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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소설 - 블론드BLONDE

by Richboy 2011. 3. 17.

 

 

 

 

짜릿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전설적인 스타와 그 스타를 영락시킨 사회를 통렬하게 묘사한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마릴린 먼로가 자기 자신과 씨름한 섬뜩한 지옥의 싸움에 대한 언혹적인 상상 !

- 《플레이보이》

글쓰기가 숨쉬기만큼 자연스러운 조이스 캐롤 오츠는 마릴린 먼로라는 신화적 인물의 배후에서 살아 있는 진짜 여자를 구해냈다!

- 《북리스트》

 

 

 

마릴린 먼로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져 있던 '노마 진 베이커'의 맨 얼굴.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빚어낸 걸출한 여배우의 내면의 목소리.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노마 진 베이커)라는 희대의 섹시 아이콘의 삶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마릴린 먼로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삶되, 전기적 사실을 평면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먼로의 내면의 목소리를 상상적으로 재구성하여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들려줌으로써 그녀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작가의 이런 시도는 단순히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살아가는 여배우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에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마릴린 먼로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마릴린 먼로가 되는 노마 진 베이커라는 미국의 한 소녀에 대해 쓰고 싶었을 뿐"이라 밝히고 있다. 처음에 그가 쓰려고 했던 마릴린 먼로가 되기까지의 노마 진의 이야기는 결국 그녀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장편으로 완성되었으나 그 뼈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노마 진 베이커의 내면의 소리'에 맞춰져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노마 진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를 마치 직접 그 인물이 된 것처럼 풀어내는데, 이는 질퍽거리는 감상적 문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또, 작품 속 인물을 실명 대신 동화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담아낸 부분은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대신 모종의 프리즘을 통해 윤색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분명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나, 또 다른 측면으로는 당시 노마 진이 처해있던 상황과 그녀의 치부를 냉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녀의 본질을 짚어내려 했던 작가의 방식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마릴린 먼로'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며, 그녀의 삶을 중심으로 성과 폭력, 남성 우월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 등을 정확하고 강렬한 필치로 묘사하고, 이를 통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짓눌린 목소리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남녀관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Joyce Carol Oates 1938년 뉴욕 주 록포트에서 공구 제작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하고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서 타자기를 선물받아 작가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시러큐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In the Old World」로 대학 단편소설 공모에 당선됐다. 그리고 1964년 스물여섯 살 때 『아찔한 추락과 함께With Shuddering Fall』를 발표한 이후로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서 쉼 없이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1967년 「얼음의 나라에서In the Region of Ice」, 1973년 「사자The Dead」로 단편소설만을 위한 최고의 문학상인 ‘오 헨리 문학상’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69년 『그들Them』로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를, 1996년 『좀비Zombie』로 브램 스토커 상을, 2005년 『폭포The Falls』로 페미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매번 퓰리처상, 브램 스토커상, 펜/포크너 문학상, 오 헨리 문학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의 후보작으로 거론되곤 하며,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고 1962년부터 디트로이트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프린스턴 대학 인문학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현대 미국 문학을 이끄는 최고의 여성 작가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평단과 독자 모두의 찬사를 받는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여자라는 종족』 외에 『사토장이의 딸』, 『소녀 수집하는 노인』, 『멀베이니 가족』,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등이 있다

 

 

《블론드》의 특징

오츠 스스로 《그들》(1969년작)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노마 진 베이커)라는 희대의 섹시 아이콘의 삶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 소설과 달리 마릴린 먼로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삼되, 전기적 사실을 평면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먼로의 내면의 목소리를 상상적으로 재구성하여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들려줌으로써 그녀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픽션이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마릴린 먼로의 삶을 중심으로, 조이스 캐롤 오츠가 줄곧 다루어 온 주제들, 성과 폭력, 남성 우월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 등이 날카롭고 정확하고 강렬한 필치로 묘사된다. 거기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짓눌린 목소리가 있고, 자신의 참된 자아와 거짓된 자아의 균열에 대한 안타까운 외침이 있다. 그러므로 마치 신들린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영기( ??와 냉정하고 가차 없는 묘사에서 풍기는 차디찬 질감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여자, 혹은 남자, 아니 남성 우월 사회에서의 남녀 관계의 본질, 나아가 우리 자신의 내면을 속속들이 되비춰볼 수 있는 마법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거장과 전설의 만남!
“전 언제나 사람들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들어가요.” 어느 인터뷰에서 마릴린 먼로는 그녀 특유의 숨 가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마릴린 먼로의 수많은 후예들이 그렇듯, 대중의 무의식을 지배함으로써 달콤하고 화려한 인생을 불꽃처럼 살았던 것처럼 보이는 여자. 멍청한 금발, 섹스의 천사, 길 잃은 어린 소녀, 할리우드의 희생양, 좌절한 예술가 등으로 불리던 신화적 인물.
바로 그 여자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저자는 미국 문학계 최고의 여성 작가로 인정받는 조이스 캐럴 오츠. 오래 전부터 코맥 매카시, 필립 로스, 돈 드릴로 등과 더불어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급 여성 작가.
이른바 거장과 전설의 만남!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마릴린 먼로라니, 너무 식상한 주제가 아닌가. 살아 있을 때나 죽은 후에나 마릴린 먼로는 상품화와 해부(분석)의 단골 소재가 아니었던가. 많은 팝 스타들이 모방하곤 하는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이미지에서부터 지하철 환풍구에서 바람에 치켜 올라간 치마를 덮어 누르는 관능미의 클리셰에 이르기까지 마릴린 먼로는 대중문화의 판타지 공간에 너무나도 판에 박은 이미지로 자리 잡은 섹스의 화신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의 비극적인 최후를 둘러싸고 쏟아진 호사가들의 온갖 음모 이론과 추문은 또 어떻고. 노먼 메일러와 같은 1급 저자 뿐 아니라 수많은 3류 저자들에 의해 난도질당하다시피 한 마릴린 먼로의 파란만장한 생애에 대해 더 할 말이 남아 있단 말인가(물론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면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론드》 역시 기껏해야 20세기 최고의 섹시 아이콘에 대한 관음증적 호기심만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통속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바로 이런 의문 때문에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리뷰어 미치코 가쿠타니는 《블론드》 출간 당시 이 작품을 마릴린 먼로의 비극적인 삶과 화려한 명성을 우려먹으려는 가장 최근의 시도에 불과할 뿐이라고 씁쓸히 지적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진실은 그와 정반대라면 어떨까? 가쿠타니의 우려대로 마릴린 먼로의 삶을 우려먹은 게 아니라 마릴린 먼로의 배후에 숨겨져 있었던 노마 진 베이커를 되살려낸 것이라면? 그리고 그 소생 작업이 단지 한 명의 (여러 가지 의미에서) 걸출한 여배우의 진면목을 새로이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에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여자들(나아가 남자들까지)의 본질적인 면을 드러낸 것이라면? 그리하여 어떤 현지 평자는 “그들 자신의 성과 두려움과 통제력과 사랑에 대해 알고 싶은 여자라면, 반드시 《블론드》를 읽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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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솜씨로 빚어낸 마릴린 먼로의 내면의 속살
?찰리 로즈 쇼?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는 이 작품의 창작 동기가 “한 장의 사진, 노마 진이 아직 마릴린 먼로가 되기 전, 10대 시절에 찍은 한 장의 사진”에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마릴린 먼로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마릴린 먼로가 되는 노마 진 베이커라는 미국의 한 소녀에 대해 쓰고 싶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오츠가 정작 쓰려고 했던 것은 노마 진이 마릴린 먼로가 되는 순간까지의 삶이었다("나는 ‘마릴린 먼로’라는 단어로 끝낼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애초에 뢱상했던 것은 영어 책 기준으로 175페이지 가량의 중편소설(novella)이었다. 하지만 노마 진의 삶에서 벌어졌던 일이 오츠 자신의 소설 쓰기에서도 벌어지고 말았고, 그 결과물이 영어 원서 738페이지, 우리말 번역 원고로 5천 매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숨 막힐 듯 두툼한 장편소설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는 “어른의 몸을 입은 아이”(1권 204쪽)의 목소리를 줄곧 상기시킴으로써, 애초의 구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마릴린 먼로라는 신화적 인물의 화려한 외관에 갇혀 있는 노마 진 베이커의 내면의 소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난 여기에 갇혀 있어요. 얼굴이 있는 이 금발의 마네킹 속에 갇혀 있어요. 난 그 얼굴을 통해서만 숨을 쉴 수 있죠! 그 코로만, 그 입으로만!” (3권 249쪽)
그러하기에 이 작품은 먼로의 삶을 평면적으로 따라가는 단순한 전기 소설이 아니다. 오츠가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의 “수많은 연인들과 의학적 위기, 낙태, 자살 시도, 영화들을 … 몇몇 상징적인 사건들로만 대치”한 픽션이며. 이 과정에서 이 작품에 윤기를 부여한 것은 오츠 특유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내면의 목소리이다.
마치 귓가에 울리는 환영적인 소리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내면의 목소리가 마릴린 먼로의 굴곡 많은 생애(아버지를 모르는 사생아,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고아원과 수양 가정 전전, 때 이른 결혼, 이혼, 무명 모델, 영화 스타, 조 디마지오 및 아서 밀러와의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케네디 형제와의 염문. 그리고 비운의 죽음)를 다룬 여느 ‘통속’적인 저작물들과 《블론드》를 구분 짓는 특징적인 요소이다. 그 내면의 목소리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창조적 변용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작품 속에 무리 없이 녹아 있어서 , 다시 말해 모더니즘 특유의 실험적 작위성보다는 작품 자체의 논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듯한 내발성을 갖추고 있어서, 읽는 게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문학(소설)이 어떻게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따라서 우리는 그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화려하게 치장하고 요염하게 웃음 짓는 스크린 속의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시를 쓰고 책을 읽는 노마 진, 성적 판타지의 쓰다 버릴 소재가 아니라 찍은 장면을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찍고 또 찍자고 고집을 부리는 노마 진, 뜻밖에 유머 감각을 발휘하기도 하고 자신이 연기한 배역의 ‘냉엄한’ 진실을 슬프게 토로하기도 하는 노마 진, 그리하여 언제나 진정한 배우가 되고자 노력했던 노마 진의 자아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노마 진만이 아니라 수많은 타인들(주변 인물뿐 아니라 익명의 목격자)의 목소리를 마치 영매( ?\)처럼 들려주고 있어서, 작품에 쓰인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저 심상하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