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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2009년,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0’순위 후보작

by Richboy 2009. 5. 26.

 

 

 

 

 

2009년,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0’순위 후보작?

 

  가만히 있어도 속이 불편한 요즘이다. 매일 밤 아홉 시에 시작하는 뉴스는 헐리우드판 액션스릴러 영화보다 더한 긴장감을 준다. 지난 해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에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가슴팍까지 물에 잠긴 듯한데, 전임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로 검찰에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돌아가시고,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TV속 웃음들은 하나같이 시니컬한 조소嘲笑처럼 들리고, 도로에 나온 행인의 웃음을 들으면 ‘도대체 당신은 속은 있는 사람이냐?’ 묻고 싶을 정도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80-90년대에도 마음은 이와 비슷했다. 교내에 붉은색 플랜카드가 난무하고, 대학별 게시판엔 빈틈이 없을 정도로 대자보가 넘쳐났다. 곳곳에서 시위소리와 최루탄이 터지고 한 쪽에서는 수업거부 운동를 해야 한다고 선배들은 강의실 문 앞을 지키며 눈을 부라리며 지켰다. 그래도 꿋꿋이 강의실로 들어서는 한 사람은 꼭 있었다. ‘너희들 세상에 이런 일이 없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사람’, 선생님이다. 천재지변이 생기기 전에 수업은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땅히 그래야 할 대학교 선생님, 교수님이 ‘지식인의 임무’를 통감하고 입을 열었다.

 

“제 지인들로부터 ”당신은 이 정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싫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정부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 지식인의 소임을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151 쪽)

 

  그 시절에 이 말을 들었다면 ‘학계의 시국선언’이라 말할 것이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이면 문제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이준구 교수님이 노기찬 목소리로 시국선언을 했다. <쿠어바디스, 한국경제>가 그것이다. 이 교수님은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의 포로가 된 경제 정책은 두고두고 한국 사회를 발목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출처: 강의장면이미지출처: 홈페이지 화면이미지출처:이준구교수 모습

 

 

  이 책의 진행방식이 꽤 마음에 든다. 저자는 마치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하듯,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을 하듯 본격적인 글에 앞서 그 글을 쓰게 된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맥이 끊길 수 있는 칼럼들을 하나로 묶고 독자로 하여금 쉬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 문제점에 대한 속풀이 강의가 아닐 수 없다. 이 교수가 글을 쓴 한가지 이유는 ‘합리적인 보수도 아닌, 도그마에 가까운 보수의 회오리가 우리 사회를 휩쓸어 버리며 무작정 한쪽으로 쏠리는 걱정스러운 현상 때문’이었다. 누군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적 균형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되었고, 그 글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반향을 일으키게 되어 책으로 까지 나왔다.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규정하는 ‘교과서 경제학자’ 이준구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경제학의 정설과 원칙’ 그리고 ‘정책 판단의 잣대는 이념이 아니라 합리성’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지난 정부의 정론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실현하는 듯한 정책은 자제하고, 국민에게 등 돌리고 귀를 막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고쳐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운하사업, 종합부동산세 개편, 한미 FTA, 주택정책, 경기부양책, 교육개혁 등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밝혔다.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이 ‘정치’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이 요즘의 상황이라 국민들이 경제정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혼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의 시각은 심하게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작금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서 경제학의 정설들―조세정책의 원칙, 시장과 정부의 힘의 균형, 경제적 타당성 검토의 원칙―을 논거로 튼실하게 제시하고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저지른 가장 심각한 과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상황이 전개되는 데 따라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일관한 나머지 정책의 일관성을 거의 완벽하게 상실하고 말았다. 그 결과 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도 그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위기의 본질이며, 이것은 세계경제의 상황과 아무런 관련을 갖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금의 위기상황은 거의 전적으로 ‘오락가락’ 정책이 빚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75 쪽)

 

  이 교수가 현 정부에 대해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정책’ 이었다. 정부 당국자 간에 서로 의견이 맞서는가 하면, 정식 발표에 의한 정부정책 마저 ‘백지화’되기 일쑤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수립이 부딪히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기 급급하는 현정부는 앞으로 그 어떤 훌륭한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아마추어 정부’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주류보수도 아닌, 전 국민의 2%를 차지하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에 답답해 하며 누가 뽑아주었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라면 ‘모든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할텐데, 여전히 ‘당선사례’를 하는 듯한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양극화 문제는 날로 심각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자 편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주어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입니다. 이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레이거노믹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레이거노믹스의 잔광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쓴 부시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불행의 구덩이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8년으로 충분하다”(Eight is enough.)라는 구호가 왜 한 순간에 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 324 쪽)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 경제학자이면서 교수이기도 한 저자가 학생이 아닌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해 현 정부의 답답한 경제정책에 대해 토로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시그널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이념과 계층에 치우친 경제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정부와 대응할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늠할 보편적 기준으로 경제정책을 바라보고 대응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정책에 대해서는 서로 명백히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의견을 거스른다고 강압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 책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심각성을 감지하면서도 맹점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어느 정권 때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 정권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지식인의 목소리는 파워풀하다. 또 다른 지식인들의 생각이 책으로 엮여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정부가 이 교수의 말에 겸허하게 귀기울일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어 올해에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에는 ‘0’ 순위로 올라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못믿겠으면 확인해 보길...

 

 

 

 

 

  믹시

 

 

싱그러운 새 봄, 직장인이 3월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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