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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영마인드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경영학도들의 경영입문서!

by Richboy 2009. 9. 28.

 

 

 

 

 

 

 

이 책은 세계 대학 경영학도들의 경영입문서로 부족함이 없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꾸준히 한 가지 일만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뤄낸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이 말은 <열자列子> 탕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기주 남쪽과 하양 북쪽에 둘레가 700리나 되는 거대한 두 산이 있었다. 나이 아흔에 이른 우공이란 노인이 산에 가로막혀 멀리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자식들과 의논해 산을 옮기기로 했다. 한 삽 한 삽 퍼낸 흙을 발해만까지 한 번 운반하는 데 일 년이 걸리는 무모한 짓(?)에 친구들이 비웃으며 만류했다. 그러자 우공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으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지 않겠는가?”

 

자신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고자 자자손손 운운하며 산을 옮기고자 하는 우공의 깊은 뜻을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감복하여 힘이 센 신하들을 시켜 산을 번쩍 들어 옮기게 했다고 한다.

 

  작금의 비즈니스현장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세상이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현장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임시방편의 잔꾀나 권모술수로 이른 성공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성공의 잣대도 상상할 수 없는 큰 성공이어야 하고, 그것도 최단기에 이룩한 성공이어야 성공이라 말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폐단은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과 CEO를 유능하다고 인정하는 투자자들의 조급함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투자한 이후 한 번도 배당금을 받지 않고, 다시 재투자하고 있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자들을 본다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원칙에 기초한 경영전략과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듯 성실하게 비즈니스를 펼치는 비즈니스맨을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자’로 매도하는 비즈니스 풍조가 만연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전설적인 열 명의 CEO들을 한데 모은 책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고 살피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 다시 한 번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이 책은 전 세계 주요대학의 경제학도에게 필독서가 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썼던 토드 부크홀츠가 쓴 책이다. 원제목은 New Ideas from Dead CEOs: Lasting Lessons from the Corner Office 이다.

 

 

 

 

  이 책은 위대한 CEO들의 작은 평전이다. 은행업의 대중화를 이끈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 IBM을 만들어낸 토버스 왓슨 부자父子, 화장품의 대중화의 주역 메리 케이 애시, 화장품의 품위를 높인 에스티 로더, 대중매체를 만들어낸 데이비드 사노프, 맥도널드의 전설 레이 크록, 소니의 아버지 아키오 모리타, 어린이의 우상 월트 디즈니, 할인점의 대표주자 월 마트의 샘 월튼 등 토드 부크홀츠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위대한 CEO들을 찾아내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게 한 ‘힘’을 찾아내었다.

 

  토드 부크홀츠이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여느 책의 저자와 달랐다. 오늘날의 영광보다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게 된 여정과 순간에 주목했다. 긴 역사를 두고 봤을 때 승승장구했던 시티은행이 한 해 만에 뉴욕발 금융위기로 사실상 ‘국영화’되는 것처럼 ‘오늘의 영화로움’은 한낱 ‘순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음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등장하는 기업들을 통해 21세기의 트렌드를 생각하기 보다는 20세기를 풍미했던 세계적인 기업의 CEO(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창업자)들을 통해 ‘기업을 세움’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그리고 평생을 바쳐 기업(회계학상으로는 법적인 인격을 갖춘 법인法人)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알려주고자 했다. 책 속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창업자는 죽고 없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 않은가? 이것만 봐도 죽은 CEO의 영향력이 ‘죽은 관우’ 못지 않음을 알 수 있다.(참고로 오늘날 기업의 평균 수명은 10 년이 채 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100 년을 이어온 기업은 열 손가락 안쪽에 든다)

 

  창업 분야기 각기 달랐던 이들 10 명의 비즈니스 리더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열정이다. 이들 모두 CEO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거듭했다. 이들은 비슷한 업종에서 최초의 기업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쟁자들의 훼방과 조롱 섞인 비웃음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파산과 빚더미 상황의 위기에서도 굴복하지 않았고, 작은 성공에서도 안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뜻하고자 한 바를 이룩하려는 열정과 자신의 에너지를 믿는 ‘자존감’에 있었다.

 

  죽은 10인의 CEO의 두 번째 공통점은 재능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고, 그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처음 배우가 꿈이었던 ‘월트 디즈니‘가 그 만의 캐릭터였던 토끼 캐릭터 ’오스왈드‘를 그리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미키 마우스로 거듭 창조하지 않았더라면 디즈니 랜드와 디즈니 월드는 없었을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에도 밥을 굶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게 자란 아키오 모리타가 대대로 내려온 가업인 ’사케(일본의 술) 제조업‘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이 ’소리를 전파하는 기계‘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노력한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죽는 날까지 썩히지 않았다. 그들은 풍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까지 일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룩하기 위해‘ 일을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공통점은 행운이었다.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행운’을 만나게 된 것은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사를 입사하려던 데이비드 사노프는 ‘엉뚱한 사무실’의 문을 두드려 무선전신을 발명한 굴리엘모 마르코니를 만나 미국을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선두주자로 만들었고, 레이 크록이 캘리포니아 주 사막을 니난 샌버나디노에 있는 괴상한 팔각형 모양의 햄버거 가게을 알게 되어 맥도널드 형제로부터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52 세에 따게 된 것도 거의 평생을 프랜차이즈를 할만한 아이덴티티(identity 유일무이한 고유성)을 찾아 헤맨 덕분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편으로는 무식하고, 한편으로는 순진한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결코 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자신이 꿈꿔온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파우스트>의 멤피스트에게 영혼이라도 팔려 했던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면 오늘날 CEO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독자로서 이를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풍부한 지식과 통찰력을 지닌 저자가 죽은 CEO들의 사례를 소개할 때마다 오늘날의 기업과 CEO들의 사례를 비교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즉답형식으로 제시하고 있어 읽어나가면서 답을 얻게 된다. 저자만의 관심에서 대답한 것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거나 ‘이 사람아, 그건 당신 생각이 틀렸지!’하며 반박하고 싶은 케이스들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부분을 독자가 새로 재인식하게 하는 공간으로 배려해 두었다고 억측한다면 너무 우호적인 시선이 될까?

 

  오늘날 인구에 회자되지 않는 CEO들의 평전이어서 자칫 지루해지거나, ‘So What?' 즉, ’그래서 이들이 한 일이 오늘날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법한 이야기들을 토드 부크홀츠만의 독특한 구성과 필력으로 재미있고 쉬이 읽히게 했다. 그의 전작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세계 대학 경제학도의 입문서‘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세계 대학 경영학도의 입문서‘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다.

 

  이 책에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죽은 CEO의 살았있는 아이디어>의 경영인들은 온전히 ‘기술자’ 집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무지렁뱅이라는 것이다(나중에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따로 공부를 한 CEO가 있긴 하다). 하지만 100 년 남짓한 ‘경영학’의 근본이 이들이 만들어낸 기업의 역사 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CEO의 근본은 ‘경제 경영학’ 학위를 얻거나, MBA를 취득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소 뛰면서 얻어내는 ‘일체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경영학에 있어 진정한 CEO 학습은 책상물림 이론가들의 ‘경영이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땀과 노력을 통해 현장’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광우병과 미국을 주축으로한 글로벌리즘의 상징이 되어 최근 10여 년 동안 냉대받았던 맥도널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을 거론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야말로 오늘날의 프랜차이즈를 있게 한 ‘장본인’이자, 요식업의 표준을 이끌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이 크록’을 읽으면 점포수가 가장 많으면서도 가장 천대받는 국내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나아갈 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레이 크록에 집중한다고 해도 리뷰를 쓸 만큼 유익했다).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세워 은행의 대중화를 이끈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를 알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일반에게 배포한 데이비드 사노프를 만난 점도 유익했다.

 

  한편 소니의 이키오 모리타에 대한 토드 부크홀츠의 평가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가 10 명의 CEO 중에서 유일하게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그러면 그렇지’라고 인정할 법도 하지만 일본을 전혀 가지 않고 일본에 대해 글을 썼음에도 지금까지 가장 일본에 대해 잘 이야기 한 책으로 손꼽히는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갈 길을 잃은 소니Sony 호에 대한 저자의 우려에는 같은 공감을 한다. 소니의 오늘같은 부유浮游는 창업자가 가졌던 ‘기술자적 마인드’가 결여된 까닭은 아닐까? 그 마인드를 스티브 잡스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언해주고 싶다.

 

  이 책은 위대한 경영자들의 작은 평전이자, 살아있는 경영학의 역사서다. 재미있고 쉬이 읽히는 면에서는 최고로 꼽고 싶다. 게다가 경영적 교훈과 가르침을 전하는 친절함에도 여느 경제경영서에 비해 단연 손꼽힌다이 책으로부터 얼마나 깊이 배우는가 하는 점은 이제 독자의 몫이자 역량이다. 토드 부크홀츠가 엮어내는 ‘21세기 살아있는 CEO'의 이야기도 기대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죽은 CEO들의 이야기도 이처럼 엮여진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