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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책리뷰]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 이런 게 반전소설이다!

by Richboy 2013. 1. 15.

 

 

 

이런 게 반전소설이다!

 

   오랜만에 집어든 소설,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출판평론가 한기호 선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만난 최대 반전의 소설”이라는 평에 혹해 덜컥 주문을 했고, 주말에 도착한 책을 일요일에, 엄밀하게 말해서 세 시간 만에 읽었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잔잔함을 훔쳐보듯 느끼듯 읽었고, 결말의 70여 페이지는 숨 쉴 틈 없이 훑어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뭐냐, 이 미친 반전은!”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좋을 일도 없고, 굳이 찾지도 않을 것 같은 사내, 그래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무런 표정이 없을 것 같은 무미건조한 사내, 하지만 알고 보면 복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우울한 사내다.

 

   “대학에서 마케팅 동아리에 든 것은 십 년쯤 시대를 앞선 것이었지만, 졸업 후 창업할 만한 재능과 배짱이 없어 대부분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마차를 끄는 말처럼 일하는 것이 당시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모습이었다. 열렬한 연애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는 아버지와 집안일을 야무지게 돌보며 취미생활에 바쁜 엄마, 엄마와는 나이차 있는 자매 같지만 아빠는 다소 무시하는 딸, 홈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가정이었다. 히라타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어갔다. 그런데 딸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는 자살했다. 자신은 암 선고를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평범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186-187쪽)

 

   주인공 히라타 마코토는 지방 대형마트의 보안책임자로서 특별할 것 없이 일상을 보내는 한 50대 남성이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까지 잃은 기구한 운명의 사내, 한마디로 홀아비다. 근무 중 음식을 훔치다 들킨 20대 여성 스에나가 마스미를 취조하다 그녀가 9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딸과 같은 나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평소 같았으면 경찰을 불렀을텐데, 그녀를 놓아준다. 죽은 딸과 같은 나이라는 이유만으로...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우연히 그리고 일부러 만나게 되고 서로를 알아간다. 하지만 사람 속이란 게 한 길 아니, 한 치라 할지라도 전부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결말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는 말이 있다. 살다보면 거짓말 같고 소설 같은 뜻밖의 조우(遭遇)를 경험을 하게 되는데, 말 그래도 ‘운명 같은 만남’이다. 읽는 내내 복 없는 사내 히라타 마코토의 심경을 추측했다. 그리고 끝내 그에게 공감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뺑소니사고, 공소시효, 자살, 가족해체, 데이트폭력 등의 일본의 사회문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든 작품이었다. 최고의 반전 소설, 맞는 말이었다!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저자
우타노 쇼고 지음
출판사
비채 | 2012-1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타노 쇼고가 선보이는 다층적 미스터리!제146회 나오키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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