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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자기계발

FTA이후의 미래를 펼칠 청년비즈니스맨들이 꼭 읽어야 할 책!

by Richboy 2008. 9. 16.

 

나는 세계다
카테고리 경영/경제
지은이 박현정 (리더스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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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비즈니스맨들이 꼭 읽어야 할 책!

 
  8-9년 전,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막 대학을 나온 동기들 모두 너나 할 것없이 직장이 없어, 아니면 인력이 모자른 직장에서 힘들어 하던 때에 유일하게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친구'가 있었다. 졸업 후 취업을 못해 한 학기를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던 동기 녀석이 우연히 신문을 보고 지원한 미국계 컨설팅회사에 당당히 입사한 것이다. 학과공부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 1년 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그것이 경력사항이 되어 평균에도 못미치는 학점을 가지고도 들어간 것이어서 녀석의 취직은 있을 수 없는 '소 뒷발로 쥐잡은 격'이라며 한동안 화제꺼리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대학생은 지금만큼 그리 많지 않은 덕을 본 것이리라. 취업 후 몇 달만에 중고이지만 외제차(회사를 고려해서인지 포드)를 뽑고, 1분기마다 우리의 연봉에 버금가는 인센티브를 받아 수입면에서 같은 해 졸업한 동기들보다 비교가 되지 않는 단연 톱을 달렸다. 가끔 동기들을 불러 술을 사기도 했는데, 부러워하는 동기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희들이 몰라서 그래. 돈을 많이 받는 이유는 그만큼 더 벌어주기 때문이야. 내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그 이상은 말 못한다."
 
 매년 성과를 놓고 1년의 계약갱신을 하는 방법으로 총 3 년을 일한 그 친구에게 남은 것은 7-8천 만원하는 외제차와 절반가량 대출을 받아 30평 대의 아파트(당시는 외환위기의 마지막이라 가격이 무척 쌌다). 그리고 15 킬러그램 늘어난 몸무게와 인공모발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심한 탈모증이었다. 업무량도 많았지만,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하기가 꽤 힘들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작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는 '외국계 회사'를 다닐 정도면 뭘 해도 먹고 산다고 토로하곤 한다. 난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한 권의 책 덕택이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오길비PR, 딜로이트 컨설팅코리아를 거쳐 글로벌 PR회사인 호프만 에이전시의 한국 지사장을 지냈고,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리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의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로 지내고 있는 박현정씨가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일하는 법에 대해 쓴 책, [나는 세계다]이다. 저자는 지금도 한경비즈니스에서 '박현정의 The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컬럼을 쓰고 있는 명컬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의 키워드이자 화두는 '글로벌Global' 이다. 토머스 프드먼의 책제목처럼 '평평해지고 있는 세계'에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글로벌'이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고자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15년간 글로벌 커뮤니케이터로 왕성하게 할동하고 있는 그녀는 '순수국내파', 다시 말해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 저자는 유학파인가 국내파인가가 한 사람의 직업적 역량을 가늠하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조기유학이나 해외유학을 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특수성과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문명의 기술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환경의 수혜를 받고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글로벌 자질'이라 함은 '지리적 반경'이 아니라 '심리적 반경의 경험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식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인 어린 막내동생이 국내에서 요리학원을 다니며 아침에는 어학원을, 저녁에는 '스카이프Skype'를 통해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며 어학실력을 키우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반경의 경험치'를 늘리고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저자는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나 보내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영어'는 글로벌 인재가 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수단(그렇기 때문에 필히 배워야 하겠지만)이라면서 영화나 미드 속에서의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떠나 '우선 우리나라 역사, 문학, 문화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단단히 키우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내가 내밀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밑천이 되고, 그렇게 해서 한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균형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세계를 조망하는 진정한 글로벌 시각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제 1장 평평해진 세계, 국경없는 일터에서는 '글로벌'이라는 이 시대의 화두가 직업세계로의 진출을 준비하거나 현재 일터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의미하고 요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 2장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에서는 외국기업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부분, 외국인과 일할 때 일하는 방식과 사고방식의 차이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속성과 성공법칙 등을 정리 하였다. 제 3장 한국을 넘어서 세계와 소통하라 와 제 4장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소통의 기술 에서는 글로벌 시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 한국인들이 취약한 부분, 특히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중요한 점 등을 소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득적인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우해 필요한 기술과 이메일 작성요령에서 외국 기업의 구직인터뷰까지 기업체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생생한 실전 노하우도 들어있다. 제 5장 문화적 유연성으로 세계를 설득하라 편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한국인으로써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글로벌 시각은 다르다, 한국형 인재의 우수성 뒤집어 보기, 아파트 프리미엄만큼 비싼 영어 프리미엄, 가만있으면 중간도 못간다, 동서양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인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성공하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글로벌 일터에서 필요한 미팅의 기술 등 제목만으로도 귀가 솔깃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체험과 함께 이 책에 녹아 들어있다. 특히 21세기의 인터넷 시대에 들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되고 있는 이메일에 대해 '이메일의 정치학, 나를 대변하는 이메일 작성법'등을 유독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때론 거시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논하고, 한편으로는 미시적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인'이 놓칠 수 있는 작은 문화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독자들이 '외국기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관심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즉 '과연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직무의 성격상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제2 외국어인 이상 우리가 원어민만큼 영어를 잘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어려운 단어, 관용어, 신조어, 원어민만이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 속어까지 따라잡기란 웬만한 노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창함이란 상대편이 말하느 뉘앙스를 재대로 이해하고, 쉽고 명료하게 그리고 설득적으로 자신의 의도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비언어민으로서 구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유창함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FTA 시대의 도래가 기정사실화된 지금, 앞으로 인력시장에서 재미교포나 외국인들과 대등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영어로 인한 기회 또는 불이익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고 말하면서 'FTA 이후의 영어는 경쟁력이 아니라 기본요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자는 '글로벌 시각이란 우리의 관심과 열린 태도에서 시작된다'고도 말한다. 즉, 우리말 능력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야말로 영어능력보다 더 중요한 세계인이 되기 위한 자산이고, 이 땅에서 주어진 일상에서 충실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가 되고 글로벌 시각을 갖추는데 가장 이상적인 발판이라고도 충고한다.
 

  외국계기업 현장 15년의 생생한 실무경험과 후배에 대한 아낌없는 충고, 그리고 격려가 뭍어나는 책이었다. '무한경쟁시대'운운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외국으로 책가방을 들고 빠져나가는 이들에게, FTA 이후 세계의 젊은이들과 입사경쟁을 치룰 우리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 지금도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경쟁을 하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불황 때 취업의 기쁨에 안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금 이시간에도 이 나라 안에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들의 책을 읽으면 그들이 움직이는 만큼 숨이 가파진다. 그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랬다. 내일을 준비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