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극적이고 소설보다 경이로운, 신과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기적!
“그들의 사고는 가장 큰 재앙이자, 최대의 축복이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그때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듯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러한 후회와 원망,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간 이들은 ‘칠레 광부 33인’이었을 것이다. <타임> 지 선정, 2010년 10대 뉴스 중 하나로 꼽힌 칠레 광부의 매몰과 극적인 구출은 전 세계인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기적 같은 사건이었다. 지하 700미터 속에 매몰된 채 구조의 손길을 손꼽아 기다려온 칠레 광부들이 매몰 69일 만에 세상과 극적으로 재회했을 때, 칠레는 물론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국민들이 이 기적의 사건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구출 당시 약 10억 명의 세계인이 지켜볼 정도로 국경을 초월한 뜨거운 인류애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와 극적으로 각색된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이 사건이 전하고 있는 수많은 메시지와 눈물과 웃음을 놓치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33인의 광부가 만들어낸 기적은 광부들 특유의 치열함, 삶에 대한 갈망, 칠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전 세계 국가의 아낌없는 성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구조에 든 최종 비용은 2000만 달러가량으로 추산된다. 광부 한 명에 대략 60만 달러가 든 셈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비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청구서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기적을 만들어낸 모든 비밀은 아니다. 아직, 이 휴먼 드라마의 깊은 곳까지 파지 못하고 있다.
매몰 당시의 아찔한 순간, 생존을 알 수 없었던 17일간의 이야기, 리더십과 단결로 포장되었던 광부 서른세 명의 갈등과 반목의 시간, 그리고 정교하게 짜인 정부의 언론 통제, 유례가 없는 구조의 시행착오… 영국, 미국, 프랑스, 한국 등에서 동시 출간한 《더 33》(2011. 2. 15 출간)은 구출된 광부, 가족, 기술자, 구조대, 정부 관계자 등 120여 명의 사람들과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과정을 생생히 복원한 책이다.
《더 33》의 저자 조나단 프랭클린은 15년간 칠레에서 살면서 남아메리카 특파원으로 일한 미국 저널리스트로서, 칠레 광부 사건의 특별함에 매료되어 칠레안전조합에게 보다 긴밀한 취재를 요청하였다. 노력 끝에 ‘구조대’ 신분증을 얻은 조나단 프랭클린은 이 아슬아슬한 드라마를 맨 앞에서 지켜보며, 광부들의 생활 모습에서부터 심경의 변화, 가족의 사연, 수많은 아이디어와 도전의 순간 등을 생생히 기록할 수 있었다. 33인의 위대한 광부들의 뜨거운 희망의 연대,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만들어낸 뜨거운 열정으로 탄생한 기적의 드라마가 《더 33》에서 가슴 벅차게 펼쳐진다.
폭력 대신 유머를, 절망 대신 용기를, 어둠 대신 빛을 선택한 33인,
역사에 기록될 ‘희망의 증거’가 되다
2010년 8월 5일, 칠레 코피아포 외곽에 있는 산호세 구리 광산 갱도 중간 부분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약 70만 톤의 암석과 토사가 천둥소리를 내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밑에는 생명들이 있었다. 지하 약 700미터 지점, 악마의 용트림이 끝나자 고독보다 지독한 정적이 흘렀다. 암흑 속에서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들만이 깜빡거리며 신을 향해 모스 부호를 찍었다. 그 안에 갇힌 광부들은 모두 33명이었다. 햇볕과 바람이 들어오는 단 하나의 출구는 단단한 암석으로 막혀버린 뒤였다. 생명의 출구가 막히자 죽음은 입을 벌리며 그들을 삼키려 다가왔다. 그곳은 평균 기온 32도, 습도 95퍼센트, 성인 열 명이 마흔여덟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식량과 음료수가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지상의 사람들은 이 사고가 대부분의 대형 사고처럼 비극으로 끝나리라 생각했다. 생존 2일, 생존 8일, 생존 15일, 생존 30일…. 광부들의 생명이 길어질수록 착한 사람들의 염원도 더 커졌지만, 잔인하게도 결과 역시 더 명확해졌다. 쉬운 상상이었다. 한 명씩 죽어나가리라, 공포만이 가득 찬 아비규환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듯 모두 죽어나가리라. 생명의 임계점이 지나자 사람들은 차라리 희망고문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하지만 69일이 지난 10월 3일, 지옥의 목구멍으로 들어갔던 33명의 광부들은 아무도 믿지 못했던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남편이자 형제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칠레 광부 33인 중에서는 아이의 보육비를 벌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날 첫 출근한 광부도 있었으며, 그만 일을 쉬라는 아내의 만류를 뒤로 하고 51년째 묵묵히 일해온 늙은 광부도 있었다. 첫아이의 출산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광부도 있었으며, 일주일 전에 아버지를 잃고 사망신고서도 작성하지 못한 광부도 있었다. 2010년 발생한, 역사상 다섯 번째로 강력했던 규모 8.8의 칠레 지진 때문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그 광산에서 새 출발하려는 광부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지도 못했으며,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어두운 동굴 속에서 날마다 죽음을 모면하며 일하는 억센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땅에 갇히자, 배회하는 굶주린 짐승들처럼 좁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아무 데나 똥오줌을 쌌다. 단결의 필요성을 무시한 채 따로따로 갱도 여기저기 뚫려 있는 굴로 들어가거나, 홀로 탈출을 시도했다. 담배와 술, 마약에 찌든 거친 광부들은 성난 말다툼을 벌였고 통제력은 점점 상실했다.
하지만 그들은 저주와 욕설, 분노와 폭력의 시간을 다스렸다. 한 광부는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모아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고, 한 광부는 수로를 정비해 자신들의 그 지옥 같은 터전을 정리했다. 한 광부는 식량을 엄격히 배분하기 시작했고, 또 한 광부는 자동차 배터리를 이요해 조명 장치를 만들어 낮과 밤을 구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기록 담당, 유머 담당, 의학 담당이 생겨났다. 갇힌 사람들의 열린 사고가 만들어낸 기적의 순간이었다.
그들은 세상에 보여주었다. 우리의 삶이 단 2분 만에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삶을 향한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결국 희망을 이기는 고난은 없다는 것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땅속에 갇혔던 광부들의 지옥 같던 시간과 절망과 환희의 순간!
“그들에게는 기적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이 바로 기적이었다!”
★ 33, 이 수는 행운이고 기적이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뜨거운 눈물방울이었다!
희망 캠프의 기자들은 이를 33인의 기적이라 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산호세 광산 희망 캠프에 등록한 외신 기자들의 출신 국가는 33개국이었다. 또 우연찮게도 구조 터널을 뚫은 굴착기가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기간은 33일이었고, 자신들의 생존 소식을 전한 광부들의 쪽지 속 메시지도 띄어쓰기를 포함하면 모두 33글자, 구조가 이뤄진 날의 날짜인 연도(10)와 월(10) 일(13)에 해당하는 숫자를 모두 합하면 33이었다. 그리고 코피아포 시내에서 광산까지 앰뷸런스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데 걸린 시간도 33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고가 발생한 8월 5일 역시 그 해의 33번째 주였다.
이렇게 숫자의 공통점을 알게 된 사람들은 33의 행운이 광부들을 지켜줬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칠레에서 33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귀중한 숫자가 되었고, 전 세계 복권 시장에서도 33번에 기입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광부들의 귀환 과정이 상식의 차원을 뛰어넘었기에 행운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호세 광산의 기적은 행운이 아니었다. 설령 우리가 모르는 행운이 깃들었다 할지라도 그 행운을 만든 주인공은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는 광부들이었다.
지하 700미터 갱도에서 69일 동안 갇혔던 33명의 광부들. 그들이 절망과 죽음의 공포를 떨치고 우리에게 감동을 맛보게 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_유영만 해설 〈죽음이 삼키기엔 그들은 너무 뜨거운 희망이었다〉 중에서
THE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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