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책리뷰]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개 우기 -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필독서!

by Richboy 2011. 3. 25.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으면 고슴도치가 되나 보다. 하나같이 자신이 키우는 동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니 말이다. 또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 역시 남다르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사람 대하듯 하는데 동물을 키우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유난스럽다’고 할 정도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한편 사람이 이토록 사랑이 많은 종족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사랑이 그리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보호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얘들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얘만 나를 반긴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필경 후자일 것이다. 사랑이 넘쳐서가 아니라 사랑이 부족해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진다(참고로 나의 막내동생은 여덟 살짜리 시츄종 ‘찌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에 우호적이다(물론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긴 하지만 대부분 1살 미만의 작고 예쁠 때일 뿐, 오히려 늙거나 아픈 동물에 관심을 주는 사람들은 거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다).

  또한 내 동물에 관심을 주는 사람한테는 나 역시 우호적이다. 내 가족을 예뻐해 주면 기쁘고 즐거워진다. 혹시 내 동물에 대한 질문을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 대답을 하게 된다. ‘우리 가족을 좋아해주니까’라는 대답은 2%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남의 동물에 나는 왜 관심이 가는 걸까? 눈길 한 번 더 주고 물리지 않을 것 같으면 가까이 가서 만져주고 싶다. 왜일까?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개 우기oogy>를 읽은 이유도 그 미스터리 때문이었다.

 

 

 

 

  이 책에 눈길이 간 건 적나라한 제목보다 표지에 실린 해괴한 그림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듯한 개 한 마리는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에서나 볼 법한 반쯤 찌그러진 모습의 얼굴인데, 반달 눈으로 웃고 있었다. ‘왜 이런 모습일까? 사연이 도대체 뭘까?’ 들춰보니 소설이 아닌 실화였다. 책을 덮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생후 5주 된 새끼 때부터 함께 살았던 고양이 버지의 죽음이 임박한 것을 안 알게 된 래리네 가족은 슬픔에 빠진 채 동물병원을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더 없이 밝고 명랑한 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한 쪽 귀는 물론 얼굴의 절반 정도가 없는 괴상한 외모의 4개월 짜리 핏불, 투견판에서 미끼견이었다가 가까스로 구출된 불쌍한 강아지였다.

 

“도대체 녀석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아마도 화상을 입었을 거라고 짐작하며 던졌던 나의 물음에 피터 박사는 너무도 담담하게 대답했다.

“미끼견이었습니다.”

“네?미끼견이요?”

나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박사의 대답이 담고 있는 심각성을 가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이다.

“미끼견이 뭐죠?”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지만 뭔가 대단히 불쾌한 용어였다.

“녀석은 투견의 미끼로 쓰였어요. 개들에게 싸움을 가르치는 방법이죠. 업자들은 구할 수 있는 모든 걸 가리지 않고 미끼견으로 쓰죠. 푸들이든, 고양이든, 아무리 작은 강아지라도요.” 본문 92쪽

 

  반려동물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을 법 한데 이 못생긴 강아지는 더 없이 밝았다. 거칠고 사납기로 소문난 핏불을, 게다가 흉측할 만큼 못생긴 이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 이유 역시 이 밝은 성격 때문이었다. 우기oogy라는 이름으로 래리네 가족이 된다(우기는 나중에 핏불이 아닌 도고의 혼혈종으로 밝혀진다)

 

  이 책은 주인공 래리가 아내, 입양한 쌍둥이 아들 노아와 댄 그리고 우기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한 목소리로 담았다. 아이들과 우기를 입양하고 키우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살피며 그에게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이 실은 얼마나 잃기 쉬운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개구쟁이 우기의 표정과 행동은 물론 내 집이 좁다하고 뛰어다니며 말썽을 피우는 모습을 그린 대목은 눈에 보이는 듯 선하고, 쌍둥이와 우기에 대한 애정이 담긴 문장에서는 왠지 모를 뜨거움을 느끼게 한다. 실화를 적은 글이라 ‘소설’같은 사건, 사고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없다(우기의 존재 자체가 소설 같지만). 하지만 편안하고 자연스런 저자의 고백 글은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하고 마치 담장 너머 옆집을 기웃대듯 페이지를 거듭 넘기게 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아마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일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들이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래리는 슬픈 이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자’고 말했다. 이런 깨달음은 세 살 때 백혈병으로 누나를 잃은 그의 불행한 어린 시절로부터 비롯된다. 부모님은 누나를 잃자 슬픔 대신 누나가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남은 자식들에게 사랑대신 간섭하려 하고 통제하려 했다. 그는 부모의 그런 행동이 한없이 안타까웠다.

 

  “육체적, 정신적 상처와 훼손이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너처럼 잘 말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거야. 눈에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내면이라는 사실 말이야. 그건 충분히 자랑스러운거야. 알겠니?”

사실 문제는 우기가 아닌 나였다. 녀석은 언제나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고, 자신감이 온몸에 흘러넘쳤지만 정작 나는 아직 내가 준비가 덜 되진 않았을까 고민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기를 위해, 그리고 우기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았다. 본문 199쪽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말한다.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가?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즉 반려동물이 성장한다면 보호자도 성장하고 있고, 내가 반려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면 나 역시 반려동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나와 반려동물은 지금 서로 돕고 위로 하며 살고 있다. 그들이 가족이라고 감히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반려동물에 관한 책이 껄끄럽고 꺼려지는 이유는 ‘듀이’처럼 꼭 동물들이 죽음으로써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기는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다, 우리 찌비처럼. 동물을 사랑한다면 우기를 만나 보시라. 몇 페이지 못가서 우기의 매력에 푸욱 빠지게 될 것이다.

 

 

유투브에 소개된 저자의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