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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민중의 마음을 알았던 지도자, 키케로를 재조명한 최고의 팩션!

by Richboy 2008. 10. 21.

 

 

 

민중의 마음을 알았던 지도자, 키케로를 재조명한 최고의 팩션!

 
  한동안 남성운전자들의 사랑을 듬뿍 담았던 라디오 드라마 [제O 공화국] 시리즈가 그토록 많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 시대에 있었던 지난 역사에 대해 철저한 고증과 증언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있었다. 특히 드라마속 주인공 중에는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인물들도 조명이 되어 진위논란도 있었고, 인기를 몰아 TV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을 때는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다가 두루뭉수리 이야기를 줄여 일찍 종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숨겨진 역사적인 사건의 진실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떨가?' 하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의 의문은 사실들이 밝혀지지 않는 한 '판타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엄연한 차별을 보이는 것은 우리 선조의 역사이기에 한 시점에서 변곡점이 있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상상뿐인 환타지'와는 다르다. 반면 현재 우리가 기정사실로 여기는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두는 시도들도 만나게 되는데, 시대마다 요구하는 역사관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 소설 [폼페이]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로버트 해리스가 새로운 시각으로 로마사를 들여다 보는 작품이 있다. 지금껏 유럽사에 대해서만 책을 써 온 그가 오래되고 방대한 역사를 지닌 로마사로 시선을 거슬렀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처럼 익숙한 인물이 아닌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지도자 키케로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카이사르와 함께 항상 반대되는 개념으로 소개되었던 그래서 늘 그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 키케로의 일생을 그의 노예비서이면서 속기기술을 지녔던 티로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소설이 나왔다.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IMPERIUM] 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키케로의 생을 조명한 3부작 가운데 그 첫번째로 그를 정치에 입문하게 한  ‘베레스의 재판’을 승리로 이끌어낸 키케로의 활약과 재판의 승리로 위상을 확립한 키케로가 당시 로마 최고의 귀족들과 군인들 사이에서 입지를 굳히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로마 최연소 집정관으로 당선되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팩션을 즐기는 최고의 맛은 과거의 사실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읽혀지는 유려한 필체에 있다. 그 맛은 로버트 해리스의 손끝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귀족이 아닌 로마의 제2인자 변호사이자 원로원 의원 키케로가 지방유지 스테니우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로마사 최고의 법정싸움인 '베레스의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호르텐시우스의 비호을 받고 있는 아들 베레스와의 싸움은 바로 귀족정치와의 전면전과 다름없었고, 그 재판에서의 승리로 그는 시민들의 인기와 사랑을 받게 된다. 그의 최종목표인 집정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견제와 암투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연소 집정관에 오르게 된다.
 
 
 
 
  신제국주의로도 평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현실 속에서 제국주의의 산물인 카이사르를 조명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공화정 민주주의를 꿈꾼 키케로에 시선을 던진 로버트 해리스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력과 부의 핵심인 귀족세력에 맞서 홀홀단신으로 논리에 맞는 유창한 변론과 국민의 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언변으로 아낌없는 지지를 얻으며 그들과 대립하는 키케로는 오늘날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한다. 또한 일개 변호사인 그가 로마 정치인들의 궁극의 목표인 임페리움을 손에 넣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를 묘사하고 있어 대리만족의 기쁨도 선사하고 있다.
 
 
 
 
  집정관에 오름으로써 막을 내리는 [임페리움]은 앞으로 있을 카이사르와의 동맹과 결별에 이르는 흥미로운 사건들에 있어 그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정치관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베레스의 재판과정'에서의 키케로는 카이사르의 칼 만큼이나 날카로운 촌철살인의 입을 가졌음을 암시하는 주요사건으로 묘사된다. 카이사르에게 패한 '패배자'로 기록되고 있는 그가 정말 패배자였는지, 아니면 부드러운 내면과 올바른 정치관을 지녔던 진정한 승리자 였는지는 앞으로 펼쳐질 2, 3부에서 알게 될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HBO의 미국 드라마 ROME과 함께 비교하며 읽는다면 더욱 흥미를 더할 것 같다.
 
Consul sine armis(군사력을 갖지 않은 집정관),
Dux et imperator togae(토가 차림의 최고 사령관),
Cedant arma togae(文이 武를 제압하다)
 
키케로가 출세의 정점에 있을 때는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기를 즐겼다 한다. 로버트 해리스가 펼칠 키케로의 그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진다. 로마를 이야기한 최고의 팩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