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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트렌드(미래학)

블루오션은 메가트렌드가 아닌 마이크로트렌드에 있다!

by Richboy 2009. 6. 12.

 

 

 

 

 

 

블루오션은  메가트렌드가 아닌 마이크로트렌드에 있다!

 

  내가 미래학에 관심을 둔 때는 1999년이다. 그 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종말론에 의하면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된다는 끔찍한 일 년이고, Y2K 문제 즉,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2자리만을 인식하여 1900년 1월 1일과 2000년 1월 1일을 같은 날로 인식하게 되므로 예상되는 컴퓨터 장애로 인한 대혼란이 일어날 거라며 세계가 밀레니엄 버그 퇴치를 위해 어수선을 피우던 일 년 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러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었고, 의문을 떨치지 못해 진실을 파헤친다며 우연히 골라든 책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의 <클릭, 미래 속으로>였다. 종말론과는 전혀 관계없는 책, 오히려 활기차고 기대가 가득 차게 하는 트렌드 관련서였다.

 

 

  

 

  이 책은 <포춘 紙>가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언급한 바 있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앞으로 만들 제품을 구상하기 위해 찾는다는 [페이스 팝콘]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만든 책이다. 당시만 해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용어, 즉 코쿠닝, 행복찾기, 마음의 안식처, 유유상종, 환상모험, 개성찾기, 여성적 사고, 남성해방, 99가지생활, 반항적 쾌락, 작은 사치, 건강장수, 젊어지기, 소비자감시, 우상파괴, S.O.S., 공포의 기류 등 21세기 소비자의 생활 트렌드를 17가지(당시만 해도 앞으로 10년을 지배할 트렌드라고 말했는데, 신기하게도 현재까지 존재하는 트렌드 혹은 엇비슷한 것들이 언급되고 있다.)와 그에 관련된 사례, 비즈니스 아이디어 등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의 판단에는 과학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중시하고 있어서 책의 내용 역시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으로 흥미와 놀람을 반복하며 읽었다. 그 후 내 관심사는 지구종말에서 미래학으로 옮겨졌다.

 

  책 <클릭, 미래 속으로>의 마지막에는 페이스 팝콘이 트렌드를 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소스들, 즉 책, 잡지, TV 프로그램 등을 공개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내놓는 트렌드는 주먹구구식으로 뽑아낸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한 끝에 찾아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지 않을까. 하지만 난 이 대목에서 ‘미래학 관련서’를 찾아서 읽어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제품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혜안’을 얻고자 리포트를 구하는 사람들이 ‘미래학 연구자들’이란 것이다. 트렌드의 시작을 만드는 제품생산자들이 그들의 눈을 필요로 한다면, ‘미래학 관련서’는 사업과 마케팅을 하는 내가 놓쳐서는 안 될 독서카테고리였다.

 

  다시 말해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 Anatomy of a TREND>에 의하면 트렌드 확산 과정은 트렌드 결정자, 트렌드 추종자, 초기 주류 소비자, 주류 소비자, 후기 주류 소비자, 보수적 소비자의 6종류의 서로 다른 트렌드 집단에 관련된 사회적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트렌드 결정자보다 위에는 당연히 트렌드의 대상인 제품을 생산하는 트렌드 창조자 즉, 제품 생산업자(기업)이 있어야 한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트렌드라는 삼각형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부류가 바로 ‘미래학 연구자들’인 것이고 그들이 써낸 책이 ‘미래학 관련서’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 한 권 값으로 ‘미래학 관련서’를 읽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계산이었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미래학 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의견들의 교집합을 찾아낸다면 나만의 트렌드 예상도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짚어내는 미래학 관련서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점쟁이의 신통함을 살피듯 그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할까를 가늠하기 보다는 저자와 함께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과 근거 등을 함께 추적하는 것이 ‘트렌드를 읽는 눈’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다.

 

 

 

 

  그 후로 미래학 관련서라면 가능한 한 죄다 찾아 읽는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은 우선 페이스 팝콘의 책을 꼽을 수 있다. <클릭, 미래 속으로>를 비롯해 <클릭, 이브 속으로>, 그리고 <미래생활사전>까지. 이젠 10년 전의 과거의 책이 되어버렸지만, 현재에도 존재하는 트렌드도 언급되고 있으니 그들의 신통력을 확인하는 셈치고 읽으면 좋겠다. 헨릭 베일가드의 <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좋은 책이다. 트렌드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기는지, 그 탄생의 계보 즉, 트렌드는 누구에게서 만들어지고, 산간 오지로까지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리처드 왓슨의 <퓨처 파일>을 들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전 세계 글로벌 기어보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 진행방식은 SF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재미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내일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미래를 언급할 때는 ‘두려움과 설렘’을 항상 동반한다. 미래학 관련서는 그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유익하다. 특히 마케터라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도움을 받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지난 해에 나온 책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이 쓴 <마이크로 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을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 또한 매우 흥미로운 책이면서 정보화 시대에 딱 어울리는 미래학 관련서의 교본 같은 책이다. 저자는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존 나이스비츠의 <메가트렌드Megatrends>등 인간의 행동 방식의 거대한 변화를 목도하고 사실과 자료를 토대로 그것을 이해하려고 시도한 현대 최초의 사상가들의 계보를 잇는 트렌드 포착 분야의 일원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이들 과는 차별화되었음을 과감하게 말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더 이상 메가트렌드나 전 세계적인 경험으로는 세상을 이해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급속히 변화하는 생활방식과 인터넷, 의사소통수단의 다변화, 글로벌 경제체제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변형시키는 새로운 의미의 개인주의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화의 기치 아래 세상은 ‘평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무리를 따를 ’의무‘까지는 없는 60억 개의 작은 융기들이 점유하고 있다. 누군가가 아무리 엉뚱하고 색다른 선택을 내린다 해도 10만 명 정도의 동조자 내지는 같은 취향의 공유자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16 쪽)

 

  저자는 언론이나 미디어가 주도해서 여전히 만들어내서 메가트렌드인 척하는 대세들의 틈새인 1%에 주목했다. 이 시대는 더 이상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단품종 만을 만들어내는 포드의 T자형 모델의 자동차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내 취향에 맞춰 스무 가지가 맞는 옵션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스타벅스를 마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아이팟의 성공 역시 놀라운 디자인과 편한 인터페이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듣고 싶은 노래를 고르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준 데에 기인한다고 보기도 했다). 다시 말해 한 나라, 아니 온 세상은 하나의 대세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새로운 틈새들이 존재하면서 돌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1%의 틈새는 부분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트렌드로 봐야 한다. 21세기는 메가트렌드가 아닌 1%의 틈새트렌드가 이끌어가는 시대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마이크로트렌드는 ‘열정적인 주체성 집단’을 가리킨다. 기업이나 마케터 혹은 정책 입안자 등등, 좌우지간 사회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끼치려는 현재의 무리들이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니즈와 욕구를 보유한 채 성장해 나가고 있는 주체성 집단이다.”(28 쪽)

 

  이 책은 21세기의 '군소트렌드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가 지금껏 깨닫지 못하는(혹은 무시해 온) ‘소비자 시장’을 보여준다. 취향이 독특하고 까탈스러운 인간군상(여기서는 족族으로 표현하지만)을 소개함으로써 그들이 지향하는 바와 실제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켓쉐어가 얼마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퍼센티지, 매출액 등 숫자를 채용해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숫자의 채용은 이전에 메가트렌드에서 주로 사용했던 미래학자들의 직관에 의한 판단과 ‘또 차별된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전략가인 그는 숫자를 따르는 반직관적인 전략은 매번 맞아떨어지는 ’승리의 기쁨‘을 준다고 이 책에서 말했다). 지금껏 터부시하면서도 암암리에 존재하는 족族들, 사내연애족, 늦깍이 게이족, 출소자들, 유니섹슈얼, 문신족, 포르노 맨, 성인비디오게임족 등은 시선을 바꾸기만 하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에 충분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예를 들어 문신족을 살펴보자. 몇 해 전부터 인도식 문신인 헤나를 시작으로 관심을 받아온 문신은 더 이상 우리에게 ’병역기피자‘의 기피수단 혹은 ’조폭‘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십여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머리에 빨갛고 파랗게 머리에 염색을 하듯이 지금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신에 열중이다. 문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포털의 카페나 동호회들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길거리에는(특히 노출이 심한 요즘에는) 문신을 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한 곳에 문신을 한 사람들 숫자까지 더한다면 문신족의 현황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문신을 한 사람들은 많은데, 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성형외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인 문신을 유사 의료행위로 해석하여 국가가 금지하고 있어 의사가 아닌 자가 시술을 했을 시 불법시술이 되어 처벌을 받고 있어서 암시장에서 문신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타투이스트는 당당히 하나의 직업군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 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문신의 당사자는 경매에서 자신의 문신을 비싼 값에 파는 조건으로 전시회에 1년에 세 번 참여하고, 죽은 뒤 문신을 피부에서 떼어내 구매자에게 주는 것에 동의했는데, 그 가격은 자그마치 2억원 이었다. 이 문신은 벨기에 예술가 윔 델보이(Wim Delvoye)가 장장 35시간의 작업을 거쳐 완성한 매우 정교한 문신으로, 사람의 등 전체에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 이미지가 꽃, 해골, 물고기 등과 함께 컬러로 표현되었다. 이렇듯 델보이가 작업한 문신들은 세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신기술은 암암리 소문을 통해 찾아가야 하는 암시장이다. 소비자의 니즈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유사의료행위 즉, 불법으로 규정되어 문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위생상으로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고, 음성적이다 보니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타투이스트들에게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할 몸을 내맡기기도 한다. 물론 그 서비스에 대한 대가들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니 정부로서도 대단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허가받은 타투이스트들은 있는가?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이 시술을 하고 있지만, 의학에 앞서 예술 즉, 그림적 가치를 평가받는 문신의 경우는 그림 즉 ‘컨텐츠’가 우선이기에 그들을 찾기는 어렵다. 작품성도 없는 의사에게 두 배가 넘는 시술료를 주고 찾을 바엔 실력있는 타투이스트들에게서 시술받는 ‘야매’를 선택하는 실정이다.

 

 

 

 

  문신족이 세계적인 마이크로트렌드로 소개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땅에도 문신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법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시장으로서는 섬세한 손 기술과 어마어마한 미술적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한국인만의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없게 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건강과 고용증대 그리고 세수 증대를 위해서라도 타투이스트와 크리에이티브 타투 아티스트(밑그림을 그리는 사람) 직업에 대한 정부의 인정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트렌드는 나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미투자자만을 위한 카페, 골드미스를 위해 연하남을 소개시켜주는 (합법적인) 연애사업, 일광 안전sun-safe을 위한 의류 수입업, 중고교생을 위한 재테크 관련서 등 재미있는 사업적 아이디어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고(단순한 공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세도 수익성이 있음직한 제품아이템들도 찾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세로 대표되는 메가트렌드는 충분히 작위적이거나 발표와 동시에 레드오션이 될 수 있어 더 이상 오늘날의 진정한 트렌드 경향이라고 말할 수 없고, 1%의 마이크로트렌드는 찾고자 하는 만큼 발견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자 새로운 트렌드 경향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미래학 관련서를 읽는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고, ‘세계는 평평하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구체적인 숫자로 트렌드의 현황을 관찰할 수 있어 더욱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결론까지 모두 600 페이지를 넘는 책이라 보기만 해도 질릴 법 하지만, 17개 분야로 75개의 족族들을 언급하고 있어 구분해서 읽는다면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모두 읽고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언급되는 75개의 족族들을 목차에서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에 비해 대한민국 속에 존재하는 마이크로트렌드를 상당 부분 언급하고 있는 점도 특별했다. 이 책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마이크로트렌드를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얼마 전에 나온 <대한민국 마이크로 트렌드>를 곧이어 읽어볼 참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트렌드의 기조도 변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언론이 말하는 대세를 더 이상 믿지 말기를...그리고 책을 다 읽거든, 거울을 들여다 보자. 어쩌면 당신도 마이크로트렌드의 정점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