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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철학·예술·교양

도시 읽는 CEO - 도시 전문가 김진애의 세계 도시 이야기

by Richboy 2009. 9. 11.

 

 

 

 

 

 

도시 전문가 김진애의 세계 도시 이야기

 

  "문제없는 도시란 이 세상에 없다.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도시에 나타난다. 도시란 온갖 것이 다 모여드는 공간이다. 도시란 삶터이자, 일터이자, ‘놀터’다. 사람들이 모이고 물자가 모이고 정보가 보이고 일자리가 모임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흥밋거리들이 모여 들고, 그 모인 모습이 흥겹고 쓸모 있어서 사람들이 또 모인다.

그래서 도시는 애증의 대상이다. 그래서 도시는 참 복잡한 복합체이자, 참 헤아리기 어려운 복잡계다. 하지만 그래서 도시는 끝없이 흥미로운 주제다.“ (4-5 쪽)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읽는 CEO>는 ‘인간이 만드는 최고의 문화형태’인 도시와 인간(엄밀하게 말하면 저자)과의 관계를 통해 독자에게 사물이나 당면한 일에 있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자 한 책이다. 다시 말해 도시 전문가가 바라본 세계의 도시들 사이에서 비슷한 성격과 관련성이 있는 도시들을 묶어 그들을 살펴봄으로써 독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하고(호기심), 성찰하며 선택하고(선택), 그 속에 깊이 빠져(기쁨) 종국엔 주제를 넘나들며 상상할 수(상상)’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저자의 의도를 떠나 이 책은 딱히 도시를 ‘즐기려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는 세계의 도시가 주는 독특한 개성을 짐작하게 했다.

 

 

 

 

  저자는 도시가 사람과 닮았다고 보았다. 사람이 사는 비교적 큰 영역으로 본 것이 아니라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동성을 살펴 도시를 의인화한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종로통은 낡은 사진의 이미지이고, 자신이 살던 서울을 벗어난 첫 도시 전주는 초록이 주를 이루는 수채화의 풍경이다. 유학차 떠난 이역만리 낯선 땅 미국의 첫 모습은 무섭고 두려웠지만, 불꽃놀이를 터뜨리는 그곳은 황홀했다. 도시 느끼기의 공통점은 어디에나 처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한 번만 본다면 첫 인상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그곳을 자주 가 보고, 오랜 시간 머물며 지내본다면 그곳만이 가진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보는 모든 사물이 그렇고, 대하는 모든 관념과 문제가 그렇듯이...

 

  이 책으로 도시를 배운다. 내겐 두 세 글자의 이름뿐이던 도시가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 평소 가 보고 싶었던 도시는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도시’가 되고, 만약 가게 된다면 필히 들리고 싶은 곳도 생겨났다. 건축과 역사, 그리고 영화와 책을 엮어 풀어나가는 도시의 설명으로 도시들은 이야기를 지닌 유기체로 변했다. 도시를 배움과 더불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저자의 열정도 배우게 되었다. 태어나서 세상을 인지하게 될 때 있었던 것들은 모두가 당연하다. 도시도 그랬다. 그래서 내게 도시는 ‘공존’이다. 하지만 도시 만들기를 꾸미는 저자에게서 도시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할 수 있고, 버림을 받으면 폐허로 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인간 역시 도시가 갖는 성격에 의해 지배됨을 배웠다. “인간을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는 말처럼...

 

  낯선 도시로의 여행길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도 같을 것이다. 도시 전문가가 말하는 도시와 사람이야기, 김진애가 오랜만에 이야기하는 건축이야기라서 좋았다. 게다가 산문이어서 세계의 도시마다 가이드를 받는 기분이 들어 더욱 특별했다. 일반적인 도시 여행기와는 다른 특별한 도시성찰기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