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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소설! - 심홍(노자와 히사시, 예담)

by Richboy 2010. 7. 23.

 

 

심홍

 저자 노자와 히사시 | 역자 신유희 | 출판사 예담

 

 

  제 2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심홍』은, 2008년 방영한 SBS 인기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소설 작가로 유명한 노자와 히사시의 대표적인 유작이다.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 죽임을 당한 측과 죽인 측이 실은 같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슬픈 현실을 담았다. 참혹한 범죄의 폐해로 인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두 동갑내기 여자의 삶을 치밀한 플롯과 섬세한 필치로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읽는 이를 전율케 하는 전반부의 참극 묘사는
25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제2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
<연애시대> 노자와 히사시의 걸작 미스터리


  일가족 살인 사건이라는 참혹한 범죄, 그리고 남겨진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 잔인한 인연으로 얽힌 양자 간의 증오의 윤회를 끊어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제2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인 『심홍』은, 2008년 방영한 SBS 인기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소설 작가로 유명한 노자와 히사시의 대표적인 유작이다. 『파선의 맬리스』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연애시대』로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한 노자와 히사시는 미스터리 스릴러에서부터 경쾌한 로맨스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와 문체를 넘나들며 일본대중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며, 소설뿐 아니라 ‘잠자는 숲’, ‘얼음의 세계’ 등 유명 TV 드라마와 영화 작가로도 활약했다. 2004년 44세의 나이에 돌연한 자살로 생을 마감해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잠든 노자와 히사시.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탄탄하게 짜여진 스토리 구성과 인간의 심층을 파고드는 치밀한 묘사,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돋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심홍』 역시 참혹한 범죄의 폐해로 인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두 동갑내기 여자의 삶을 치밀한 플롯과 섬세한 필치로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가족을 죽인 살인자의 딸,
그녀와 나는..... 마주한 거울처럼 닮았다


  일가족이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일그러져 살해된 날 밤. 수학여행 떠났던 초등학교 6학년생 가나코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성장해간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스무 살 대학생이 된 가나코. 그러나 8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가족들이 겪었을 공포와 고통을 상상하며 예의 ‘네 시간’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든 나날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범인에게도 자신과 같은 또래의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정체를 숨기고 범인의 딸, 미호에게 접근해 분노의 화살을 겨눈다. 그러나 가해자의 딸인 미호 또한 아버지의 살인죄로 인해 가나코 못지않은 고통과 체념 속에 살아가는데…….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
죽임을 당한 측과 죽인 측이 실은 같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슬픈 현실


  어쩌면 영원히 지속될지 모를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무척이나 닮아 있다. “나만 살아남아서 미안해”라며 하늘을 향해 눈물짓는 가나코. “나도 죽이면 돼”라며 분노에 찬 한숨을 짓는 미호. 그 둘은 마주한 거울처럼 닮아 있어 더욱 슬프다.
  일가족 넷을 무참히 살해한 범인 쓰즈키 노리오. 하지만 그가 흉악한 범죄에 이르게 된 동기는 다름 아닌 가나코의 아버지이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고,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그들. 사회와 법률의 심판으로 누가 옳고 그른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가름 날 수 있을까.
  가해자의 딸인 미호에게 살인이라는 원죄를 지우고 남은 인생을 죄의식으로 살아가게 만들고 싶었던 가나코는 미호 역시 자신과 같은 고통으로 이어진 피해자임을 깨닫게 된다. 닮은꼴의 두 사람은 과연 잔인한 운명의 쇠사슬을 끊어내고 진정한 새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심홍』은 도입부부터 긴박감 넘치게 전개되는 정경묘사가 압권이다. 이토록 흡입력 있는 전개는 보기 드물 정도다. 1장의 사건 전개 후 펼쳐지는 2장의 시점 전환 또한 탁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미호의 주위를 맴도는 가나코의 복잡다단한 심리묘사가 펼쳐지는 중반부부터는 인간의 잠재되어 있는 본성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여지없이 발휘된 대목이다.

『심홍』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작가 다카하시 가쓰히코 씨는 이 작품을 읽는 순간 “이번에는 『심홍』이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회는『심홍』이다. 만약 제외될 것 같은 분위기로 흐르게 되면 끝까지 응원 연설에 나설 심산이었다. 그만큼 나는 이 작품, 특히 2장까지의 긴박감에 압도당해 있었다. 심사평 중에 나는 ‘같은 글쟁이의 눈으로 보면’이라고 썼었다. 만약 내 자신이 쓴다 하더라도 이 2장까지의 긴장감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불가능하다. 가히 독보적이다.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지점에 도달해 있다. 그것을 창작자인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 어쩌겠냐는 심정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2장까지의 팽팽한 긴장감이 3장부터는 서서히 잦아든다. 전무후무라 해도 좋을 대립구도가 평범한 일상으로 확산되어 간다. 결말은 서두의 처참함을 떠올리면 믿기 힘들 정도로 평온하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읽는 이를 전율케 하는 전반부의 묘사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후반부가 60점이라 해도 전반부는 250점이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단언했다.”
(중략)


  “2장까지의 성공적인 반응을 노자와 씨 자신이 몰랐을 리 없다. 이 열기와 광기를 끝까지 가져간다면 엄청난 걸작이 완성될 것을 알면서도 노자와 씨는 최초의 구상을 무너뜨리는 일 없이, 소녀들의 일상으로 붓끝을 옮겨 나갔다. 인간의 광기가 싹트게 되는 계기, 겁먹으면서도 뒤돌아서지 못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는 과정 등을 공들여 쌓아나간 것이다.

  노자와 씨가 쓰고 싶었던 것은 마음속에 깊은 어둠을 숨긴 두 소녀의 갈등과 성장이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눈을 가리고 싶어질 만한 참극이 묘사된 서두에 비해 두 소녀가 일으키는 사건이 턱없이 약하게 느껴질 테지만, 두 소녀에게는 일생을 걸어야 하는 커다란 문제였다. 그 망설임을 뿌리치는 요인으로서 결국은 서두의 참극이 연관 지어진다. (중략) 시점을 바꾸어 보면, 두 소녀 사이에서 생겨나는 긴장은 오히려 전반부를 능가한다 해도 좋을 정도다. 작은 사건 하나가 전반부의 참극보다 더 무겁게 다가온다. 압도당할 만큼 마음 속 어둠의 깊이가 전해져 온다.”
-다카하시 가쓰히코

  전반부에서 사건 자체를 파헤치고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중반부터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삶을 그려내는 데 힘이 실려 있다. 참혹한 범죄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확인해나가는 담담한 전개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작가가 그리고자 한 것은, 범죄의 상흔을 딛고 일어나 재생을 꾀하는 두 소녀의 갈등과 반목, 용서와 화해이며 그러기 위해 전반부는 이야기를 굴려나가기 위한 엔진 점화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압도적인 스토리 구성과 심리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이만한 흡인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리라.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묵직한 여운이 남을 만큼 내면의 어둠을 바닥까지 파고들어 ‘직시하고 싶지 않은 인간 심리'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 말 그대로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기적적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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