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글로 살펴본 올해의 책 베스트 5
2. 쫄지마, 씨바! - 닥치고 정치
요즘 김어준의 말보다 힘쎈 늠은 없다. 장고長考할 줄 아는 늠, 스스로 패대기칠수록 질겨지는 잡초라며 절대로 안쪼는 늠,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그는 똑똑했다(아니면 필경 포커 고수가 틀림없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패 쪼으기를 몇 번, 때가 아니라고 조용히 다이die하기를 몇 번, 결국 결정적인 때에 ‘나꼼수’라는 히든hidden을 제대로 띄웠다.
김어준은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 신문사를 설립한 인물답게 SNS를 필두로 한 Web 2.0 정신도 제대로 읽었다. 김어준은 지난 초여름 아이튠즈의 팟캐스트를 통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방송했을 때, 사람들은 또 엉뚱한 짓(?)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방송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태풍의 핵이었음을 애청자들이 깨닫게 된 건 오세훈 시장을 절친(?)으로 삼게 되면서였다. 팟캐스트의 폭발적인 전파력을 아이폰도 없는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가카(?)의 치적을 찬양하려는 그의 장기적인 포석은 나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했다. 그리고 김어준은 ‘무학의 통찰’을 엮어서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썼다.
“자기 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의 근본이 정치죠. 그것을 깨닫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선거와 투표는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인거죠.”
<닥치고 정치>의 핵심은 이것이다. 정치는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찍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그럼 안 된다. 왜? 100% 배신 당할테니까. ‘정치는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라는 명쾌한 그만의 해석은 이 땅의 20~30대에게 정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 책은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나꼼수>를 통해 할 말 제대로 할 줄 아는 그에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무학의 통찰‘이라는 그의 정치관에 공감했다. ’정치‘가 뭔지, ’투표‘가 왜 중요한지 당췌 뭐가 뭔지를 모르는 늠은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나꼼수‘를 통해 시시비비를 알게 되었고, 진위를 확인한 청춘들은 더 이상 바보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은 김총수의 말대로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 행동은 불의에 대한 공분의 표출이었다.
2차 세계대전때 레지스탕스였던 프랑스의 지성 스테판 에셀은 책 <분노하라>에서 사회정의와 공공선의 실현을 위해 “앵디녜부Indignez-vous! 공분하라!”고 말했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저항해 고쳐야 한다는 당위성 그것이 이 시대 지식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의 멘토 시골의사 박경철 역시 <자기혁명>을 통해 “미래의 주인은 청년이고, 청년에게는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갈 세계의 문제점을 간파하여 스스로의 손으로 고치고 발전시키고 다듬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성세대가 물려준 유산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치고 개선시켜서 발전시키는 것도 청년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맥락화의 함정에 빠져서 비판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순응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만약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면 이런 맥락의 함정을 과감하게 벗어나라.”고 말했다. 그 점에서 김어준은 정의를 아는 늠, 공분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늠이다.
서평가이자 로쟈로 알려진 지성인 이현우 교수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허다한 책들이 나와 있지만 사실 <닥치고 정치>만큼 대놓고 ‘핵심’을 찔러준 책은 드물었다.”라고 말했다. “과거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 돈으로 누른다.”고 말한 김어준 말빨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패를 쥐었으니 이제 환상의 레이스raise를 감아야 할 때, 마지막 방송까지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닥치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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