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영마인드

[책리뷰]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by Richboy 2014. 6. 23.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나는 도무지 사업가란 직업을 대수롭게 여겨본 적이 없다. 사업이란 것은 자연을 거스르고, 토착문화를 파괴하고, 없는 이들에게서 빼앗아 있는 이들을 배불리고, 공장폐기물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먹거리를 생산하고 질병을 다스리며, 인구조절에다 고용 기회 창출 등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또한 사업이다. 그런 좋은 일들을 하면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4쪽)

 

   세계적인 아웃도어 의류메이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사주인 이본 취나드의 말이다. 나는 요즘 이 사내에 빠져 살고 있다. 지난 해 가을 공저자로 쓴 책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를 읽은 후 나는 그에게 반해 한동안 요즘 말로 ‘멘붕에 빠졌었다’. 이본 취나드처럼 ‘선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가 백 명만 있다면 전 세계 비즈니스의 판도는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다른 자서전을 낸 바 있다고 해서 뒤져봤더니 2005년 국내에도 출간되었지만 소리 없이 절판되고 말았다. 포기할 수 없어 헌책방 여러 곳을 훑어 결국 그의 자서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손에 넣었다. 고생한 보람은 컸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 마음이 입에 가져갈수록 자꾸만 줄어드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우는 네 살짜리 아이 심정이랄까. 읽기가 차마 아까운 소중한 말들이 가득했다. 성이 찰 때까지 거듭해서 세 번을 읽었다. 오랜만에 느낀 각성의 순간들이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추구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 하지만 이 상식은 오히려 세상을 망쳤다. 이윤추구를 신뢰하다 보니 급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만 창출하면 된다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숫자놀음에 미친 경제적 동물들의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만 명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는 우수한 인재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 때는 기업가였던 안철수의 말처럼 그 만 개의 먹을거리를 전부 독식하며 차지하고 심지어는 남의 것까지도 다 자기가 가져가버리면 그런 인재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오히려 독버섯이 된다.

이에 대해 이본 취나드는 ‘이익은 서로를 이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얻어지는 효율의 대가다‘라고 말한다. 이익에 대한 그의 통찰력 있는 정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본 취나드는 원래 미국 현대 록 클라이밍와 아이스 클라이밍계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산을 타면서 영국에서 개발된 피톤(암벽등반을 할 때 틈새에 끼우는 확보물)이 너무 물러 스스로 대장장이 기술을 익혀 단단한 피톤을 개발했는데, 그의 제품이 클라이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회사도 창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피톤이 너무 단단해서 바위를 다치게 하고 회수가 어려워 자연을 훼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당한 이익을 보장해 주던 피톤 생산을 바로 중단했다. 그 후 환경보호를 위한 그의 노력은 파타고니아의 기업이념이 되었다.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서 ‘환경보호’를 외친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까. 환경을 위한다면 산과 바다를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서 이윤 추구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좇고 있다.

 

파나고니아에서 만드는 모든 면제품은 유기농으로 재배된 원료만을 사용한다. 면섬유를 만드는 목화 재배를 위해 땅속과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물을 죽여야 하고, 여기에 목화를 심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인공비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취나드는 엄청난 비용과 수고를 감수하고 100센트 유기농 목화를 이용하여 모든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연히 원가가 더 든다. 하지만 그는 가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대신 이윤의 폭을 줄였다.

 

그는 땅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면제품보다 석유화학제품이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며 PET병을 재활용하여 재킷용 원단을 만들기도 했다. 파타고니아는 다른 대기업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대중 매체에 톱스타를 동원한 광고도 싣지 않고, 전 세계 대부분 파타고니아 매장은 변두리의 허름한 가게를 개조했다.

 

취나드는 진정한 명품은 고가의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치스런 제품이 아니라 단순하고, 실용적이고, 튼튼하고, 쉽게 싫증나지 않은 무엇보다 세탁기에 마음 편히 스위치를 누를 수 있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파타고니아 제품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니던가)이란다.

 

“사람의 생사가 걸린 세계 최고의 등반장비들을 생산해온 역사가 있는 만큼 우리는 의류 부문에서도 2등에 만족할 수 없었다. 반바지든 플란넬 셔츠든, 내의에서 겉옷까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의류 제품을 생산하여야 한다.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은 최고의 생산부서, 최고의 일터, 최고의 탁아 시설에까지 이어졌다.”(97쪽)

 

   파타고니아의 최고에 대한 자부심은 이른바 “철갑” 품질 보증서를 낳았다. 파타고니아가 파는 모든 제품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는 이 보증서는 사용 도중 불만족스럽거나 기능성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수선, 대체, 환불을 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오래 사용하여 마모된 것은 실비로 직접 고쳐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제품의 가치는 오래 지난 것일수록 높아진다. 일본 동경에서는 예전에 나온 파타고니아의 옛제품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여럿이 있을 정도다.

 

   취나드에게 제일가는 고객은 직원들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사내에 어린이집을 두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자유근무시간제를 채택해서 본사가 해변과 접한 캘리포니아 주의 벤추라에 있어 물때만 좋으면 직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내달릴 수 있다. 그는 지나친 성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나아가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성장률을 연 5% 이내로 절제하고 있다.

   이토록 별난 회사가 얼마나 벌겠냐 싶겠지만 지난 8월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노스페이스에 이어 12.7 퍼센트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포춘’지에서는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으로 수차례 선정되었다.

 

   대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성장률 이상을 바라지 않는 회사, 고객처럼 생각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자신이 진짜로 고객이 되어 제품을 평가하는 회사. 일자리가 하나 생기면 평균 900대 1의 경쟁률이 될 만큼 모든 구직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파타고니아는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깨어있는 자본주의(Concious Capytalism)의 대표주자이자 모델이다. 읽는 내내 기업이 ‘좋은 생각을 갖고 잘 만들면‘ 소비자는 틀림없이 사랑해줄 거라는 저자의 굳건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완독 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 들어가 100% 유기농 면 티셔츠를 한 장 주문했다. 책을 잘 읽은 독자로서, 훌륭한 기업을 칭찬하고 싶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구입이 아니던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담긴 소비자의 정의는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소비자에게 얇은 지갑의 슬픔과 현명한 소비라는 영민함을 동시에 선물했다. 이제 깨어있는 소비자는 게걸스러운 탐욕이 아니라 좋은 뜻에서 만들어진 제대로운 제품을 만끽하는 것이 진정한 소비임을 안다. 기업이 나아갈 바를 정확하게 제시한 책, 오랜만에 경제경영서를 읽는 보람을 느끼게 한 책이다.

 

 

 -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로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0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저자
이본 취나드 지음
출판사
화산문화 | 2007-02-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전설적인 록클리이머이자 환경운동가인 이본 취나드. 그는 세계적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