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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부자학·재테크

뭐라고? 지폐가 솜으로 만들어졌다고?

by Richboy 2009. 5. 30.

 

 

 

 

뭐라고? 지폐가 솜으로 만들어졌다고?

 

 

  지폐(은행권) 용지의 원료는 솜이다. 은행권 외의 우리 공사 제품(수표 등)이나 일상 늘 쓰는 종이(책·공책 등)의 원료가 나무 펄프링 것과는 다르다. 은행권 용지는 정교한 인쇄에 적합한 지질을 가져야 하고, 특수 색소 같은 위변조방지 요소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할뿐더러 숱한 사람들 손을 거쳐도 땀이나 물기에 헤지지 않을 만큼 질겨야 하고, 웬만한 화공약품에는 견딜수 있어야 하는 등의 품질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원료로는 솜이 제격인 것이다. 이 솜은 방적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솜(낙면)이다. 이것을 오랜 시간 물에 불려서 부드럽게 만든 뒤 색깔과 냄새를 없애어 원료로 쓰는 것이다.

 

  돈을 벌어서 쓸 줄만 알았지 지폐가 솜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십 년전 즈음이다. 그 사실을 알고 놀란 내 표정이란 돌을 갓 지난 아기가 설탕 맛을 알았을 때의 표정과 다름없었다. 내가 돈의 효용을 처음 알게 된 건 네 살 때 가게에서 우유를 직접 사면서부터다. 부엌 일에 바쁜 엄마가 ‘순덕이네 할머니’한테 이걸 주면 우유를 줄거라며 오백 원짜리 지폐를 내 손에 줬고, 그때 난 ‘거래去來’란 걸 해봤다. 그림 그려진 종이 한 장 줬더니 덥석 우유를 주시길래 받아서는 다시 빼앗을까 두려워 뛰어서 집에 돌아온 기억. 잔돈 한웅큼을 쥐고 날 부르시는 구멍가게 할머니 목소리를 못들은 체 했다.

 

  내가 마음껏 먹고 싶은 과자와 마시고 싶은 우유를 주는 건 돈이었고, 그것은 아부지의 지갑에 항상 그득했다. 아부지가 쉬시는 일요일엔 한 장씩 빼내어 몰래 바꿔먹었다. 잔돈? 할머니한테 받아서 시커먼 아부지 구두 깊숙한 안쪽에 숨겨뒀더랬다. 난 종이돈으로만 사먹을 수 있는 줄 알았으니까. 제대로 돈맛을 알고, 꽤 알뜰하게 거래하는 법도 알았지만 돈을 쓸 줄만 알았지 버는 법은 몰랐다. 왜냐하면 엄마 아부지의 지갑은 꺼내도 꺼내도 항상 돈이 채워지는 화수분, 즉 한국은행 지점처럼 돈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최대 만 원을 꺼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대학을 입학한 후 부모님의 자금지원은 끊겼다. “학교를 마치려면 장학금을 타서 공짜로 다녀라. 그렇지 못하면? 몸으로 때워라.” 당신의 자녀를 키우는 소신이었다나? 난 그 소신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별 수 있나...졸업할 때까지 열심히...몸으로 때웠다. 황금같은 말들이 그득한 고전이나, 재미있는 소설을 물리고 경제경영서에 몰두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에 쥔 돈을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워렌 버핏의 투자원칙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한 돈을 절대로 잃지 않는다. 둘째, 첫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부자는 가장 쉽게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버는 액수보다 덜 쓰는 것이다. 그러면 버리지 않는 이상, 모인다.” 세상에는 돈 버는 법도 많고, 부자 되는 방법이 사람 수 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여전히 부자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부자 되는 법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면 익히고, 익혔으면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 몸으로 때우며 살지 않는다. 새로이 배우고자 책 한 권을 펴 들었다. 일본 최고의 금융 교육 전문가의 책, <돈의 교양>이다.

 

 

 

 

  이 책의 목적은 ‘풍요롭고 안전한 인생을 살기 위한 올바른 금전 지식을 익히는 것’이다. 그 내용은 돈에 관련된 모든 것 즉, 돈에 대한 사고방식과 돈의 지성, 돈 모으는 법, 저축의 규칙, 돈 버는 법, 돈 늘리는 법, 돈의 유지 관리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사실 공부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외나 학원은 있어도, 돈 잘 버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강좌 역시 투자를 통해 ‘땅을 효율적으로 사고 파는 법’과 ‘주식을 사고 파는 법’을 가르치고 있지 ‘돈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진 않는다. 한 가정의 부모가 된 어른이 배우질 못했으니 아이들이 배웠을까? 공부좋아하는 나라에서 이런 교육기관이 널리 보급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초심자를 위한 책이라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나 보도 쉐퍼의 <돈>을 읽은 독자라면 ‘너무 쉽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200여 페이지 남짓 되는 책에 너무도 많은 내용이 들어 있어 ‘기술적 내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쉽고 널은 범위는 오히려 금전 교육을 이제 막 시도하려는 독자들에게는 ‘재테크 공부, 할 만 하다’는 만만함도 제공해 줄 것도 같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돈을 쓰는 법(큰돈 편)’이었다. 실전편에서도 활용가능한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큰돈 즉, 부동산이나 자동차, 보험(보험이 큰돈에 들어간 이유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의외로 무시못할 큰돈이라는 것을) 등에 들어가는 100만엔(천 만원) 이상의 돈을 지출하는 저자의 방법이 소개된다. 집을 고르는 방법에 있어 사용한 ‘수익률 6%의 법칙’이나 ‘집세 200 이내의 구입결정’등은 전세제도가 있는 우리나라와는 약간 다르지만 인상적이다. 돈에 관한 책이기에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법한데 잘 읽지 않는다. ‘뭐 다 그렇고 그런 소리 아닌가?’ 하고 폄하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투자란 장기판에서 훈수두는 것과 같아서 남의 투자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투자에 있어서는 망설이다가 결국 전문가라 알려진 책상물림들에게 내맡기거나 ‘카더라’하는 소문에 거액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데, 이러한 두려움은 ‘올바른 투자관’를 확립되지 못해서다. 올바른 투자관을 위해서는 많이 읽고, 배우는 수 밖에 없다. 금전교육을 시작한다면 편하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