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일간지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중증 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대면하면서, 그 공포와 절망의 심연을 이성으로 무장한다. 원초적으로 솟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면하는 태도를 취한다. 저자는 아들 워커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 세상의 시선을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그 13년 분투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지독하게 고독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뉴욕 타임스>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TOP 10
2010년 캐나다 3대 문학상을 휩쓴 화제의 논픽션
고장 난 아이와 지친 아버지, 인간의 근원적 가치를 묻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며 달을 떠올린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이 아이에게도 내면의 삶이 있을까? 이 아이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책은 중증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아들의 와해된 삶―그리고 아들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이 의미와 목적을 갖길 열망한 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대지 않고 냉정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아이의 영혼과 존재 의미를 더듬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독한 수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외롭고 고단한 모색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를 마주하게 된다.
이 아이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이 아이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심각한 지적 장애가 있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저 사람에게도 과연 내면의 삶이 있을까? 온전한 영혼이 있는 걸까?’ 그러곤 어쩐지 죄스런 마음에 얼른 물음표를 털어 낸다. 그런데, 이런 물음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이가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다름 아닌 장애를 지닌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 워커를 보고 있자면 달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워커가 정말로 공허한 존재라면, 왜 그 존재가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까? 워커가 내게 보여 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기묘하게 생긴 머리 안에서, 빠르게 뛰는 심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아들한테 설득당하고 만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본문 14쪽)
*** 워커가 훌륭한 공동체에서 전일제로 살게 된다면 비용이 1년에 최소한 20만 달러는 들 것이다. 워커가 쉰 살까지 산다면 총 비용은 800만 달러가 된다. 내게는 800만 달러라는 큰돈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온타리오 주의 인구가 800만 명이다. 워커는 온타리오 주에 사는 사람들 각자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밤이면 그런 계산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본문 116쪽)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가 자기 아이의 영혼에 내비치는 의구심은 낯설고 불편하다. 부모만큼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이 책의 저자에겐 그렇지 않았다.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대지 않고 냉정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아이의 영혼과 존재 의미를 더듬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독한 수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달나라 소년』은 아들의 와해된 삶?그리고 아들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이 의미와 목적을 갖길 열망한 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지독하게 외롭고 고단한 이 여정을 따라가다 문득 마주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이다.
“한 아버지의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캐나다 3대 문학상을 석권한 화제의 논픽션
이 책의 저자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통렬하고 깊이 있는 기획 기사로 명성이 높다. 2007년 <글로브 앤드 메일>에 희귀성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 워커의 이야기를 ‘The Boy in the Moon’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출간된 『달나라 소년』은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깊이 있는 사유와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이듬해 캐나다 3대 문학상(찰스 테일러 상 논픽션 부문, 브리티시컬럼비아 내셔널 어워드 국내 논픽션 부문, 온타리오 트릴리엄 북 어워드 수상)을 석권했다. 책에 대한 호평은 캐나다뿐 아니라 북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뉴욕 타임스>는 이 책을 2011년 올해의 책 TOP 10으로 선정했다.
“워커의 삶이 드러내는 고통과 슬픔은 너무도 가차 없기에, 오히려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 아름다운 무언가를 요구하는 면모가 있다. 이언 브라운의 책도 이와 마찬가지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뉴욕 타임스> 리뷰 중에서
이 책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지만, 동시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자가 아들 워커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장애 부모에 대한 냉담한 접근 탓이다. ‘고장 난’ 아이, 인간의 변칙, 진화의 오류… 저자는 이처럼 냉정한 표현으로 아들을 언급한다.
*** 워커는 자신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 둔감한 표정 아래, 죽음처럼 고요한 그 마음의 연못 아래, 아이의 알맹이가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불과한 건 아닐까? 성장이 저해된 아이의 각 부분들 속에서 온전한 전체를 인식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무분별한 믿음에 가까운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광신도들이 자랑하는 (…) 신앙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본문 57쪽)
*** 워커를 키우는 것은 물음표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아직도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할 때면 그것이 어떤 느낌이며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소리로 들리는지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부딪친 인간의 변칙, 인간 존재의 희귀하고 생소한 일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본문 22쪽)
삶에 닥친 거대한 난관(가령 장애아의 부모로 산다는 것), 그 공포와 절망의 심연을 이성으로 무장하고 건너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것을 해 낸다. 경탄과 경악을 동시에 일으킬 만하다. 이 책은 원초적으로 솟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면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저자는 워커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 세상의 시선을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 결과물, 치열하고 처연한 13년 분투의 기록은 독자를 울리고, 할퀴고,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고장 난 아이와 지친 아버지
‘달나라 소년’ 과 인간의 의미를 찾아서
워커의 진단명은 CFC 증후군(심장-얼굴-피부 증후군, cardiofaciocutaneous syndrome)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CFC 환자는 100명 남짓뿐,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 병의 원인은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기에 의사들은 CFC를 ‘고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워커는 심각한 발달 장애를 동반한 탓에 24시간 누군가 돌봐야 생존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인 13살이 될 때까지도 1살 아이 정도의 지능에 머문 채다. 평생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 극히 최근까지 누구도(특히 정부의 재정지원 기관들은) 부모가 아이를 사랑지만 직접 돌보기는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년 전만 해도 의학적 복합 증세를 가진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은 생존하지 못했다. 하이테크 의학은 초인적 보살핌이 필요한 새로운 인간 종족을 탄생시켰는데 사회는 아직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워커는 고도의 보살핌이 필요한 신(新) 인간 종족을 대표하는 사례다. (본문 133쪽)
워커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정부 지원을 받아 그룹홈에 입주한 후, 저자는 대륙을 횡단하며 보다 다각적으로 ‘신 종족 워커’의 의미를 탐구하고 나선다. 그는 다른 CFC 환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과학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실험실은 워커의 존재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버지는 유전학자를 찾아가고, 유전자 검사를 받고, MRI로 워커의 뇌 속 깊은 곳을 촬영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알아낸 것이라곤 워커가 “유전자의 철자 오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
*** 유전학자의 판단에 의하면, 워커는 자연의 해로운 영향을 보여 주는 셈이다. 하지만 워커는 온전히 자연만의 산물이 아니다. 워커는 생존했고, 그 생존은 의료기술과 인간적 배려―G튜브와 약, 효과를 측정할 순 없지만 워커와의 상호작용이 아이와 자신에게 모두 가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의 결과다. 워커에게는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게 그다지 없다. 하지만 다른 CFC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워커는 여러 사람의 삶을, 특히 나의 삶을 변화시켰다. 나를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참을성 있고 도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긴 안목을 선사했다. 그런 것 또한 일종의 진화, 긍정적이고 윤리적인 진화가 아닐까? (본문 222쪽)
저자는 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슈(L'arche, 방주라는 의미. 발달 장애자와 그들을 돕는 자들이 삶을 나누는 공동체이자 국제기구)를 찾아가, 설립자인 장 바니에(Jean Vanier)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워커가 이 세상 속에서 품위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방식이 있는지, 장애인에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 비장애인들에게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워커의 삶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바니에는 “그렇다”고 말한다. 바니에에 따르면, 장애인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마침내 우리는 ‘경탄과 감사’를 경험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이 우리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며, 이 단계에 이르면 “장애인들 속에서 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러기를 바라면서도, 저자는 바니에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아버지는 워커에게서 전능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저 자기 아들의 얼굴을 볼 뿐이다. 인간을,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결점을 지닌 인간의 얼굴을 볼 뿐이다. 다만 워커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내가 나 자신의 한계와 직면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워커를 다른 아이로 바꿨으면 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혈연이라는 단순하고 중요한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 그건 내가 워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 지친 아버지와 고장 난 아들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바꾸거나 변명하지 않고. 그런 관계가 주는 안도감이 얼마나 큰지 놀라울 따름이다. (본문 370쪽)
슬픔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한 아버지의 초상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이 가슴 아픈 모색이 사실상 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더욱 애잔하다. 아버지는 아이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는 동시에 그 아이를 세상 한가운데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두 간극을 오가며 한없이 휘청거리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을 도모하지 않는다.
*** 고통에 무릎 꿇지 않으려던 내 아들이 자기보다 고통이 더 거대하다는 걸 갑작스레 깨닫고 패배의 슬픔에 겨워 깊고 침통한 울음을 쏟아 낼 때면 나 또한 울게 된다. 왜?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아니다. 워커의 고통이 나를 분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흐느껴 울게 되는 건 그런 상황에조차 숨겨진 낙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워커가 고통과 싸우려 했다는 것, 그 고통이 지나가길 기대했다는 것 때문에. (본문 317쪽)
*** 워커는 여러 가지를 좋아했다. 그렇게 보였다. 아무 대답도 없었지만 나는 작은 귀에 대고 끝없이 얘기했다. 워커는 나를 그런 식으로 끌어당겼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 워커가 고마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워커는 그렇게 작고, 깃털처럼 가볍고,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였다. 곁에 있는 사람이 그에게는 온 세상이었다. 나는 워커의 세상이 되는 게 좋았다. 함께 보트를 타고 있을 때면 워커의 곱슬머리가 내 턱을 간지럽혔다. (본문 75쪽)
끝내 아무 답도 찾지 못한 이 아버지의 황량한 여정이 오히려 읽는 이들에게 어떤 자각을 주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 가장 낮고 약한 곳에서 던진 삶에 대한 의문이 ‘고장 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안위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묵직하게 두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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