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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완벽한 가격 - 싼 가격만 좇는 당신은 ‘저가 노예’

by Richboy 2010. 9. 2.

 

 

 싼 가격만 좇는 당신은 ‘저가 노예’

 

 

  휴일 오후 현관문을 나올 때 내가 사려고 했던 물건은 ‘라면 한 봉지와 1 리터짜리 우유 한 통’ 이었다.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하던 중 ‘과자와 빵 그리고 주방세제’가 필요하다는 집 전화에 나는 걸어서 십여 분 거리의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이유는 단 하나,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두 손으로도 모자를 만큼 물건을 한아름 샀기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야 했다. 내가 사들인 물건들은 모두 오늘 아니면 절대로 그 가격에 살 수 없을 만큼 싼 가격이었다. 대형마트를 나서면서 횡재를 한 기분을 느끼며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도대체 물건 값을 얼마나 아낀 거야?’ 휴일 저녁을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이렇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보스턴 대학교의 과학저널리즘학 교수이자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 엘렌 러펠 셸은 책 <완벽한 가격CHEAP>(랜덤하우스)를 통해 내게 ‘당신은 결코 절약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절약은커녕 오히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을 대형마트의 상술에 속아 대책 없이 사들였으며, 택시비를 포함해 황금 같은 휴일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알려준다. 어디 그 뿐인가? 나의 충동적인 대형마트행은 영세 중소기업의 폐업과 단순노동자의 퇴직을 도울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이 책의 해제를 통해 나의 할인 매장 쇼핑행태는 ‘착취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할인에 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집중 탐구한 책으로, 부제는 the cost of discount culture ‘할인 문화가 일으키는 고비용’이다.

 

 

 

 

 

  어느 정도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나도 알고 있었다. 생산자와 상인을 돕고 나아가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래시장을 찾아야 하고, 영세상인들의 물건을 팔아줘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익히 안다. 내가 대형마트를 찾으면 생산자나 소비자,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유통 자본만이 대부분의 이득을 가져간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외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쇼핑이 편리하고, 사고자 하는 물품이 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싸기 때문이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는 말도 있잖은가? 게다가 지금껏 모아놓은 포인트는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쇼핑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 정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독자 역시 만약 완독을 한다면 그 누구라도 소비변화를 위한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이다. 저자는 역사, 사회학, 마케팅, 심리학, 경제학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를 통해 ‘싼 가격’이라는 시스템이 소비자를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파헤쳤다. 또한 대형할인매장의 불편한 진실과 ‘할인’ 속에 숨겨진 비밀도 폭로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세워지더니 아예 전국을 덮으면서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지역사회의 재래시장과 소매점들은 문을 닫게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창조적 파괴 즉, 구 산업구조에서 신 사업구조로의 변화라며 이는 자본주의 본질이라고 말하지만 오늘날 할인 시대의 창조적 파괴는 균형을 잃어버린 파괴만 있을 뿐이다.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대형할인점들은 실은 제조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는 21세기 할인시대의 최대수혜자다. 대형할인점들은 영세상인의 설 자리를 빼앗고, 지역사회에서 부를 앗아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을 몰락시켰으며 숙련된 근로자들을 단순한 업무의 점원과 계산원으로 대체시켜버렸다. 한편 대형할인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규모의 경제 즉, 대량구매의 기회는 제조업체의 우위를 능가해버려 중요한 것은 생산이 아니라 유통 그리고 판매가 되어버렸다.

 

 

  한편 소비자들은 이들 거대한 괴물이 제공하는 ‘할인’이라는 마법의 단어에 빠져 벗어나질 못한다. 혹여 할인상품을 구입했다면 몇 푼 아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정작 이보다 중요한 더 좋은 제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다양성과 품질, 그리고 내가 구입을 하기까지 고민하며 들인 시간에 대한 비용은 과소평가 해버린다. 그리고 지갑은 소비를 통해 이미 텅텅 비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얼마를 아꼈다고 자랑하며 뿌듯해 한다.

  또한 나아가 내가 가격 할인을 통해 절약한 몫만큼 다른 누군가의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곧 내 몫이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싼 가격’은 소비자인 우리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노동자인 우리에게는 손실일 될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웨그먼스와 코스트코의 성공 사례를 통해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사회의 필요에 기여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계몽된 이기주의‘는 순이익을 증대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원에게 잘해야 고객이 온다는 정신으로 직원의 눈과 귀를 믿고 그들을 신뢰하는 웨그먼스는 이직률이 6퍼센트다. 소비자들 역시 웨그먼스를 사랑한다. 그리고 2005년 웨그먼스는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월마트는 적은 임금과 적은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창업자인 샘 월튼의 상속자들은 세계 10대 부자에 속한다. 기업철학과 싼 가격,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현명한 소비자가 선택할 몫이다.

 

 

  저자는 ‘언제나 최저가’를 지향하는 소비생활은 초라한 생활 방식이 될 거라고 말한다. 싼 것만을 찾다보면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거나, 혹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제 3국의 노동자가 만든 옷을 입거나, 사랑하는 자녀에게 재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짝퉁 장난감을 선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어디서 더 싸게 살까?’를 걱정하는 ‘저가의 노예’가 되지 말고, 과연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렌 러펠 셸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싼 가격’에 대한 미국경제의 현실은 우리의 오늘을 닮았고, 내일을 보는 듯 했다. ‘알찬 쇼핑’이라며 단순히 싼 가격을 쫓는 우리의 소비생활은 부메랑이 되어 지역경제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나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는 심각한 경제행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현명한 소비,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진짜 소비생활을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돈과 함께 소중한 시간까지 벌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월간지 <라이브러리 앤 리브로> 파워블로거 ‘리치보이’ 김은섭의 경제경영서 읽기 에 소개된 리뷰입니다.  

 

 

     

 

 

 

 

 

 

 

 

 

 

 

 

9월입니다.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고 있네요.

책 읽기 딱 좋은 시기가 온거죠.

 

'책읽는 직장인'이 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고요?

우선 이 책으로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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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10년,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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