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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2010년 6월19일자 경향신문 북섹션 <책으로 읽는 경제>에 실린 리치보이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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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핑snooping하면 애창곡 10개만 알아도 ‘성격’ 엿보인다 ?!
추리소설 중 최고는 단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이다. 위대한 탐정 홈즈가 왓슨과의 대화를 통해 범인의 성격이나 직업 등을 추리하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다른 소설이 주지 못하는 감탄과 최고의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늘 호기심이 넘치는 눈매로 사물과 현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짚어내는 명탐정 홈즈의 능력은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탐나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스눕>(한국경제신문)을 읽는다면 당신도 홈즈의 눈매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리학 교수인 저자 샘 고슬링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물건을 엿보는 것(스누핑)만으로도 사람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격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사람의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상대의 성격을 잘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지니고 있다며 스누핑을 통하면 그 속에서 상대의 행동뿐 아니라 성격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사무실에 비치된 가구들의 배치나 수집품, 책장, 사진 등을 통해 그가 개방적인지, 보수적인지, 고지식한지, 융통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자기 정체성 주장’과 ‘감정조절 장치’, 그리고 ‘행동양식의 잔유물’이라는 3가지 개념에 기초해 스누핑하는 법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또한 상대의 성격과 내면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가 나를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보게끔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가 제시하는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은 단순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상대가 좋아하는 노래 10곡만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음악이라는 정보만으로도 정확히 상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는 정말 섬뜩하기까지 하다. 나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의 진솔한 내면을 공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상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는 바로 개인 홈페이지(미니홈피 등)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있는 이곳에 얼마나 솔직한 모습을 담았을까 싶고, 조금은 과장되고 꾸며진 모습을 노출하지는 않을까 의심도 되지만, 저자는 타인이 홈페이지를 통해 느끼는 인상은 자신이 보이고자 하는 모습보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압도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설령 자신을 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홈페이지를 꾸몄더라도 상대는 정확하게 진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스누핑’을 통해, 물건과 공간을 통해 상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선택이나 모습, 행동은 모두 성격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깨닫고 조심하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스누핑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완독한다면 최소한 점쟁이의 신통함과 셜록 홈즈의 통찰력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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