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강한 인연과 사랑, 저돌적이고 용맹한 아버지 _강상중 도쿄대 교수
엄숙한 느낌을 주면서도 부드러운 한편, 애수마저 깃들여 있는 이주인 시즈카 씨의 작품을 나는 애독해 왔다. 그 이유는, 김윤규(金胤奎.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씨의 작풍과 분위기에 이주인 문학을 투영해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나의 생각이 상당히 잘못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대는 한국전쟁이 한창인 일본과 한반도. 바다를 건너 위험이 가득한 전쟁터로 혼자 뛰어들어 처남을 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소지로에게 풍기는 ‘의협심’은 다치하라 문학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버지’인 소지로의 대사가 정말 멋지다.
“멀기는 무슨. 날씨만 좋으면 (한국에는)하룻밤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국경? 바다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야기는, 그런 소지로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겐조 씨가 소지로가 목숨을 걸고 구출작전을 감행했던 사실을 소지로의 아들 다다하루에게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해운업을 일구며 재산을 구축한 소지로는 힘든 인생을 살아왔다. 소지로는 과묵하고 결단력이 넘치며 어떤 난관과 고통이 있더라도 나약한 말을 하지 않는, 장기판의 차(車)처럼 저돌적이면서 의리가 강한 남자다. 그런 소지로가 요코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다. 요코는 잇달아 세 명의 딸을 출산하고 마침내 소지로가 그렇게 원하던 아들 다다하루를 임신한다. 부계 중심 가족의 강한 인연이 어머니 요코의 따뜻한 마음과 인내심 강한 언행을 통하여 수채화처럼 강렬한 인상을 작품에 더해준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비극이 가족을 덮친다. 패전 이후의 혼란과 일본에 대한 실망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간 요코의 부모와 남동생 고로에게 처절한 내전의 참화가 밀어닥친 것이다. 특히 외골수이면서 정직한 성격을 갖추고 있는 고로는 남북통일과 민족해방을 주장하는 북한군에 가담하여 대의명분도, 동포애도 없는 가혹한 전쟁터의 실상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는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탈출하여 구덩이 안에서 1년 이상 숨어 지내는 비참한 상황에 몰린다.
사랑하는 남동생의 안위를 걱정하는 요코의 마음을 헤아린 소지로는 무모하게도 직접 처남을 구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전쟁 상황에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소지로. 무엇이 소지로를 그렇게까지 강한 남자로 만들었을까.
“나는 어려운 말은 몰라. 하지만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는 사실은 알아.”
이 말에 소지로의, 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사람은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살아만 있으면 희망이 있다. 기원(祈願)과도 같은 이 말에, 작품의 모든 주제가 응축되어 있다.
가부장적 독재자처럼 행동해 온 아버지에게 반발하여 한때는 도쿄로 ‘가출’을 했던 다다하루가 겐조를 통하여 아버지의 감추어진 ‘진실’을 알게 된다. 이것은 작가 이주인 씨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화해를 암시한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작가의 새로운 출발을 장식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 _ 요미우리 신문 (2010년 7월 5일)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 이주인 시즈카의 『아버지와 외삼촌』은 심금을 울리는 장편소설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처남을 구하기 위해 밀항선을 타고 전쟁터로 향한 남자의 이야기는 재일교포 1세인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아버지는 평생, 이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네 아버지가 외삼촌을 구해주셨다’는 말씀 밖에 하지 않았지요.”
염전이 펼쳐진 세토나이카이의 작은 항구 마을 미타지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3세 때에 일본으로 건너가 이곳에 정착한 저자의 아버지를 모델로 삼은 주인공 ‘소지로’는 전쟁이 끝난 후에 해운업 등을 통하여 사업을 확대하고 네 명의 아이를 두게 된다.
그러나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해방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간 처가에서 도와달라는 전갈을 받는다. 처남 ‘김오덕’이 북한의 첩자라는 의심을 받고 자택의 닭장 아래에 파 놓은 구덩이 안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는 것. 소지로는 군함과 초계정이 가득 찬 해협을 건너 그를 구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아버지 밑에서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일도 잘 풀리고 가정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 왜 아내의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위험까지 감수한 것인지. 취재를 하기 위해 한국에도 가 보았습니다. 잡목림과 소나무 숲이 이어져 있는 산들은 중국의 산지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편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산의 능선을 따라 달리고 계곡의 물로 마른 목을 축이며 게릴라의 눈길까지 피하면서 목숨을 건 구출작전이 수식어를 최대로 생략한 간결한 문체로 표현된다. 김오덕을 다시 만난 소지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고민하는 처남 김오덕에게 이렇게 말한다.
“살아만 있으면 희망은 있어.”
“사상보다 실천. 일단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은 30년 이상 작가로 생활해 온 저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에 바다에서 남동생을 잃었고 전처(나쓰메 마사코)도 일찍 세상을 떴습니다. 인간은 숨이 끊어진 순간, 꿈도 사라집니다. 부모에게도 슬픔을 안겨주지요. 하지만 살아만 있으면 희망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재일교포’ 일가의 이야기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품의 시대가 특별할 뿐, 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썼을 뿐입니다. 소지로가 갖추고 있는 용기는 어떤 아버지에게도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작가의 아버지는 2009년 아흔한 살로 세상을 떴다. 일본으로 건너온 이후, 나름대로 사업을 성공시킨 작가의 아버지는 위압적이었다. 학창 시절에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주인 시즈카와 심한 언쟁도 벌였다.
“아버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줄곧 가슴속에 존재했습니다. 작품도 제대로 쓸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지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 인생을 이어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찍이 작품의 수가 너무 적다는 말을 들었던 작가는, 환갑을 넘으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 던져버리기로 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저의 문체에 완성형은 없습니다.”
그리고 소년용 야구소설 『스코어북』을 출간하고, 시인 마사오키 시키(正岡子規)를 소재로 삼은 ‘노보 씨’를 ‘소설현대’에 연재하는 등,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온(祇園)의 댄서와 대학생의 사랑을 그린 『시가고에미치』(志賀越みち)는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과 맹목을 결말 부분에 응축한 주옥같은 작품이다. 그 감상을 전하면.
“35세부터 3년 동안, 교토에 살았습니다. 그 당시에 경륜장에 자주 드나들었지요. 택시비가 편도 5천 엔이었으니까 백 회를 다녔다고 치면 왕복 1백만 엔입니다. 언젠가 소설을 통해서 만회하겠다고 생각했지요. 하하하.”
그리고 호탕한 웃음과 함께 말을 맺는 작가. 그의 문장에서 기품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호탕함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이념보다 소중한 건 가족이야.
살아만 있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어”
『고민하는 힘』의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추천한 화제의 도서
<아버지와 외삼촌> 도서 소개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입니까?
“아버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줄곧 가슴속에 존재했습니다. 작품도 제대로 쓸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아버지는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 인생을 이어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혼돈의 시대를 이겨낸 재일교포들의 삶.
불안과 고통에 휩싸인 가족을 하나로 묶는 아버지의 용기와 결단이 펼쳐진다!
소설가, 작사가로 일본의 문화계에서 명성 높은 작가 ‘이주인 시즈카’가 재일교포 1세인 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 『아버지와 외삼촌』을 펴냈다.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이 작품을 ‘가족의 강한 인연과 사랑, 저돌적이고 용맹한 아버지의 모습이 강렬하다’고 평가했다.
『아버지와 외삼촌』은 13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가업을 일군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8.15해방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처남 ‘고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까지 감수하며 밀항선을 타고 전쟁터로 향한 아버지 ‘소지로’의 실제 이야기를, 소지로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집사로 일하던 겐조 씨가 소지로의 아들 다다하루에게 설명하는 액자형식의 소설이다.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작은 항구 마을 미타지리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주인공 ‘소지로(윤종래)’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요코와 가족을 일구고 열심히 살아간다. 해방 후에도 일본에 남아 사업을 확대하던 그에게 한국전쟁 발발이라는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일본에서 함께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처가의 이야기이다. 처남 ‘고로(김오덕)’가 마을사람들에게 북한군 첩자라는 의심을 받고 집 마당의 닭장 아래에 파놓은 구덩이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남은 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할 위기 상황인데다, 장인 장모는 쇠약해져서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불행한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 소지로는 처가 식구들을 구하려고 밀항선을 타고 한국에 간다. 전쟁의 포탄과 포성을 피해 산의 능선을 따라 걷고, 곳곳에 산재한 게릴라의 눈을 피해 달린다. 목숨을 내건 구출 작전이 수식어를 최대한 생략한 간결한 문체로 표현된다. 소지로에게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가득한 이념 전쟁은 문제가 아니다. 오직 목표는 살아남아서 희망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굳은 의지로 가족을 지켜내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저자 이주인 시즈카는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재일교포’ 일가의 이야기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품의 시대가 특별할 뿐, 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썼을 뿐입니다. 소지로가 갖추고 있는 용기는 어떤 아버지에게도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_일본 요미우리 신문 서평 중에서
이처럼 『아버지와 외삼촌』은 언제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해방과 한국전쟁은 아버지의 결단과 의지를 돋보이게 하는 혼란한 시대 상황일 뿐이다. 가족을 향한 사랑, 살아가는 용기를 주는 『아버지와 외삼촌』은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고, 아버지와 화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이주인 시즈카
재일교포 2세로 1950년 일본 혼슈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났다. 소설가, 작사가로서 일본 문화계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1981년 단편소설 《부르는 달》로 데뷔하고 1991년 《유방》으로 제12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 신인상, 1992년 《받아들이는 달》로 제107회 나오키상, 1994년 《기관차 선생님》으로 제7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02년 《데구르르》로 제36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하얀 가을》, 《아프리카의 왕》, 《아즈마 다리》, 《해협》 등이 있다. 현재 나오키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와 외삼촌』은 이주인 시즈카가 아버지의 실제 삶을 소설로 재구성한 역작이다. 처남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까지 감수하며 밀항선을 타고 전쟁터로 향한 남자의 이야기는 재일교포 1세로 일본에 머물던 작가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아버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전쟁의 포탄과 포성을 피해 산의 능선을 따라 걷고, 곳곳에 산재한 게릴라의 눈을 피해 달린다. 그에게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가득한 이념 전쟁은 문제가 아니다. 오직 목표는 살아남아서 희망을 찾는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2009년 91세로 세상을 떴다. 일본으로 건너온 와 사업을 일군 아버지는 위압적이었다. 학창 시절에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주인 시즈카와 심한 언쟁도 벌였다.
“아버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줄곧 가슴속에 존재했습니다. 작품도 제대로 쓸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지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 인생을 이어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이주인 시즈카는 『아버지와 외삼촌』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고, 오랜 세월 반목했던 아버지와 화해했다. 이 소설은 대문호 ‘이주인 시즈카’의 새로운 출발을 장식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역자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하였다. (주)리아트 통역과장을 거쳐 동양철학 및 종교학 연구가, 일본어 번역가,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손정의, 21세기 경영전략》 《도쿄대학 학생들은 바보가 되었는가》, 《준비된 행운》, 《천하무적 잡학사전》, 《힘들 땐 그냥 울어》, 《그림동화 1,2,3》, 《플래티나 데이터》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아버지와 외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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