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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시골무사 이성계(서권)

by Richboy 2012. 3. 31.

 

 

 

마흔여섯 살의 늙다리 시골무사, 변혁을 꿈꾸기 시작하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고자 했던 한 시골무사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시골무사 이성계』. 2007년 단편 <검은 선창>으로 실천문학신인상을 수상한 작가 서권의 유작이다. 부패한 권문세족과 무능한 왕에 의해 백성이 신음했던 무렵, 변방의 늙다리 무사 이성계. 이 소설은 이성계가 일만의 대군을 거느린 왜적과 운명을 걸고 벌인 단 하루의 전투 ‘황산대첩’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태조의 모습이 아닌, 평생을 변방의 전장에서 전전하던 시골무장 이성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려 정부가 병력을 내주지 않자 이성계는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사병 부대를 이끌고 인월로 내려간다. 그리고 왜적 아지발도에 맞서 ‘지면 죽음으로 답해야 하고 이기면 그것으로 그만인 싸움’을 시작하는데….
 
 

『시골무사 이성계』는 부패한 권문세족과 무능한 왕에 의해 백성이 신음했던 무렵의 장수 이성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성계는 인월(引月)에서 일만의 대군을 거느린 왜적 ‘아지발도’와 국운과 개인의 운명을 건 단 하루의 전투(황산대첩, 1380년)를 벌인다.
전투 초반의 이성계는 쿠데타를 일으킨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이며, 근엄하며 보수적인 조선 태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을 변방의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며 공을 세웠으나, 중앙 정계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승진에서는 줄곧 미끄러지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만 그려질 뿐이다.
이성계는 이 하루의 전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칼을 부딪치며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천명을 받들어, 좀 더 다른 세상과 새로운 운명을 꿈꾼다. 이때 이성계의 나이는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안도현의 추천사 중)였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철저히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이다. 단 하루의 핍진한 전투 과정과 스펙터클한 전쟁신은 독자들을 “당대 역사현실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묘사를 무기로” 펼쳐지는 수컷들의 세계로 안내하고, “화살을 쥐는 들숨과 당겼던 살을 푸는 날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발문 중) 한다.
이 소설은 아지발도와의 싸움에서 이긴 후,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전한 “우리의 의지가 전설을 만든 것”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늦었다 해도, 모두가 망상이라고 말해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 팽팽한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자들만이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변혁의 이야기이다.

‘진정, 저 망상의 변혁은 현실이 될 것인가….’
46세의 이성계, 역성(易姓)을 꿈꾸기 시작하다!
부패한 권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던 한 시골무사의 꿈과 의지의 이야기


『시골무사 이성계』의 이성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성계가 아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괄시 받던 이성계가 이 소설에 있다.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에 이성계는 세상을 바꿀 꿈을 꾸기 시작한다. _안도현(시인)

늙다리 이성계의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시골무사 이성계』는 부패한 권문세족과 무능한 왕에 의해 백성이 신음했던 무렵의 장수 이성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성계는 인월(引月)에서 일만의 대군을 거느린 왜적 ‘아지발도’와 국운과 개인의 운명을 건 단 하루의 전투(황산대첩, 1380년)를 벌인다.
전쟁을 시작할 때의 이성계는 쿠데타를 일으킨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이며, 근엄하며 보수적인 조선 태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을 변방의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며 공을 세웠으나, 중앙 정계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승진에서는 줄곧 미끄러지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만 그려질 뿐이다. 중앙군과 관리들은 그를 ‘시골무장, 물정 모르는 변방의 늙다리, 화살 하나 들고 설치는 천둥벌거숭이’라고 조롱했고, ‘동북면 백두산 속에서 산짐승이 되어 노루나 잡아먹던 놈이 글줄이나 제대로 읽을지 모르겠다’(본문 39쪽)며 멸시했다.
때문에 고려 정부는 이성계에게 병력을 내주지 않는다. 몇 달 동안 아무도 막지 못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성계는 자신의 사병 부대 ‘가별치’를 끌고 인월(引月)로 내려간다. 이성계가 가진 병력은 겨우 천여 명, 소년장수로 신화가 되어가는 왜적 아지발도의 병력은 일만. 이성계는 “지면 죽음으로 답해야 하고, 이기면 그것으로 그만인 싸움”(본문 41쪽)을 시작한다.
이성계는 ‘세 번의 목숨’을 걸고 하루의 전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아지발도와 칼을 부딪치며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동년배의 정도전에게 꾸지람을 들으면서 천명을 받들며, 좀 더 다른 세상과 새로운 운명을 꿈꾸게 된다. 이때 이성계의 나이는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안도현의 추천사 중)였다.

한 시골작가의 마지막 숨결을 담은 유작

『시골무사 이성계』는 작가 서권의 유작이다. 2007년 실천문학신인상에 단편소설 「검은 선창」으로 당선된 서권은 등단 이전부터 주변 작가들에게 작가로서 인정을 받아왔다. 그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면서도 만 오천 매가 넘는 원고를 쓰던 사람이었다.
지인이었던 신귀백(영화평론가)는 그를 “아는 사람은 안다. 집필실이 없는 그는 승용차 속에 들어가 소설을 썼다. 때론 원평저수지가 보이는 곳에 차를 대고 작고 귀여운 글씨로 노트를 채워나갔고 집에서는 꼭 식탁에 앉아 글을 썼다. 컨베이어벨트만 없다 뿐이지 그는 대단한 집중력을 가진 투잡 원고노동자였다. 그는 엉덩이가 짓무르자 의자 위에 푹신한 화장실 변기 방석을 구해다 글을 썼다. 귀감이 되는 삶이었다.”(발문 중)고 기억한다. 작가 서권은 2001년부터 꼬박 7년에 걸쳐 1930년대 만주 항일 독립투쟁을 그린 대하장편소설 『마적』을 완성했다. 언제 책으로 펼쳐질지 모를 작품을 그는 고집스레 써내려갔다. 한 ‘시골작가’의 이러한 글쓰기에 대한 독한 의지는 그가 마지막으로 쓴 『시골무사 이성계』에서 의지로써 전설을 만들어낸 이성계란 인물에 그대로 녹아 있다. 작가가 세상을 뜬 나이와 소설 속의 이성계의 나이는 비슷하다. 비록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골작가와 시골무사는 묵묵히 세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작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 한 권 갖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꼭 ‘가별치’와 같은 지인들의 노력으로 이 소설은 책으로 엮여 독자를 찾아가게 되었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신이 주신 힘의 총량이란 것이 있다면 그 총량을 미리 당겨쓰게 한”(발문 중) 한 시골작가 서권의 마지막 작품이다.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 『시골무사 이성계』

단 하루의 핍진한 전투 과정과 스펙터클한 전쟁신은 독자들을 “당대 역사현실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묘사를 무기로” 펼쳐지는 수컷들의 세계로 안내하고, “화살을 쥐는 들숨과 당겼던 살을 푸는 날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발문 중) 한다. 이러한 긴장감 속에는 전투 앞에 선 사내들의 고뇌 또한 담겨 있다. “전쟁은 언제나 나 혼자와 다수와의 싸움이었다. 나만큼 힘이 센 자들, 그리고 나보다 독한 기를 내뿜는 것들과의 경쟁이었다. 목숨 하나를 내걸고 겨루어야 하는 싸움, 한 번 눌리면 다시는 그 판에 설 수 없는 것”(본문 43쪽)이라고 이성계는 말한다.
『시골무사 이성계』의 또 다른 재미는 이성계의 말년을 그린 에필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왕권을 넘기고 방랑생활을 하는 이성계를 담고 있다. 어렵게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왕위에 있었던 기간은 겨우 6년. ‘함흥차사’로 대변되는 이성계의 말년의 삶을 작가는 새롭게 해석했다. 이성계는 함께 전장을 누비던 충복 ‘처명’과 의형제를 맺은 ‘이두란’과 함께 갖은 말썽과 사고를 치며 노년을 보낸다. 이성계에게 ‘나라를 세우는 일은 대업(大業)이었지만’ 방랑은 ‘꿈의 연장’이었다. 장난기가 가득한 노인 이성계는 시골무사 이성계만큼이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철저히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이다. “나의 병을 만드는 것들은 날마다 나와 다투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날마다 자신과 다투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지발도와의 싸움에서 이긴 후,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전한 “우리의 의지가 전설을 만든 것”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늦었다 해도, 모두가 망상이라고 말해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 팽팽한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자들만이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변혁의 이야기이다.  


시골무사 이성계

저자
서권 지음
출판사
다산책방 | 2012-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마흔여섯 살의 늙다리 시골무사, 변혁을 꿈꾸기 시작하다!부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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