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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철학·예술·교양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우리 궁궐 길라잡이 책!

by Richboy 2008. 10. 1.

 

우리 궁궐 산책
카테고리 역사/풍속/신화
지은이 윤돌 (이비락,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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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우리 궁궐 길라잡이 책!
 
  우리 궁궐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독서모임의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회원이 경남에서 서울까지 직접 방문해 '창경궁'을 탐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참여하면서 부터다. 국민학교(우리때는 이렇게 불렀다) 때 서 너번을 소풍을 간 곳이 창경원(그때는 동물원도 함께 있어 이렇게 불렀다)이었건만, 세월이 훌쩍 지나 만만ㅎ지 않은 나이에 창경궁으로 바뀐 그곳을 다시 방문한 것은 3월의 쌀쌀한 어느 일요일이다. 해박한 역사지식과 남다른 우리 궁궐사랑을 갖춘 그 회원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사실' 투성이었다. 창경궁에 얽힌 역사이야기하며,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선왕조가 당했던 치욕스럽던 사건들, 그리고 궁궐의 의미와 그 쓰임에 대해 두 시간이 넘도록 함께 걸으며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 그 시간 이후 내가 봐 왔던 창경궁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회원들이 많은 호응을 해 준 덕에 봄과 초여름에 걸쳐 경복궁은 두 번을 찾았다. 조선왕조의 위대함과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건축문화를 목격할 수 있는 계기였다.
 
다른 궁을 찾기로 기약을 했었지만, 서로가 일상에 바쁘고 역사탐방을 이끌던 회원선생이 지방에 있는 터라 지켜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모임의 지기가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궁궐 길라잡이'로 2년간 자원봉사도 했고, '먼산이웃'이라는 궁궐안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윤돌선생의 책 [우리 궁궐 산책]이다.
 
 


















 
 
  이 책은 서울에 있는 우리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을 돌며 궁궐의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그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거의 '샅샅이 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각 궁궐의 사라진 흔적까지 추적해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경복궁을 지키는 해태는 어떤 상징인지, 건춘문에 사는 동물은 무엇인지, 서쪽 일곱 별을 상징하는 백호는 어느 문을 지키고 있는 지를 설명해준다. 궁궐안의 현판마다 가진 이름의 의미와 계단과 사방에 있는 조각마다의 사진을 추적하고 그 이름을 알리며,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역사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찾았던 곳들을 사진으로 보니 반가웠고, 그들의 의미와 뜻을 아니 역시 놀랍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세계에서 유교가 가장 발달한 나라 대한민국, 그 근간에는 유교국가인 조선이 있었다. 통치의 사상적 수단으로 중국은 유교를 채택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충忠과 효孝 라는 유교의 근본정신이 종교처럼 남아있다. 세계의 철학자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훔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에 효도하는 마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 속에 있는 궁궐들을 살펴봐도 우리의 유교정신을 엿볼 수 있고, 임금의 나라사랑과 백성사랑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우리 궁궐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겠지만, 그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솔직하게 몇 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고, 또 관심을 두어 자연히 습득되는 것이 역사인 것인데, 무조건 그림을 보고 외우고, 시험만 봤으니 실물을 놓고 대조하자니 조합이 영 되질 않는 것이다. 궁궐을 답사할 때도 확인했지만, 자녀들의 학습을 위해 부모가 함께 주말에 나들이를 찾아오지만, 정기적으로 안내하는 안내원의 멘트만을 쫓아 함께 하고 사진만 찍을 뿐, 제대로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부모를 만나보지 못했다. 앞서 말한대로 자신도 잘 모르는데 누구에게 가르칠건가?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 책으로 자녀들과 함께 책자의 그림을 찾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즐거운 학습 나들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 화를 참지 못한 한 국민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우리의 국보 '남대문'이 소실되었다. 남대문의 원래 이름은 숭례문, 예禮를 숭상한다崇 해서 지은 이름이다. 또한 그것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세로로 현판을 썼었다. 임금이 사는 사대문의 정중앙에서 '예를 갖추고 들어야 할 대문'이 불타버렸다. 백성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떠받쳐 목적으로 데려도 가지만,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기도 한다 했던가? 남대문 화재로 흉흉한 민심은 우리의 먹거리 문제로 인해 큰 파도를 일으켰는데, 우연치곤 참 기막힌 우연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숭상하는 대문'이 사라진 지금, 남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할테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궁찾는 문화시민들이 많아진 요즘, 이 책은 아주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