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통해 종교를,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는 모든 인간은 종교적 성향이 있는 “종교적 인간homo religious”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러므로 종교학의 목표는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종교학자 유요한 서울대 교수는 이 책에서 <이끼>와 같은 만화와 조지 오웰의 <1984>,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김훈의 <공무도하>와 같은 현대 소설을 종횡무진하며 그 속의 신화적 요소와 인간의 종교적 면모를 해박하고 심도 있게 읽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소설은 인간에게 가장 심오하고 폭넓은 영향을 끼친 종교적 성찰과 상징을 포함하고 있고, 신화의 주제와 소재들을 끊임없이 차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요한 교수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인간이란, 종교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소설은 우리 시대의 신화다
저자 유요한 교수는 소설의 깊은 곳에는 인간에게 가장 심오하고 폭넓은 영향을 끼친 종교적 성찰과 상징, 변화하지 않는 신화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웰의 <1984>에서 에밀 뒤르케임이 말한 사회와 종교가 공유하는 ‘성스러움’의 개념이 실현된 모습을 읽어내며, 김훈의 <공무도하>에서는 김훈의 ‘강’이 피안을 넘어서는 경계를 의미하는 전통적인 신화적 코드임을 밝히고, 당대의 야만과 싸우는 인간의 태초적 원형을 읽어낸다. 이를 통해 저자는 소설이 신화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일상과 구분되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소설은 우리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자리에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는 신화의 주인공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신화의 주인공들과 무엇이 다른가. 신화의 주인공이 겪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려움을 현대인은 경험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 강제된 노동과 굶주림, 부조리 앞에서의 무기력함, 약속의 배신과 외로움, 실현되지 않는 삶의 목표와 소망, 늙고 변해가는 인간의 육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사라지고 잊혀지는 인생의 속성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맞부딪히는 수많은 한계 상황과 더불어 인간이 이런 한계에 맞서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 준다. 위기에 처한 인간들이 꿈을 꾸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들 속에 신화의 주제가 반복되며 종교적 양태가 나타나는 것을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신화적 요소와 인간의 종교적 면모는 무의미한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한계 너머를 지향하는 소설 속 우리 시대 사람들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문학과 종교학이 만나는 자리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
유요한 교수가 만나게 하는 문학과 종교학의 자리에서는 수많은 물음이 생겨난다. 종교학은 문학을 이해하는 데 유효한가. 종교는 문학에 어떻게 구현되는가. 문학과 종교학의 목표는 과연 같은가 다른가. 이 책은 조지 오웰의 <1984>, 윤태호의 <이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코맥 매카시의 <로드>,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 선거>, 켄 폴릿의 <대지의 기둥>, 밀란 쿤데라의 <불멸>,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김훈의 <공무도하> 등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을 읽어내면서, 이 대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과 종교학 모두에게 명백히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종교와 문학이 만나는 자리를 스스로 확인하며 종교학적 관점을 이용하여 인간과 문학을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신화
- 저자
- 유요한 지음
- 출판사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03-05 출간
- 카테고리
- 종교
- 책소개
- 현대 소설에서 발견하는 종교 신화의 유산!소설에서 차용되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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