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지금 주식시장에 속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세인들은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쉽다'고 말한다. 이에 빗대어 나의 투자활동에 있어서는 '투자로 수익을 얻기는 어렵지만 손실을 보기도 쉬운 것' 같다. 무릎인지 허리인지 재고 또 재서 판단하여 주식에 투자했더니, 여전히 무릎인데도 시장자체가 침체되어 멀쩡했던 가가멜(사람)이 스머프(키작은 요정)가 되어버린 것이 요즘의 주식시장이다. 동반하락을 했으니 동반상승을 하면 좋을 것을, 내가 투자한 종목만 빼고 다 올라가는 듯 해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 하다. 투자投資. 말 그대로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資) 을 던지는(投) 행위인 투자가 수익은 커녕 손실만 계속되고 있으니 더 이상 '투자'라는 단어를 내뱉기도 무안할 지경이다.
다소 급한 성격에, 한 곳에 몰입하면 세상을 잊을 정도로 덤벼드는 편이어서 '주식'만큼은 참여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지난 해와 같은 저금리시대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기웃대다 시셋말로 '발을 담궈' 버렸다. 그 시작은 주식을 매입한 사실조차 잊을 만큼 가지고 있기로 한 '가치투자' 였지만, 날로 흉흉해지는 주식시장의 경색장을 잊기에는 똑똑했나 보다. 매일 장이 마감되면 종가를 따져보고, 시장분위기를 점치며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숫자를 아무리 세어봐도 수익은 없고, 손해만 보이니 답답함도 더해간다. '나도 별 수 없는 허리 끊어진 개미가 된 것인가?' 하는 자괴감도 더해져 결국 '잘 먹고 잘 살자'고 덤빈 주식투자행위는 '못 먹고 못 사는' 결과를 빚어낸 돈(資) 버린(投) 낭비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아 속이 상한다.
그런 내게 '넌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정상적인 인간이다. 네 죄는 단지 주식이라는 늪에 알몸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산업연구원과 신문기자, 그리고 증권사에서 선물가 옵션을 거래했던 이용재씨이다. 그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인가의 마음을 파헤친 성가를 경제학에 접목시킨 이른바 '행동주의 경제학'의 기반 위에서 금융시장에서 인간의 마음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책을 썼는데,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재테크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과 두뇌가 금융시장에서 의살결정을 내리는데 얼마나 부적합한지를 보여주며 '투자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라고 권하는' 경계서다.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은 투자에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지금과 같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자산의 일부를 금융시장에서 굴리는 것은 '생계의 문제'이므로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정교하게 연마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은 만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즉 전문가의 편향, 일반인(개미)들의 편향, 편향을 극복한 사람들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의 편향에 대해 살펴보면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경제변수의 전망의 특징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후행성', 주가를 예로 들면 최근까지 올랐으면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내렸으면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추세추종 또는 모멘텀 올라타기와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그리고 주식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의 자꾸만 틀리는 이유는 기상예보전문가나 도박사와 같이 예측이 틀렸을 경우 감사원이 직적 감사를 나올 정도의 리액션이나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처럼 전망을내놓은 뒤 되돌아오는 피드백이 너무나 커서 신중하고 민감한 데 반해 수년간 뒷북만 치는 전망을 내놓더라도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형 펀드에 있어서는 증권사 직원 역시 인간이어서 오르면 팔고 내리면 버티는 버릇을 펀드 투자에서도 행하고 있어 손해나는 펀드는 본의아니게 '장기투자'를 해버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매매수수료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문제 등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매우 다른 이해 관계에 의해 움직이고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고 전한다.
차트분석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에서 데이터를 가공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는 '과거에만 맞아떨어지는' 패턴을 찾아낸다는 데 있다. 주가 등을 예측하는 패턴을 찾아내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과거에만 맞고 미래의 시장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패턴을 찾아내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인 탓에 순수하게 투자자를 위한 애널리스트는 절대로 존재 할 수 없고,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각종 챠트나 프로그램을 추종하여 잘못선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개인투자자의 편향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신고전파경제학에 반해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이것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성과에 따른 결과에 따른 것으로, 그러므로 인간은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신체적인 본능으로 손실회피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큰 손실은 두렵고, 작더라도 잦은 이익을 편안하게 느껴서 손실이 날지도 모른다는 걱정만으로도 두뇌는 격결하게 반응한다.
한편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첨단화된 HTS(Home Trading System)을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은 그 활용면에서도 세계 최고인데 사실은 천 개 이상의 화면을 통해 각종 투자 정보를 쏟아내는 유익한 단말기가 평균적인 개인투자자에게는 '충분하게 정보를 습득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경향을 만들어내고, 매매할 때 더 거래중독자가 되고 더 투기적인 거래를 유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환상과 통제환상에 빠져 자기과신이 커지면서 리스크를 망각한 채 거래에 매몰돼 의미없는 매매에 휩쓸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규칙'들을 제시했다.
1. 나도 예외가 아니다
2. 나는 내 생각보다 적게 알고 있다
3. 이야기는 버리고, 사실만 건져라
4. 많은 정보가 좋은 정보는 아니다
5. 정보의 비중과 강도를 가늠하라
6. 당신의 견해와 반대되는 정보를 찾아라
7. 실패를 불운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8. 당신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단지 알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9. 편향을 없앨 수 없다면 반대로 편향하라
10. 세상을 볼 때 통계적으로 얼마나 그럴듯 한 지 판단하라
11. 자신의 경험을 너무 중시하지 마라
12. 크고, 명확하고, 쉽게 기억나는 일은 일어날 확률이 적다
13. 정보의 문맥을 파악하라
14. 당신이 가진 것에 너무 가치를 부여하지 마라
15. 빼도 박도 못할 룰을 정하라
끝으로 저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간은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에만 신경을 쏟는 근시안적인 동물인데다, 게으른지라 정작 중요한 노후준비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10억이니, 20억이니 하는 엄청난 숫자의 노후자금만을 상정하고 있다며 이는 은퇴 위험을 추상적인 위험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노후준비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구체적인 현실의 욕구를 자제할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후준비를 위한 현명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그러한 편향을 극복하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거나,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 세 명과의 인터뷰를 제시했다. 그 중에서 나는 가치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밸류트레이서 김철상의 인터뷰에 주목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를 참고하는 것은 호재든 악재든 너무 부풀리는 선정주의와 광고주등 자본과의 결탁하는 문제점을 들며 '주식투자를 할 때는 신문을 보지 말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기사에서 '팩트fact' 만을 걸러내어 투자결정에 참고하라는 것이다.
"남들이 팔 때 사고, 살 때는 파는 식의 투자법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요?
그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욕심'도 '공포'도 버리고 꾸준히 인내하는 건 도 닦는 일과 비슷하죠. 지루하고 포기하고 싶고... 일단 제가 권해드리는 것은 충분한 분석 후에 좋은 종목을 골라 매수했으면, 시세를 들여다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시세를 들여다 봐서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주식을 사놓고 원양어선을 타든지 감방에 가라는 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공인인증서를 분실했는데, 다시 만들기 귀찮아서 HTS 에 접속하지 못한 채 주식을 근쟝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큰 수익을 얻은 분도 있습니다. 주식을 산 뒤에는 시세를 멀리하십시오. 그러면 절반은 성공하는 겁니다." (P 232)
그는 또한 주식투자에 있어서 단순히 자금투자로 보지 말고 기업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투자에 앞서 기업의 투명성과 장래성을 살피라는 의미도 있지만, 투자한 이후에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매출을 올릴 때까지는 회사의 성장측면에서 있어서 다소 정체되거나, 때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가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성장만 있는 기업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진리를 이해하면서도 단말기에 보이는 오늘 오후장의 하락곡선에 충격을 받고, 당일 상종가의 종목을 부러워한다면, 그래서 매도를 고려하는 나는 과연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자일까?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재테크서가 아니라 주식투자에 앞서 독자들에게 '나는 현재 현명한 생각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가?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재테크 경계서'다. 지난 해 말 중국펀드를 환매해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적립식 펀드'에 대해서 '적립식 펀드가 과연 만병통치약일까?'라는 제목으로 펀드 매니저들의 오류를 짚어내는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인 독자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주식에 관련하여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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