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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철학·예술·교양

대한민국 '표준'여성들이 평가하는 가지각색의 맛, 그 이름은 '연애'

by Richboy 2008. 4. 3.
지은이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일
2008.3.17
장르
소설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연애도 사랑도 인생도 요리처럼 레시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06년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로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박주영의 신작 장편소설. 영화는 여전히 로맨틱코미디가 최고고, 콘서트는 꽃미남 댄스그룹이 ...
이 책은..대한민국 '표준'여성들이 평가하는 가지각색의 맛, 그 이름은 '연애'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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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준'여성들이 평가하는 가지각색의 맛, 그 이름은 '연애'
 
남자들은 그렇다. 누가 먼저 묻기 전에는 자신의 연애담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다. 물론 물어봐주기를 바라지만,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가벼운 녀석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자신이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고 단정짓는 경향이 있어서 선뜻 말을 꺼내기를 꺼린다. 하지만 친구는 묻지 않고, 말을 하고 싶으면 '술을 마시자'고 권하고 술의 힘을 빌린 것처럼, 아니면 '술김'에 나온 듯 그녀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도 함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녀가 좋아서 죽겠다'고 하면 '얼른 결혼하라'고 극단적인 한마디를 던져주거나, '그녀때문에 괴로워 죽겠다'고 하면 또 다른 극단적인 표현으로 '헤어지라'말한다.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질라 치면 "너 술취했냐?"고 물으니그것도 적당히 말해야 한다. 남자들의 대화는 연애담 뿐만 아니다. 고단한 직장생활과 생활을 토로할라치면 어김없이 날라오는 질문은 늘 한결같다. "너, 돈 필요하냐?"
 
대학시절 같은 한창때는 그나마 낫다.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는 알게 모르게 '책잡힐 일'이라하여 그것마저도 자주 할 수 없다. 그래서 적당한 나이의 남자들은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단내나는 거친 숨을 토해 내며 이렇게 조용히 외치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나영, 수진, 유리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로멘틱코미디가 영화장르로는 최고고, 꽃미남 댄스그룹의 콘서트가 좋고, 웬만한 연주회는 졸리는 대한민국 '표준 여성'들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연애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소설은 지금껏 읽은 소설과는 다르다. 아니 처음인지도 모른다. 친구와의 통화나 만나서 대화하는 내용들이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로 가득하고, 그들의 대화주제의 전환은 어찌나 변화무쌍하고 급반전하는지 눈이 쫓아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떠올리는 그녀들의 생각도 거침없이 들어있는데, '어휴, 제발 조용히좀 있어줄래?'라고 그녀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참견하지 못하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내리쓸듯 긴수염가진 남자더라, 나도.
 
여자들은 확실히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남자들과는 다르게 보고, 똑같은 일을 놓고도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극세사처럼 섬세한 저자의 심리묘사는 바로 옆에서 나영을 쳐다보는 듯 아니 나영의 머리속에서 책을 읽는 듯 했다. 세 친구와 그녀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남성들에게도 있는 10초짜리 가십일진대 자기일처럼 생각하고, 고민하고 대화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의리'가 그녀들의 단어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성인 내가 부럽기 그지 없는 것들이다.
 
아무리 요리를 못해도 사람도 한 가지쯤은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준비할 수 잇는 최상의 재료를 준비하자.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자.
돌이켜보고 반성하자.
느낌, 감각, 습관,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자.
  
나영의 요리노트에 적은 요리에 대한 조언은 어쩌면 '연애노트'에도 꼭 적어야 할 조언이 아닐까. 요리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생각이 깊은 나영에게 반해버렸다. 지훈과 성우는 운이 좋은 남자고, 그들의 판단은 같은 남자가 생각해도 옳은 판단이었다. 나영이 평생 화장품을 사다 줄 남자는 누구를 선택할까?궁금하다. 그리고 그녀같은 사람이 내가 사는 이곳에도 있을지 그것이 더욱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