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외롭지만, 꿈을 놓지 않는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

by Richboy 2008. 10. 20.

 

 

 

외롭지만, 꿈을 놓지 않는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

 

길 위의 작가, 장똘뱅이 김주영님이 어느 날 가던 길을 멈춰섰나 봅니다. 크디 큰 백양나무 그늘 아래서 밀짚모자 벗어 부채 삼아 펄렁거리며 흐른 땀을 닦으며 쉬고 있다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높이에 있는 옹이에 곁가지가 자란 듯 한데, 칼로 벤 듯 잘려나간 자리가 눈에 보인 듯 합니다. '저걸 누가 꺾었지? 어디로 간 거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인정없는 그 범인을 찾아 주위를 둘러본 듯 합니다. 서레질하는 농부와 새끼밴 암소 한 마리를 봤을까요? 아니면 댕강 짧은 머리 수줍음 많은 계집아이를 봤을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황만으로 짧은 동화가 태어난 듯 합니다. 다름아닌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숱하게 길을 걸으며 말과 글을 주워담고 생각을 키워 명작 [객주]를 만들어낸 김주영의 손에서 말입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에 숨은 '강산'의 그림은 읽는 맛과 느낌을 더합니다. 어제 읽은 그림소설, [똥친 막대기]입니다.

 
 
 

 
  주인공인 200 년 넘은 백양나무의 곁가지로 자라고 있던 '나뭇가지'는 어느 날 소치는 농부의 손에 의 해 잘려나가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어미의 보살핌에 자라던 그것은 그후 암소의 엉덩이와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로, 냄새를 맡을 줄 아는 것이라면 줄행랑을 쳐버리는 똥친 막대기로, 그리고 낚싯대로 변신을 거듭합니다. 고통과 슬픔은 항상 있었지만, 늘 호기심과 꿈을 지닌 '막대기'는 거듭된 변신에도 계집아이 재희에 대한 연정과 제 어미나무와 같은 거목이 되는 하늘 오름의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막대기는 흡사 부모의 살핌을 떠난 우리를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세파에 시달리지만, 꿋꿋한 엄마와 아빠가 되고 싶은 꿈을 지닌 우리를 말입니다.
 
  "나는 침착하게 내 운명의 속살 안으로 가만히 손을 내민 행운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방 어디를 살펴보아도 내가 뿌리를 내리고 다시 새잎을 피우려는 작업을 훼방놓을 천적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나는 필경 외로울테지요. 그러나 외로움을 사르며 자라나는 나무는 튼튼합니다. 외로움을 갉아먹고 자라난 나무의 뿌리는 더욱 땅속 깊이 뻗어 나갑니다. (...) 그녀가 암소를 몰려고 봇도랑으로 나왔던 그날, 그녀가 만약 나를 기억해서 또다시 집어 들었다면 그것으로 닥친 불운이 나를 어떤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나를 모른 척 지나쳐 준 것이 내가 살아갈 땅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외로움을 이기려 기대려 한다면 내가 꾸는 꿈은 꿀 수 없습니다. 나만의 꿈을 꾸고 있기에,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기에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어미나무에서 떨어진 '막대기'가 싸릿문에 새끼에 얽혀 말라죽어가는 한 무리의 '작대기'가  되지 않고, 제 몸에서 뿌리내린 '작은 나무'가 되기 위해서라면 외로움은 필경 슬픈 경험은 아닐 겁니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라는 막대기가 '작대기'가 되어가는지, '어린나무'로 사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그리고 '독야청청'의 외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마친 길 위의 작가 김주영님이 다음에 멈출 곳은 어디인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