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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공부,학습

이미도의 영어상영관 - 최고의 영화 속 최고의 영어명대사!

by Richboy 2009. 8. 22.

 

 

 

 

 

 

 

인기번역가 이미도씨가 소개하는 최고의 영화 속 최고의 영어명대사!

 

 

  제가 중학교 시절엔 공부를 꽤나 깝쳤나 봅니다. 요행히 시험 볼 자격이 되어 수재들이 득실댄다는 ‘과학 기술 고등학교‘란 데를 지원했습니다. 3년 치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의기양양하게 시험장에 들어섰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말았죠. 주관식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을 뿐더러 중학교 교과서는 시험범위에 50% 정도 밖에 반영되는 것도 몰랐거든요. 지구에서 천왕성까지의 거리를 구하라는 문제에는 그만 울고 말았답니다. 불합격통지서를 받기도 전에 떨어진 줄을 짐작했죠. 그래도 자존심은 남았었나 봅니다. 고등학교는 평준화 지역을 피해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학교를 지원했죠. ’불합격‘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면서 ’이마저도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무척이나 간을 졸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점 만점에 183점을 맞았습니다. 180점이 커트라인였다죠. 680명 입학정원 중에서 648등, 간신히 뒷문으로 들어가는 격으로 입학할 수 있었죠.

 

  입학과 동시에 ‘산너머 산’이란 말을 실감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입학 전에 한 번씩은 읽었다는 ‘성문기본영어’는 처음 보는 문법책이었고, 맨투맨Man-To-Man이라는 당시 첨단의 문법책도 전 처음 보는 책이었습니다. 베개만한 두께의 ‘정석 수학’을 보고는 기함을 했더랬죠. 이 뿐만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엔 다섯 가지 교과서 중에서 지역이나 학교마다 선택을 하던 때여서 모의고사 시험을 보려면 ‘5종 교과용 영단어집’을 외워야 했답니다. 단어란 것이 원래 문장 속에서 외워야 하는 게 기본일진대 책은 보지도 못한 채 나머지 네 권에 있는 ‘영단어’를 외워야 하니 가뜩이나 둔한 제 머리로는 모나미 검정색 볼펜을 하루에 한 자루씩 쓸 정도로 하루 종일 노트에 적으면서 영어 단어만 외워야 하는 나날이었답니다. 오랜 시절이 지난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니 우울해질 정도네요.

 

  이후부터 제게 ‘영어공부’라는 단어는 목 길이가 3센티미터 정도는 줄어들게 주눅이 들게 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간신히 대학을 붙고 ‘영어와는 가장 거리가 먼 학과’에 진학해서 이젠 ‘영어공부와는 정말 끝이다‘고 안녕을 고했는데, 선배들이 제대로 취직을 하려면 토익TOEIC 점수가 좋아야 한다더군요. 이젠 ’지겨운 밥벌이‘도 영어가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싶어 지긋지긋해 지더군요. 그래서 아예 ’영어공부‘와는 담을 쌓았더랬습니다. 차선책으로 조금은 쉽다는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종의 도피인 셈이죠. 그러던 중 입대를 하고 행정병으로 있었을 때 였습니다. 직속상관이었던 고참에게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청각을 통한 영어학습‘이었죠. 쉽게 말해 ’영어로 된 영화만 주구장창 보면 된다‘는 겁니다. 단, 눈으로 해석을 쫓는 대신 귀를 열고 최대한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습니다.

 

  명문대학의 영문학을 전공하는 고참의 조언이었기에 ‘무조건’ 따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헐리우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어학습법’이었죠.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 우리 외가에서 유일하게 ‘서울대’에 들어간 외삼촌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한 적이 생각났습니다. “난 말야. 고등학교 때 주말만 되면 영화관에서 살았어. 영화를 네 번을 봤거든. 첫 번째는 평소같이 그냥 보는 거야. 두 번째는 눈으로만 보는 거지. 최대한 귀를 막고 보면 효과음만 들리고 대사는 하나도 안들리거든. 그 다음 세 번째는 눈을 가리고 귀로만 듣는 거야. 세 번 정도 되면 소리만 들어도 영상이 떠올라서 배우들이 하는 말하는 입모양이 보일 정도가 되지. 마지막엔 처음과 마찬가지로 평소처럼 보지. 그 정도 되면 이 상황에서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 감독 빼고 내가 그 영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거야. 물론 영어 실력이 늘어나는 건 보너스겠지?” 그 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 줄 몰랐죠. 아무튼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전 영어 고수 고참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대 후부터 영어공부대신 영화를 봤습니다. 거의 2년 동안 ‘영어공부를 위한 영화시청’을 한 거죠. 대학 졸업반이 되니 동기 녀석들이 TOEIC 시험들을 보더군요. 큰 기대는 안했지만 저도 봤습니다. 첫 시험에 760점이 나왔더군요. 동기들 중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점수였는데, 모두 뜨악한 표정들을 짓더군요. 제가 입사시험을 볼 때만 해도 그 만한 점수면 웬만한 기업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그 후론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았죠. 정말이냐고요? 물론 믿으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제 소싯적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어서 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는 것(단, 귀를 꼭 열어둘 것)은 확실히 영어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모두 알아듣고 쓸 줄 알고 영작을 할 수 있다면 완벽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봐야 할 좋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너무나 많고, 지금도 거의 매주 한 편씩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공부에 적당하고 좋은 영화를 찾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실제적인 영어 공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죠. 헐리우드 영화를 통한 영어공부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될 만한 사람이 누굴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영화를 우리말로 번역한 번역가라면 좋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충분해 집니다. 이쯤에서 소개할까요? 헐리우드 대작 영화라면 거의 도맡아 번역을 하신 이미도 씨가 영어공부를 위해 만든 책 『이미도의 영어상영관』을 소개합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미도’라는 이름은 영화가 끝난 크레딧에 크게 박힌 이름을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어 관련 도서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지난 해 나온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나 올해 봄에 나왔던 『이미도의 영단어 타이틀매치』도 읽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영화는 애정으로, 영어는 애증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분의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이미도 씨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최근 일간지등 신문에 고정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법제처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영화와 영어를 바탕으로 ’창조적 상상력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하고 있어 이른 바 ’상종가‘를 치고 있는 분입니다. 얼마 전에는 네이버라는 포털의 ’지식인의 서재‘에도 소개된 바 있죠. 

 

 

 

 

 

  이 책은 전에 나왔던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의 개정판입니다. 오랜 산고 끝에 첫 책을 냈는데, 이런 저런 아픔(책에 잘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으로 숨겨 두었다가 내용을 좀 더 보강해서 다시 꺼내게 되었다는 후문이네요. 이 책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장르를 통합해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50 편의 작품입니다. 한 편의 영화마다 영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 키워드에 부합되는 단어와 문장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영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대로 등급과 별점, 영화의 줄거리와 명대사가 따로 소개되고요, 영어는 영어대로 키워드를 확장해 줌인, 줌업해 가면서 키워드가 포함된 다양한 영어 표현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꼭+입니다. 영화에서 꼭+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영어에서 꼭+는 꼭 알아두면 좋을, 실용성 높은 영어표현이 소개됩니다.

 

 

 

 

  이미도 씨가 가장 좋아한다는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Dead Poets' Society'로 이 책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 영화의 명대사는 이겁니다.  

 

"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그리고 즐겨라. 여러분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라."

 

“불행은 언젠가 내가 소홀히 보낸 시간들이 나한테 가하는 복수다.” 이것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남긴 명언과 비슷한 말이기도 한데요, 키팅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누차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 영화에는 그 밖에도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Words and ideas can change the world.

언어와 아이디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I stand upon my desk to remind myself that we must constantly look at things in a different way. 내가 책상 위에 선 것은 우리가 사물을 볼 때 끊임없이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걸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야”

 

“You must trust that your beliefs are unique even though others may think them odd or unpopular. 너희들의 신념은 너희들만의 독창적인 것임을 신뢰하라. 비록 남들이 그걸 이상하게 여기거나 시류에 뒤쳐진다고 생각할지라도!”

 

마지막으로 키팅 선생님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을 낭송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Now, I want you to find your own walk right now.”

“선생님은 이제 너희가 너희만의 걸음걸이를 찾길 바란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인 사립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는 키팅 선생님이 처음에는 시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과 공부가 아닌 ‘인생의 참된 진리’를 가르쳐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진면목을 알아보고는 하나 둘 씩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죠. 영화의 막바지에 키팅 선생님은 결국 쫓겨나게 되죠. 그 때 학생들이 선생님의 등 뒤에서 존경의 표시로 책상 위로 올라가 ‘선장님, 나의 선장님!Captain, oh my Captain!' 하면서 울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그래서 저자는 이 영화의 키워드를 ’존경Recpect’이라고 정했나 봅니다. 이미도 씨는 이 영화는 ‘빌리 엘리어트’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소개했더군요. 어떻습니까? 멋진 영화 소개, 영어 소개가 아닌가요?

 

 

 

 

 

  이 책은 영어 책입니다.

 단어장 속에 뒤섞여 있는 죽은 단어들의 배합이 아니라, 영화속 배우들의 대사, 즉 생생히 살아 있는 실용영어 속 단어들 중에서 핵심만을 뽑아낸 고농축 영어 책입니다. 실제로 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영어들이라 다른 영어책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듯 친절하게 보충해주는 설명글들이 마음에 듭니다. 영어공부라면 영단어장과 연습장, 그리고 펜이 있어야 그럴 법한테 달랑 ‘형광펜 하나’로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영화책입니다.

 여기에서는 목에 힘이 좀 들어가네요. 여기 50편의 영화중에서 ‘오즈의 마법사’만 빼고 모두 본 영화들입니다(힘이 들어간 이유, 아시겠죠? 흠..큼..). 장르별로 하나같이 유명한 영화, 사랑받는 대표영화들입니다. ‘이건 아닌데...’하는 작품이 단 하나도 없더군요. 이 영화들은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러브 액추얼리’도 있고요, 아직도 미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남자배우로 손꼽히는 ‘험프리 보거트’의 ‘카사블랑카’도 있네요. 탐 크루즈의 배우적 진면목과 르네 젤위거와 쿠바 구딩 주니어를 발굴해 낸 스포츠 영화 ‘제리 멕과이어’도 들어 있네요? 우리나라에서 와인붐에 일조했던 최고의 영화 ‘사이드웨이‘가 빠질 리가 없겠죠? 확인해 보세요, 없는 영화 빼고 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번역가의 영화에세이입니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자국민이 가장 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본을 다시 쓰는 사람이 번역자입니다. 영화 번역이라는 작업은 영화 장면의 한 컷 한 컷에 맞게 대사를 넣기 위해서는 많이 압축도 해야 하고, 영어식 표현을 우리 식으로 순화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번역한 영화에 대해서는 대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영화를 만드는 스텝 중 한 사람이 본 영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헐리우드 명작 50 편을 번역가인 이미도 씨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목과 대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는 것은 책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이 될테고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봤던 영화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다시 한 번 그 영화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표현되었던 영어대사들을 직접 눈으로 귀로 찾아보고 싶어 집니다. 이 정도면 ‘영화라는 시청각을 통한 영어교재’로서 손색이 없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익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머리와 가슴 속에 뭔가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헌즈라는 일러스트 작가가 그린 올컬러의 영화 패러디 포스터들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 작품들 이후의 50 편을 모아 2 탄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어공부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고, 보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