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섭 작가님을 뵈러 부산행KTX 행에 몸을 실었다. 통상 출판사 대표가 저자분을 뵈러 움직이는 길은 (그것도 꽤나 장거리행은) 이분과 연애 걸듯 괜찮은 책한권을 기대하며, 계약을 맺을거란 기분 좋은 생각에 룰루랄라하기 마련이다. 뭐랄까 나만의 포트폴리오에 좋은 작가분 핀셋으로 콕 찝어서 보관하는 은밀한 기쁨같은 것이랄까. 그런데 오늘은 별 목적이 없다.
수년전부터 이런저런 인연으로 리치보이 김은섭 작가님은 내가 ‘아는’ 작가분 중의 한분이었다. 오며가며 시절인연이 닿는다면 책한권 하시죠, 하는 그런 느낌.
그러나 몇해 전 아버지가 폐암에 이어 위암 수술을 받으셨고 그즈음 대장암 투병중이셨던 작가님의 따뜻한 위로와 댓글에 울컥했더랬다. 이젠 연로하신 부모님의 힘이 되어드려야할 나였기에 걱정도 부담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브런치에 작가님의 투병기와 독서기가 어우러진 암중모색기 연재를 몇꼭지 보다 포기했다. 아, 내 아버지도 저런 심정이셨겠구나, 입으로는 위로를 드린답시고 힘들어하는 아버지가 때론 버겁고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암이란 것이 이렇게나 무섭고 고약한 것이구나. 나에게도 어쩌면 불청객처럼 다가올 수 있는 것이겠구나 별 생각이 다드니 오늘 저녁 뵙는 자리까지 이 책은 도저히 다 못 읽을듯 싶다.
반 정도 읽었는데 너무나 공감이 가고 작가님의 심정이 내 아버지의 심정같아서 많이 슬프고 슬프다. 몇 줄 읽다가 힘들어서 애꿎은 창밖만 바라보고 멍때리다 다시 읽다의 반복이다.
이런저런 일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
굳이 부산행 기차에 오른 이유는 고약한 암이란 놈을 잘 이겨내주시고, 아비의 고통을 무지하게도 몰랐던 어떤 멍충이를 죽비로 한방 때려 정신차리게 해주신 그 고마움에 밥 한끼 얻어 먹는 것이 아니라 사드리고 싶어서다. 그때 그 위로에 미력하나마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손 한번 잡아드리고 싶어서 나는 떨리는 맘으로 부산을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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