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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처세의 묘妙를 배워라!
'부자'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가장 즐겨 읽는 책의 저자는 박용석씨인데, 현재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현역이면서, 재테크나 부자학에 있어 학문적 접근을 하고 있으며, 30대의 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필한다는데 주목한다. 특히 그가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됨은 물론 재테크나 부자학관련서에서 항상 처음 시작하는 시발始發적 역할을 한다는데 그를 높이 사고 있다. 그의 명저중 하나이자 베스트셀러인 [한국의 젊은부자들]에 보면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다. 저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반드시 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책 3권과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받은 책 3권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다름 아닌[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었다. 이책은 초판을 찍은 지 240년이 되어가는 백과사전의 상징과도 같은데, 사전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는 점은 매우 의외였다. 두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책은 사마천의 [사기열전]이었다. 동양 고전중에 젊은 부자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이었다. 세 번째로 꼽은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의 쇠망사]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성경] 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던 중 나는 [사기열전]에 주목했다. "그들은 무엇때문에 중국고전인 이 책을 추천했을까?" 사기열전에 처음으로 관심은 두게 된 것은 이 내용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최고의 명저로 꼽히는 [사기열전]은 우선 저자인 사마천도 문호들에게는 최고의 본보기로 알려지는데, 일본의 최고 베스트셀러작가이자 국사國師라고까지 알려진 분이며, 대작 [료마가 간다(우리나라엔 제국의 아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음], [항우와 유방], [미야모토 무사시], [올빼미의 성]등을 쓴 바 있는 시바 료타로의 이름을 풀면 사마천태랑司馬遷太郞, '사마천을 따락가기가 참으로 요원하구나'이고, 얼마전 타계하신 박경리 선생 또한 "온생의 무게를 펜 하나에 지탱한 채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마천을 칭송한다. 그 많은 고난을 이기면서 오랜 시간동안 역작을 만들어난 사마천은 문호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기열전]은 어떤 책일까? 말 그대로 사기史記는 역사의 기록이고, 열전列傳은 여러 사람들의 전기라는 뜻이다. 사기열전은 사기는 원래 역대 황제의 업적을 중심으로 기록한 본기,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표기한 표, 문물, 천문,음악들의 문물제도를 기록한 서, 제후국의 역사를 기록한 세가, 그리고 인물들의 전기 모음집인 열전으로 나뉘어진 총 130 권의 장서인데, 그중 사기열전은 70권으로 되어 있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시작하게 된 [사기]의 집필은 어느 날 위기를 맞게 되는데, 자신이 흠모하던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궁형(생식기가 잘리는 형벌)을 받거나,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치욕스러운 형벌인 궁형을 감수하고도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함에 있었다. 결국 아버지의 유언을 이어받아 기원전 104년에 착수한 지 16년 후 [사기]가 태어난 것이다. 사기 중에서 특히2,000 년이 지난 지금 사기 중에서 [사기열전]에 세인들의 깊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사기 열전의 인물들은 이 세상 사람들의 집합체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면면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이다.
관심을 놓지 않고 사기열전을 읽은 지 2년이 지나 또 다시 [2천년의 강의]를 집어든 이유는 먼저 읽은 [사기열전]의 저자 김원중씨가 펴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기열전'의 인물들은 인간의 행동의 결과물 뿐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동력을서의 '생각'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 유일한 역사서라고 할 만하고, 창의성이 중요시 되는 요즘의 풍토에서 보더라도, '사기'를 능가할 만한 '생각하기의 교재'는 드물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기'가 지닌 '사유와 통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뽑아내어 현대인을 위한 생각경영법으로 제시하고자 만든 책이다. 그것은 바로 조직을 경영하고 상대방을 설득하여 이익을 나누는 일에 있어 2천 년간 인류를 지배해 온 가장 근본적인 틀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이야기에 앞서 중국의 사유관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세상사에 밝으면 그것이 곧 학문이고, 인정에 정통하면 훌륭한 글이다,"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중국은 서양의 도덕이성이 근거로 삼는 종교와 같은 현실성 없는 인식과 가치의 경향은 배제하고 실용이성의 가치 관념으로 가치관을 정했다. 그러한 가치관이 지략형 문화를 낳았고 그 지략형 문화의 사유방식이 경험성과 민첩성, 그리고 실용성이 있다는 점으로 중국 민족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의미에서 민족의 성격적 특징을 결정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지략 문화는 중화 민족의 실사구시적 성격과 심리 태도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공허함과 존재하지 않는 귀신을 숭상하지 않으며 극단으로 나가지 않고 두 발로 사는 기질을 갖게 했다. 치인治人을 목적으로 한 지략형 사유방식이 긍정적이지많은 않은 것은 결국 중국인들이 천성적으로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결과를 낳았고, 모략가가 전통문화의 정수가 되어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략과 계산이 기나긴 역사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처세의 태도와 인생관이 술術이 아니라 도道, 즉 처세 철학이자 문화정신이 된 것이다.
우리가 [사기열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의 성격과 행동의 전형을 보여주는 축소판인 동시에 그들이 행한 처세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권장하고 금하는등의 '처세론적 방법론'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그 또한 유세를 잘못했다가 왕에게 미움을 당해 궁형에 처하지 않았던가?). 저자 또한 이 책을 쓴 이유에는 '생각경영법', 즉 관찰력, 비교력, 종합력, 직관력, 성찰력, 통찰력 등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생각을 단련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것을 해설하는데 있어서는 '처세론적 방법론'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 소개된 생각경영법의 소용 역시 '왕과의 담판'을 위한 '진언강구책'이었으니, 인간관계 특히 '윗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처세를 배우는데 집중하였다. 그중에서 책 후반부에 언급되는 한비가 말하는 유세하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것중 유세가(왕에게 조언하는 자)가 위태로워지는 때을 일러주는 부분은 가장 인상깊었다.
-유세가가 상대방의 비밀을 들출 뜻이 없었지만 우연히 상대방의 비밀을 말한다면 위태로워진다.
-군주에게 허물이 있을 때 유세가가 주저 없이 분명하게 바른 말을 하고 교묘한 주장을 내세워 그 잘못을 들추어내면 그 몸은 위태로워진다.
-아직 군주에게 두터운 신임과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자신이 알고 잇는 것을 다 말해버리면 설령 그 주장이 실행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군주는 그 덕을 잊을 것이며, 그 주장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다.
-군주가 좋은 계책을 얻어 자기 공로를 세우고자 하는데 유세가가 그 내막을 알게 되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군주가 곁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 때 유세가가 이것을 알게 되면 역시 몸이 위태로워진다.
-군주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을 멈추게 하면 또한 몸이 위태로워진다. (P 315)
한비는 유세자가 '입을 떼는 어려움'에 대해 밝힌 것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비는 말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울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내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 말솜씨로 뜻을 분명히 밝히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모두 하기 어렵지도 않다. 다만 유세는 왕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주고 있는 단 한 사람의 절대강자가 바로 왕이다. 왕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유세가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p 315)
중국고전이 지금껏 소중히 전해지고 아직도 큰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왕을 움직이는 '이인자'인 유세자들이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왕에게 조언을 던져야 하는 관직에 있는 이들이 내뱉는 말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던지는 진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세하는 순간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세로 왕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만이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으니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유세가 아닐 수 없었다(물론 왕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던져서 살아남았던 자들도 있었지만). 다시 말해 제일 먼저는 왕이 수긍을 해서 자신의 말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했고, 그 결과가 '양의 효과'를 내야 했으니 입에 칼을 물고 던지는 조언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한 그들의 조언들과 행동들을 엮은 것들이니 세월이 지나도 늘 갑과 을,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 있는 오늘날의 대중들에게 소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보면 '논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프로세스 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책 제목을 '2천년의 강의 - 사마천 생각경영법'이라고 붙인 것은 사마천의 역사에서 드러난 사유들이 지난 2천 년의 역사에서도 변치 않는 생각의 틀로 기능했고, 그 역할은 현재도 계속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경영할 수 있을 때 천하를 경영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기열전을 펴낸 저자가 그 속에서 핵심인물들을 따로 떼어 놓아 '그들처럼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한 친절한 책이다. 사마천의 생각 뿐 아니라, 사기열전의 권위자인 저자 김원종의 생각도 오롯이 들어난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이 펼쳐놓은 서술방식을 쫓다 보면 '사마천의 생각경영법' 뿐 아니라, '고전을 소화하는 법'도 제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임을 알면서도 너무나 어려워 읽기를 포기하거나, 완독을 했음에도 그것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참맛'을 느끼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참 고맙고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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