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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창의력·기획력

기획서는 한 줄 - 최고의 기획서는 글빨로 영상을 보여주는 기획서다!

by Richboy 2009. 8. 24.

 

 

 

 

 

 

 

최고의 기획서는 글빨로 영상을 보여주는 기획서다!

 

  요즘 ‘기획‘은 더 이상 기획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의 모든 부서, 심지어 개인적인 커뮤니티까지 ’미래의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구상한다면 ’기획안‘을 만든다. 문제는 하루에도 ’기획‘이란 말을 몇 번을 듣고, ’기획회의‘에 참여하고, 기획안을 만들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참여하는 사람들이 기획이 뭔지 확실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더욱 곤란한 것은 내가 넘긴 기획안을 검토하고 심사해야 할 ’상사‘ 역시 기획이 뭔지를 확실히 모른다는 데 있다. 종종 기획의 본질은 제쳐두고 기획안을 꾸미는 성의, 다시 말해 ’내용‘을 따지기 전에 먼저 ’형식‘에 치중하는 상사들이 의외로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해 ‘기획부’에 있으면서 모시던 이 부장님이 딱 그런 상사였다. 회사에 있기 전 직업군인이었던 그 분은 시쳇말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뽀대‘있는 기획안을 올려야 제안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흠, 한 번 읽어볼까?‘ 말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도 박 부장님이 원하는 형식을 갖추고 내용을 채우기가 귀찮아 일부러 입을 다물었던 적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린 그림‘을 적극적으로 내보이고 설명하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나 뿐 아니라 동료들 모두 같은 입장이었기에 회사로서는 얼마나 큰 손실이겠는가?

 

  책 <기획서는 한 줄>기획의 본질을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가 멋진 기획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사례들을 찾아 직접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떤 기획이 있었는가?’를 추적 했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기획의 정의와 내용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성공사례를 통해 ‘기획’을 역추적 함으로써 ‘성공을 이끄는 기획이란 어떤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답을 내는데 노력한 책이다. 저자는 출판 편집자, 미술 프로듀서 등을 거쳐 지금은 논픽션 작가로 일하고 있는 노지 츠네요시野地秩嘉 이고, 원제목은 企画書は1行 이다.

 

 

 이미지 출처: Flickr

 

  이 책의 제목처럼 정말 기획서는 단 한 줄이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 저자는 ‘진짜 기획다운 기획을 담은 기획서'면 ’단 한 줄‘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저자의 이 말은 형식에 치중한 수십 장의 기획서보다 달랑 한 장이라도 임팩트가 강하다면 그것이 더 훌륭한 기획서라고 말하는 패트릭 G. 라일리의 기획 분야의 베스트셀러 THE onE PAGE PROPOSAL(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한 장 짜리 기획서‘를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단 한 줄‘이라니...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획서의 목적’이란 원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것, 다시 말해 결국은 상대방이 ‘그것 참 재미있는 기획이다. 한번 해보자’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러한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는 데에는 상대방에게 기획의도가 한 줄 혹은 한 단어로 각인되어 성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에 콱 박히는 한 줄,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단 한 줄이야말로 기획을 실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식인상어 영화 ‘죠스Jaws’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의 최초 기획은 바로 ‘미녀가 상어에게 위협받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프로듀싱한 사람은 미국 영화계에 거물 부자父子 대릴 자누크의 아들 리처드 였는데, 이들 부자가 가지고 있는 기획 철칙이 ‘영화를 홍보할 때는 한 줄로 할 것!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다면 영화는 히트할 수 없다’였다. 이처럼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 자동차 기업(토요타), 음식점, 일본축구협회JFA, 동물원 등 단 한 줄의 기획으로 성공한 프로젝트를 가진 기업을 직접 인터뷰하며 이들 18 편의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한 ‘한 줄의 기획서’는 과연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두꺼운 것을 좋아하십니까?‘라는 일본 TV 프로그램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일반인들이 좀처럼 읽어본 적이 없을 법한 두껍고 난해한 책을 해설하는 방송이 있었다. 이 방송의 캐치프레이즈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책들을, 세상에서 가장 쉽게 읽어주는 TV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송이 있게 한 기획은 바로 ’자넨, 키르케고르도 읽어본 적이 없나?‘ 하는 질문이었다.

 

  긴자 거리의 어느 가판대에서 타코야키(일본식 문어빵)을 팔고 있던 야나세 도시유키가 ‘도쿄 에비스’와 ‘타코’라는 음식점의 사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평생 포장마차나 끌 순 없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추위를 타지 않는 따뜻한 가게를 갖고 싶다’는 기획안이 그에게 돈을 투자한 ‘스폰서’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린맥주의 츄하이(과실소주)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면서 뜰 수 있었던 기획은 ‘그녀의 방에서 늦은 점심, 파스타를 먹으면서 꿀꺽꿀꺽’이라는 한 문장이었고, 일본 산토리 건강식품사업부의 참깨 성분 제품 ‘마카’를 성공하게 한 한 줄의 기획은 ‘산토리! 우리 아들 포동포동, 동맥경화에도 탁월한 효과’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한편 이미 대중화된 전제레인지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시장을 모두 석권한 샤프의 워터오븐 ‘헬시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기획은 ‘물로 굽는다’는 기발한 한 줄의 기획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한물간 엔카(트롯트) 가수들이 인기 절정의 스타로 군림하면서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돌 수 있었던 기획은 ‘그리운 것이 새로운 것이다’는 한 줄의 기획 때문이었다.

 

 

이미지 출처: Klickr 

 

 

  이처럼 단 한 줄의 기획서는 아이디어가 되어 기존의 시장에는 없던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동력을 제공해 시장을 석권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식의 전환을 계기를 마련해 기존의 시장을 재편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줄의 기획서로 자신을 거듭나게 하는 ‘자기계발의 수단’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성공 사례들은 결론적으로 기획서란 그 형식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가득한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정권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설득력’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기획서는 상대방에게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안내지도이고, 결과적으로 GO 사인을 받기 위한 서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 줄의 기획서’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우선 기획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본인이 하기 싫은 것을 적은 기획서는 실현될 수 없고, 실현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상대방이 ‘보고 싶다, 읽고 싶다’ 그리고 ‘그 기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획을 짧은 말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용을 압축해서 한 줄로 만드는 표현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단 한 줄에 자신이 가진 생각, 감수성, 아이디어 등 가능한 모든 재능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요타자동차의 사례처럼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체험하면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타코’의 사장처럼 훌륭한 기획서를 쓰기 많은 소설과 논픽션을 읽으면서 호소력이 짙은 단어와 표현을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축구 J리그 아카데미를 기획한 가와부치는 기획서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대의 주안점은 첫머리에 한 줄로 써라. 그것뿐이다. 읽은 사람이 단 한 줄로 당신의 기획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기획서는 없다. 다음은 내용 설명인데, 설명할 내용을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로 나눠라. 기획서에 쓰는 것은 대분류와 중분류 정도로 충분하다. 더 자세한 것은 특별히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만 싣는다.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기획서의 요령이다.”

 

  한편 저자는 기획서를 쓸 때에는 ‘읽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항상 읽는 사람을 상정해서 논리를 전개하고 문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보일 기획서는 상사가 기획서를 읽는 모습을 생각하며 그를 설득하기 위해 작성해야 하고, 동료들을 위해서 작성하는 경우에는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며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서의 포인트로는 기획서는 결기승結起承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서류인 기획서는 가능한 짧게, 임펙트 강한 말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론을 앞에 가져오는 결기승 전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기린맥주의 쥬하이(과실소주)캔 ‘효게츠氷結’라는 히트상품을 개발한 와다 도오루씨의 말에서는 기획서를 쓰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다. 기획의 시작을 이렇게 한다면 결과는 나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말이었다.  

 

  “기획서는 모두 나 자신을 향해 쓴 것이다. 쓴다는 행위를 통해 머릿속이 정리가 된다. 울림이 좋은 단어를 문자로 정착시키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 울림이 얼마나 좋은지를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또 종이에 문자를 떨어뜨릴 때(글을 쓸 때), 새로운 아이디어의 놓쳤던 부분도 보이게 된다. 내 기획서는 기획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나 개발팀에게 보이기 위한 시안 같은 것이다. 상사나 경영진에게 보이는 문서는 제안서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포맷이 있다.” (46 쪽)

 

  결론적으로 성공하는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을 설득시키기에 앞서 나 자신을 먼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서를 만들어가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작성이 끝나면 임펙트가 강하고, 표현이 풍부하고 호소력 짙은 단어를 찾아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짧게 압축시켜야 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상대가 쉽고 빠르게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기획서가 완성되는 순간인 것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에서는 ‘상대를 움직였던 단 한 줄의 기획서’의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단순히 한 장의 서류가 아닌 ‘한 장의 그림’으로 만드는 것이 기획서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성공을 부르는 기획서를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OK가 떨어지는 기획서는 상대에게 ‘한 마디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자신의 기획을 상대방의 머릿속에 영상으로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 줄의 기획서를 만드는 법’은 일단 ‘머릿속에서 뚜렷하게 영상화시키는 법’이라며, 키워드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기획서를 정리하지 말고, 기획의 완성형을 디테일까지 영상화한 후에 펜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성공을 부르는 기획서는 최신정보를 섭렵하고 지식이 가득한 소수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저지르고 싶은 일’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만들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양한 기획안의 성공사례를 통해 상대를 움직이는 기획서는 ‘기획자의 생각이나 마음을 비주얼로 보여줄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순간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현실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형식과 절차를 걸쳐 상사의 기호에 걸맞는 것들이었을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공을 부르는 기획서를 만나기 위해서는 ‘기획서’를 읽는 상대방 또한 마음을 열고 기획자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쓰는 자세가 필요하고, 기획자의 말과 글을 ‘영상화’ 시킬 수 있는 상사의 능력 또한 요구된다. 이 책은 ‘기획서를 한 줄로 쓰는 방법’과 함께 ‘실전 기획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기획관련 분야의 마무리는 이 책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