌 홍대용의 말이 잘 대변해 준다. “처음 인문고전을 접할 때 누구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4. 위편삼절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編 義自見이란 말이 있다. 뜻이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는 뜻이다. 후한 말기에 동우董遇가 한 말로 그의 학덕을 흠모하여 글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배우려 하기보다 집에서 그대 혼자 책을 몇 번이고 자꾸 읽어보게. 그러면 스스로 그 뜻을 알게 될 걸세."라고 말했다. 반복독서는 천재들의 독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자 천재들이 가장 강조한 독서법이기도 하다.

 

  공자는 ‘주역’의 이치를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반복독서를 택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반복해서 읽었던지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위편삼절韋編三絶)고 한다. 또한 주자는 “다른 사람이 한 번 읽어서 알면 나는 백 번을 읽고, 다른 사람이 열 번 읽어서 알면 나는 천 번을 읽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은 ‘구소수간’이라는 책을 1,100번 반복해서 읽었다 하고, 영조는 ‘소학’을 백 번 넘게 읽어 눈을 감으면 언제나 암송할 수 있다고 했다. 정조 역시 주자의 “맹자가 내 안에 들어앉게 하려면 수백 수천 번 읽으면 된다. 그러면 저절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독서 좌우명으로 삼고서 ‘맹자’를 읽었다 한다.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천자들의 필사를 살펴보면 그들의 인문고전의 저자와 어떤 정신적 교감 같은 것을 나누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필요나 의무감 또는 욕심 때문이 아닌 벅찬 감격과 떨림 그리고 기쁨과 설렘 속에서 필사를 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들은 자신이 읽은 부분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필사하는 방식도 선호했다. 키케로, 아이작 뉴턴, 존 스튜어트 밀, 니체, 마리 퀴리, 자와할랄 네루, 윈스턴 처질 등이 이 필사법을 따랐다. 필사법 가운데 초서抄書가 있는데, 초서란 인문고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조선의 천재들이 취한 기본적인 독서법이었다. 정조는 ‘일득록’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즐겨한 독서법은 초서였다. 내가 직접 필사해서 책을 이룬 것만 해도 수십 권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효과가 매우 크다. 그냥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 넣는 것이다. 인문고전과 내가 하나가 되는 상태, 이 상태를 르네상스의 천재 페트라르카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그 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여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게.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6. 통할 때까지 사색하라

  ‘반복독서’와 ‘필사’까지는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사색’이다. 독서의 완성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사색을 억압하고 소멸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관중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면 귀신도 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극치다.”라고 말했다.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한편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주자 역시 “책을 읽는 방법은 다를 게 없다. 글을 숙독하면서 정밀하게 생각하라. 그렇게 오래도록 하다보면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색이 없는 독서에 대해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단지 과거를 치르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입술이 썩고 이가 문드러지도록 책을 읊어도 희고 검은 것에 대해 말은 할 줄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장님처럼 되고 만다.” 독서했다면 사색하라.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7.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인 ‘반복독서-필사-사색’은 ‘깨달음’을 향해 있다. 이는 곧 ‘깨달음’이 있는 독서를 해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인문고전 저자의 마음을 아는 경지, 그것은 황홀한 기쁨과 함께 온다. 에라스뮈스, 니체, 헤르만 헤세는 는 경지에 도달한 순간을 “끝없는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괴테에게 있어 그 순간은 ”밝은 방 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마하트마 간디에게는 ”나를 사로잡고 뒤흔드는 대사건“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에게는 ”감각과 감성을 단번에 사로잡는 영원한 아름다움“이었다.

 

 

  이처럼 진정한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즉 환희와 함께 찾아오는 깨달음이 한때 평범하거나 심지어는 둔재이기까지 했던 그들을 천재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문심혜두文心慧竇를 여는 것, 즉 아이로 하여금 글쓴이의 마음을 깨닫게 해서 두뇌 속에 숨어 있는 지혜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만일 문심혜두를 열지 못한다면, 만 권을 책을 읽게 되더라도 헛된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문장 뒤에 숨은, 천재들의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그 사랑과 만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위대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인문고전 독서의 필요성과 함께 독서법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록으로 첨부된 <부모와 아이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가이드>와 <성인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 가이드>, 그리고 <대표적인 인문고전 독서가들>들은 인문고전을 고르는데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 리뷰는 기업의 요청에 의해 작성한 '써머리 형식의 리뷰' 임을 밝힙니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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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잘 정리된 인문고전 독서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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