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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일침(정민)

by Richboy 2012. 10. 18.

 

 

 

 

‘네 글자’로 자신의 마음을 되찾는다!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지식인 정민 교수의 마음과 세상에 대한 사유 『일침』. 우리 고전을 연구해온 한문학자이자 문화사 전반으로 영역을 넓힌 인문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내면의 깊은 성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까지 사유의 폭을 넓혔다. 이 책은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어지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달아난 나와 어디서 만나야 할지 등 네 글자의 ‘일침’을 통해 살펴본다. 마음의 표정, 공부의 칼끝, 진창의 탄식, 통치의 묘방 4부로 나누어 마음을 다스리고,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제공한 책이다.
 
“일침, 그 한 바늘 끝에 달아난 마음이 돌아온다!”
한국의 대표적 지성이 처음 선보이는 마음과 세상에 대한 사유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지식인 정민 교수가 처음 선보이는 마음과 세상에 대한 사유. 우리 고전에 천착했던 한문학자, 문화사 전반으로 영역을 넓힌 인문학자가 내면의 웅숭깊은 성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까지 사유의 폭을 넓혔다. 사회 갈등 폭발이 우려되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어떻게 찾을까? 달아난 나와 어디서 만날까? 이럴 때 일침一針이 필요하다. 그 한 바늘 끝에, 달아난 마음이 돌아온다.

100개의 글을 25개씩 네 갈래로 묶었다. 1부 〈마음의 표정〉은 관심을 가져 온 청언소품들이 토대가 되었다. 「심한신왕」, 「관물찰리」, 「남산현표」 등이다. ‘심한신왕’이란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라는 뜻으로 청말의 전각가 등석여의 인보印譜에 등장한다. 마음이 고요해야 정신이 활발하다. 정신이 왕성한 것과 마음이 바쁜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일 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저자는 “나는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닌가?”라고 자문한다.
‘남산현표’란 남산의 검은 표범이란 의미로 ‘배고픔을 견뎌야 박히는 아름다운 무늬’를 뜻한다. 안개비가 7일간 내려도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오지 않는 검은 표범. 털을 기름지게 해서 무늬를 이루기 위해, 숨어서 해를 멀리하려는 것이다. 어린 표범은 자라면서 어느 순간 문득 짙고 기름진 무늬로 변한다. 『주역』에서는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고 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이다. 얼룩덜룩하던 털이 내면이 충실해지면서 어느 순간 빛나는 무늬로 바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차곡차곡 축적해서 문득 반짝이는 지혜를 갖추게 된다.
2부 〈공부의 칼끝〉은 선인들의 공부 단련법과 지식 경영법을 밑바대로 삼았다. 「상동구이」, 「묘계질서」, 「견골상상」 등이 반짝인다. ‘묘계’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이고, ‘질서’는 빨리 쓴다는 뜻이다. 성호 이익은 묘계질서의 방법을 평생 실천해 경전을 읽다 스쳐 간 생각들을 메모로 붙들어 두었다. 이것이 모여 『시경질서』, 『맹자질서』, 『가례질서』, 『주역질서』 같은 일련의 책이 되었다. 『열하일기』는 애초에 연행 도중에 쓴 글이 아니다. 귀국 후 여러 해 동안 노정 도중 적어 둔 거친 비망록을 바탕으로 생각을 키워 완성시켰다. 모든 위대성의 바탕에는 예외 없이 메모의 힘이 있다.
‘견골상상’이란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4000년 전 북경을 포함한 중국 전 지역에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면 살아 있는 코끼리를 보기가 어려웠다. 『한비자』 「해로」편에 “사람들이 산 코끼리를 보기 힘들게 되자 죽은 코끼리의 뼈를 구해, 그림을 그려 산 모습을 떠올려 보곤 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상상想象의 어원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3부 〈진창의 탄식〉과 4부 〈통치의 묘방〉은 책의 압권이다. 「교자이의」, 「수락석출, 「불통즉통」, 「자웅난변」 등 명편이 가득하다. 저자가 지난해의 화두로 꼽기도 했던 ‘수락석출’은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본래는 적벽강의 달라진 풍경을 묘사한 말이었지만, 후대에는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로 쓴다. 물길이 넉넉할 때는 품어 안아 가려졌던 바위들의 괴상한 모양새가 속속 드러난다. 양극화의 만성화, 불통으로 꽉 막힌 언로, 젊은이들의 분노 등 잠겨 있던 온갖 갈등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지금 시점에서 음미하게 되는 일침이다.
『시경』 「소아」「정월」편에 등장하는 ‘자웅난변’은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곡, 정약용, 이덕무 등 많은 옛 지식인들이 차용하여 혼탁한 세태를 일갈했다. 선거 때만 되면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정책 대결은 간 데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모호한 기준의 공천 심사로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이 화두를 되뇔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책속으로 추가>

세상은 캄캄한 어둠 속인데, 불의한 세력이 그 틈을 타고 횡행한다. 마음 맑은 사람은 변방으로 쫓겨나 하늘 끝 절벽 아래서 조그맣고 창백한 달빛을 보며 새벽을 기다린다.
수락석출水落石出! 초가을에는 안 보이던 바위가 제 생긴 대로의 몰골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소동파야 적벽강의 달라진 경물을 묘사하자는 뜻이었지만, 후대에는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로 쓴다. 추운 시절이 왔다. 물길이 넉넉할 때는 다 품어 안아 가려졌던 실상이 하나 둘 드러난다. 저기 저런 게 숨어 있었구나. 하마터면 배 밑창에 구멍을 낼 뻔 했다. 섬짓하다. 잠깐 만에 저렇듯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보기에 민망하다. 기실 산도 물도 바위도 원래 변한 것이 없다. 내 눈이 이리저리 현혹된 것일 뿐.
「수락석출 -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중에서

까마귀의 암수 구분이 어렵다는 구실로 사람들은 제멋대로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우겨, 기리고 헐뜯음을 뒤집어 놓는다. 이덕무도 「우음偶吟」에서 같은 뜻을 담았다.

세간의 옳음과 그름이란 것
까마귀의 암수처럼 분간 어렵네.

다들 저밖에 적임자가 없다고 하고 자기만이 해낼 수 있다고 하나, 과연 누가 실상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선거 때만 되면 검증할 수도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 정책 대결은 간 데 없고, 흥신소 수준의 의혹 부풀리기만 횡행한다. 봐 주기가 민망하다. 그 틈에 훼예毁譽를 헝클고, 시비를 뒤집어 보자는 속셈이다.
「자웅난변 -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 」 중에서


일침

저자
정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3-2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네 글자’로 자신의 마음을 되찾는다!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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