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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공부,학습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이시형 박사의 공부 잘하는 비결 여덟 가지!

by Richboy 2009. 7. 7.

 

 

 

 

 

 

 

남녀노소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공부 잘하는 비결 여덟 가지!

 

  일본에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직업은 ‘작가’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부를 때 작가라는 칭호보다는 다독가多讀家, 혹의 ‘지知의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익숙하다. 어느 정도 책을 읽었는가 하고 묻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질문이다. 일본 도쿄의 작은 동네 길가에 조그마한 삼각모양 빌딩에 사서까지 둔 ‘개인도서관(고양이 빌딩; 빌딩 외관에 고양이의 얼굴이 그려있다)’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니까. 1940년 생으로 올해 나이 일흔이 된 그는 1974년에 저널리스트로서 쓴 책<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를 시작으로 이미 100 권의 책을 넘게 쓴 다작가多作家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속 주제는 인문, 사회에 관련된 주제 외에도 우주, 뇌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넘나든다. 그래도 ‘지知의 거장’이라는 그에 대한 수식어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겠다. 세상의 지식인들이 그를 이같이 부르는 이유는 그가 지난 2007년에 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이라는 일종의 ‘독서기’ 서문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일단 이 책에 무엇을 썼는지 간단히 말해두겠다. 이 책은 나의 독서편력을, 그동안 내가 해온 작업의 역사 위에 펼쳐놓은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해온 작업이란 저술업을 말한다. 소위 뭔가를 쓰는 일 말이다. 뭔가를 쓰기 위해서는 그 전제이자 준비로서 반드시 읽는다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종종 하는 말이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입출력비(입력inout대 출력output의 비율)가 100대 1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책 한 권을 쓰려면 100권을 읽어야 하는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100권(공저 포함) 정도의 책을 썼는데, 그런 셈법에 따르면 읽은 책이 그것의 100 배인 만 권은 족히 될 것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청어람미디어, 9쪽)

 

 

 

 

 

 

  그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최소 100권을 읽는 작가이기에 다양한 주제의 심도있는 책을 쓸 수 있었다. 작가이기 이전에 저널리스트기도 했던 그는 인터뷰어로서 ‘인물’을 만나러 가면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읽거나, 그가 나왔던 기사를 모두 읽어 사전에 인터뷰할 대상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서 찾아가 취재를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의 직업을 위해 철두철미하게 공부하는 사람이다. 누구든 공부를 한다면 학생인데, 그렇게 본다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독한 학생에 속한다. 그는 ‘공부하는 독종 학생’인 셈이다.

 

  <배짱으로 삽시다>란 스테디셀러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의 책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공부를 권하는 책이다. 공부란 단어가 들어갔다 해서 이른 아침 교복입고 책가방 둘러매고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공부에서 손을 뗀 지 십 수 년이 지난 ‘청장년층’에게 말을 건 책이다. 그렇다고 노老박사의 지긋지긋하고 얄팍한 충고라고 독단해서도 안 된다. 평균수명이 날로 늘어나고, ‘지식이 밥 먹여 주는 사회’를 살고 있는 오늘날 늙지 않고, 굶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평생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건 익히 들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매일 저녁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면 마중 나온 내게 “공부 열심히 했냐?”고 제일 처음 던지시는 말씀도 그 때문인지도 안다. 하지만 이 나이 먹어서도 공부라니 ‘도대체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 책을 펼치면서 든 생각이다.

저자는 우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영어 단어나 상식 하나 더 외워서 얻은 ’스펙‘은 진짜 공부가 아니라면서 IMF와 이번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스스로 미래를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공부‘해서 ’창재創材‘, 즉 창조적인 인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뇌 세포들이 증식되고 활성화되어 젊은이처럼 생기발랄한 삶도 살 수 있다고 이유에 덧붙였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질문에는 ’무조건 열심히‘ 공부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우선 공부를 관장하는 우리의 뇌를 먼저 알고 나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과학적으로 우리의 두뇌를 어떻게 깨울 것인지, 어떤 호르몬이 정보의 입력과 숙성과 출력을 원활하게 만드는지, 공부 습관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공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오래하려면 우선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그것이 몸에 익숙해지면 함부로 끊기도, 바꾸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공부도 습관이다. 저자는 아무리 싫어도 일단 참고 ‘딱 3일만 하기’를 권했다. 3일 동안은 부신 피질의 방어호르몬이 나와 참고 견딜 수 있도록 우리의 뇌는 설계되어 있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3일이 되면 새로운 경험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도록 되어 있단다. 뇌란 장기는 참 신기하다. 그는 아무리 싫은 일도 3일씩 딱 열 번만 계속하면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는데 이것은 뇌과학의 실험적 결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뇌는 뭔가를 달성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이때 우리 뇌는 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쾌락 보수물질을 방출한다. 뇌가 우리에게 푸짐한 상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이런 현상을 뇌과학에서는 강화학습强化學習 이라고 한다. 공부를 해서 하나를 알면 기분 좋은 보상을 해 주고, 그러면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공부를 더 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 간단한 뇌의 원리를 활용하면 공부를 습관처럼 할 수 있게 된다.” (44 쪽)

 

  습관은 즐거움을 찾는 뇌의 결과물인 셈이다. 뭔가 이뤄냈다는 약간의 성취감이 뇌를 즐겁게 한다는 말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 숙제를 하고 나서 노는 아이와 잠자기 전에 숙제를 해야 잠이 드는 아이는 습관의 차이였을 뿐 숙제를 마치고 난 기쁨과 편안함을 안 것이다. 나는 다음날 수업 전 10분의 휴식시간 동안에 숙제를 하는 아이였기에 그것을 몰랐고, 그래서 성적도 젬병이었다. 공부에도 습관이 필요하고, 그 습관은 뇌의 장난이라니 왜 그걸 진작 몰랐나 싶다.

 

  공부한 내용이 저장되는 뇌를 뇌과학적으로 이해한다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심지어 뇌를 ‘속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공부 즉, 학습에 대한 뇌의 기전은 행동 - 보수물질 - 반복 - 습관 - 숙달 - 향상 - 달성 - 칭찬 이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신경세포 연결망이 증식되어 새로운 회로가 형성된다. 그리고 뉴런(뇌 신경세포)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간의 정보교환이 빨라져 이들 회로가 많고 잘 돌아가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다.

 

  특히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활용한 공부법은 주목할 만했다.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행위, 수면이나 기억, 식욕 조절 등에 관여하며 인간의 몸과 정신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기능을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온화한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공부하는데 최적의 뇌 컨디션을 만들어 주는 호르몬이 바로 세로토닌인데 그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길어야 90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30-90분 동안 집중해서 해야 하고, 펜을 놓고 일어나 물을 마시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며 잠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노르아드레날린(화를 부르는 분노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좋은 음식 잘 씹어 먹기, 배 속까지 깊게 호흡하기, 즐겁게 걷기 등이 있다. 50분 수업에 10분의 휴식시간이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내게 이 책의 핵심을 꼽으라고 말한다면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제시한 ‘제 4장 공부 테크니션의 여덟 가지 필살기’를 들겠다. 저자의 경험과 뇌과학적 이론이 겸비된 ‘공부 잘하는 비결’인데 이 부분만 읽어도 본전은 톡톡히 뽑은 셈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공부 효과 두 배로 올리는 다섯 가지 비법

 

집중의 비법 - 집중할 만한 환경을 만들고, 명상으로 뇌를 깨워라

일점 집중의 비법 - 머리를 비우고 마음에 적절한 압박을 가하라

순간 전환의 비법 - 예전 것을 잊고, 흥분된 감정을 정리하라

시간 창출의 비법 - 일찍 일어나라, 지금 바로 시작하라

휴식의 비법 - 6시간 밤잠 + 20분 낮잠, 몸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라

 

<2>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세 가지 기술

 

정보 습득의 기술

-모르면 넘어가라! 속독으로 큰 줄기 잡기

-책은 지저분하게! 밑줄 긋고 메모하고 표시하기

-저자와 개인 과외를! 가장으로 질문하고 답하기

-한 번 정독보다 열 번 속독을! 다시 읽고 새롭게 정리하기

 

정보 기억의 기술

-눈, 귀, 코, 입, 손을 동시에 자극하면 뇌 회로가 활발해진다

-기억과 감정을 연결시켜라

-적절한 스트레스를 줘라

-세 단계로 복습하라(1일-1주-1개월)

 

정보 처리의 기술

-기억을 분류하고 정리하라

-너무 자세히 기억하려 들지 말고, 디테일은 따로 정리하라

-필요 없는 정보는 과감히 잊어버려라

( 223 쪽, Keep In Mind 코너)

 

  이 책을 읽으니 칠순의 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이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외모가 무엇 때문인지 알 것 같다. 두꺼운 성경을 세 번 정도를 매일 같은 시간 직접 필사해야 제대로 성경을 외울 수 있다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도 이해가 되고, 무슨 일이든 몰입flow하면 그 속에서 기쁨을 찾게 되고 결국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릴 적 학교에서 내가 했던 공부가 무조건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매를 피하기 위한 공부’였다면, 요즘의 약아빠진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효율적인 공부법을 알려줘서 ‘기꺼이 스스로 하는 공부’가 되어야 할 터, 이 책은 비단 어른을 위한 공부법이 아닌 어린 학생들에게 권해도 좋을 법한 책이겠다.

 

  나이 들어 공부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머리가 굳어서’라기 보다는 그 누군가로부터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는 아닐까 싶다. 어릴 적 학습방법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도 일리가 있겠지만, 가르침을 내려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잔소리 삼고 가르침 삼아 내가 원하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 실력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잔소리를 듣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