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문제작 《전염성 탐욕》에서 월가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세계를 경악하게 한 바 있는 그는, 2008년 월가의 몰락과 함께 순식간에 전 세계로 금융위기가 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원인을 세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행동경제학, 신경과학, 법, 금융, 역사 등 관련 분야의 자료를 방대하게 수집, 분석하고, 100여 명이 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결론은 현대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박혀 있는 속도주의와 단기성과주의가 우리의 올바른 결정을 방해한다는 것. 이 책 《속도의 배신》이 나온 배경이다.
월가의 탐욕은 어떻게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는가?
당신이 속도에 굶주려 있는 동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금융위기를 예견한 문제작《전염성 탐욕》의 저자,
월가를 넘어 현대사회의 속도전에 반기를 들다
★《커커스 리뷰》 선정 ‘2012 올해의 책’
★《패스트 컴퍼니》 선정 ‘2012 올해의 경제경영서’
★‘800-CEO-READS’ 선정 ‘2012 올해의 책’
샌디에이고 대학 법학ㆍ경제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금융 분석가인 프랭크 파트노이의 최신작.
2004년 문제작 《전염성 탐욕》에서 월가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세계를 경악하게 한 바 있는 그는, 2008년 월가의 몰락과 함께 순식간에 전 세계로 금융위기가 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원인을 세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행동경제학, 신경과학, 법, 금융, 역사 등 관련 분야의 자료를 방대하게 수집, 분석하고, 100여 명이 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결론은 현대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박혀 있는 속도주의와 단기성과주의가 우리의 올바른 결정을 방해한다는 것. 이 책 《속도의 배신》이 나온 배경이다.
저자는 책에서 속도에 굶주린 현대사회의 민낯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드러내 보이면서 직관에 의한 빠른 판단이 어떻게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더 나아가 순간적 직관에 몸을 내맡기는 대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최대한 기다리라고 주장한다. 무작정 ‘빠름 빠름’을 외쳐 대는 우리 사회에 특히 더욱 울림이 큰 책이다.
우리는 왜 자꾸 조바심을 내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시켜 두고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닫힘 키를 누른다. 인터넷 창이 느리게 뜬다 싶으면 마우스를 신경질적으로 딸각거린다. 무서운 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바심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는 것.
놀라울 정도로 급변하는 기술의 속도는 어느새 우리 내면으로 침투했다. 시간을 절약하는 많은 도구들이 개발되면서 우리는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일례로 무의식 중 패스트푸드점 로고를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길이의 음악을 듣고도 더 긴 시간이 지났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82쪽). 글 읽는 속도가 빠르면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은 덜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속도가 우리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을 짐작케 한다.
속도 숭배에 대한 자기검열은 늘 있어 왔고 슬로 무브먼트가 시대의 한 조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경제학적·과학적 효용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실용주의자들인 우리에게 그것은 때때로 시대착오적이고도 공허한 메시지처럼 들린다. 그런데 프랭크 파트노이는 그의 최신작 《속도의 배신》을 통해 바로 그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늦춤(delay)의 가치를 분석한다.
저자는 역발상의 메시지에 심리학·행동경제학·신경과학·법·금융·역사적 근거를 끌어 모으고, 또 그것을 학문의 테두리에 감싸두지 않고 운동선수·데이트전문가·코미디언·군인·소방관·의사·정치가·기자의 뛰어난 전문가적 노하우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이다.
이 책의 장점은 또 있다. 지금껏 의사결정에 관한 수많은 대중 저서들이 ‘어떤 결정을 어떤 식으로 내릴지’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언제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선택의 타이밍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대한 기다려라, 1,000분의 1초까지 남김없이
책은 1,000분의 1초인 밀리초 속도 조절이 미치는 지대한 영향부터 시작해 초의 세계, 분의 세계, 또 그보다 긴 몇 해에 걸친 기간까지 시간의 세계를 순차적으로 확장해 가면서 총 14장에 걸쳐 늦춤의 다양한 효용을 고찰한다.
○인생은 밀리초의 속도 조절이 좌우하는 드라마
밀리초의 속도 조절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심장’이다. 스티븐 포지스는 심장박동을 잘 조절하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가설을 20년에 걸쳐 증명했다. 부모의 상담 내용보다, 직접 아이를 관찰한 기록일지보다, 한 아이의 미래를 더 잘 예측하는 “결정적 제보자는 아이들의 몸속에서 밀리초 단위로 기어를 바꾸는 조그마한 심장이었다.”(20쪽)
○초고속 스포츠인데 속도를 늦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무의식적 반응과 의식적 인식 사이에는 0.5초라는 의식의 장벽이 있다. 의식적 반응이라도 0.5초간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의식적 한계를 넘어서 초고속 세계를 무대로 하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야구다. 50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 온 벤저민 리벳 생리학 교수는 말한다. “타자에게는 공의 속도와 궤적을 파악하고 방망이를 휘두를 시간이 200밀리초 정도밖에 없다. … 위대한 타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생리학적으로 최대한 늦추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49쪽)
0.5초가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최대한 구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몇 밀리초라도 늦추는 기술이 필요하다. 훌륭한 테니스·펜싱·크리켓 같은 초고속 스포츠 선수들은 바로 그렇게 최적의 타이밍을 낚아채는 늦춤의 천재들이다.
○속도전의 메카 월가에서 왜 늦춤 전략이 펼쳐졌을까?
불황에 허덕이던 초단기 매매 회사 UNX는 최고의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매매 속도가 빨라지자 하루아침에 회생했다. CEO 해리슨은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회사의 지리적 위치까지 옮겨서 좀 더 속도를 높여 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거래 시간은 35밀리초가 단축되었으나 매매 비용이 오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운영 속도를 늦추고 나서야 실적이 다시 올랐다.
○얇게 조각내는 직관의 힘? 돌직구를 내려 두라!
수많은 베스트셀러가 직관의 힘과 동물적 감각을 강조한다. 생각의 속도를 끝없이 부추기는 그 메시지들은 첫인상과 편견에 대한 위험한 신뢰를 조장한다. 일명 ‘얇게 조각내기(Thin slicing)’라 불리는 개념은 1930년대 선입견의 폐해를 고발한 심리학 연구에서 최초로 등장한 이후 끝없이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2005년 말콤 글래드웰의 선풍적인 베스트셀러 《블링크 : 첫 2초의 힘》을 통해 갑자기 마술적 위력을 얻었다. 사실 《블링크》 역시 직관의 양면성(위험성)을 다루고 있지만, 미디어는 이 책에서 가장 선동적인 메시지를 내세워 ‘2초’라는 자극적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명품의 코미디의 조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베테랑들이 있다. 시간 속에서 즐겁게 노니는 코미디언들이다. 타이밍이 유머의 힘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의도적으로 멈춤을 통해서 관중의 시간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때까지 시간을 쥐어짠 다음, 마침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이제 풀어 줄 때가 왔다고 판단하면”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141쪽)
○다시 사랑받고 싶다면 사과는 조금 더디게…
왜 빌 클린턴의 사과는 통하고 멜 깁슨의 사과는 통하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사과를 빨리 할수록 좋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과하는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것이 관계 회복에 더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방은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시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따라서 너무 성급하게 사과하면 화를 자초하는 것. 대중을 향한 유명인들의 사과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는 천천히 무르익는다
“유수의 은행과 규제 당국이 왜 그처럼 단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경제가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을까, … 미래에 대한 예상이 왜 그렇게 치명적으로 빗나갔을까에 대한 근본적 해답을 찾고 싶었다.”(12쪽)
저자가 밝힌 이 책을 쓴 의도이다. 그렇다면 우린 그 의미심장한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책에 따르면 개나 비둘기나 사람이나 모든 동물은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밀리초나 초 단위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은 누구나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 하루를 넘어 시간이 연장될수록 인간의 시간관은 특별해진다.
인류가 언제나 속도를 숭배한 것은 아니다. 공자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을 말했고,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비롯한 로마의 현인들은 ‘천천히 서두르라’는 격언을 사랑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미루는 습관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고, 속도의 자극은 점점 역치를 높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 진화의 역사가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필립 짐바르도와 존 보이드에 따르면 어느새 우리는 “메가헤르츠의 시대에 사는 헤르츠의 기계가 되었다.”(247쪽)
보다 먼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관과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은 어쩌면 단기적인 상상력과는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성숙함은 바로 그런 늦춤의 미학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인류사의 놀라운 혁신가들은 느리게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성공해 왔음을 각성시킨다. ‘빠름=좋음’이라는 공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금껏 경멸했던 우리의 게으름, 미루는 습관, 우유부단을 긍정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우리 앞에 닥친 다양한 삶의 국면에서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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