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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영업·마케팅·세일즈·회계

[책리뷰] 파는 것이 인간이다 - 내 속에 숨은 장사꾼 기질, 비밀을 벗다

by Richboy 2013. 9. 28.

 

 

 

내 속에 숨은 장사꾼 기질, 비밀을 벗다

 

 

   “왜 하필 어려운 경제경영서를 읽는 거죠?” 10여년 전 지금은 사라진 포털 엠파스에서 블로그를 만들고 온라인 리뷰어로 활동하면서부터 지금껏 숱하게 들어온 질문이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에둘러 대답했지만 정말 하고 싶던 대답은 경제경영서 속에 ‘진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다.

 

   장사業를 뜻하는 비즈니스business 속에는 ‘사고파느라 바쁜 진짜 인간의 모습busy+ness'이 들어 있다. 경제라는 단어 역시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 아니던가. 그렇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 먹고사는 일이 제일 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 정치, 종교, 철학, 예술도 좋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굶주리게 되면 다 필요 없다. 내가 경제경영서를 즐겨 읽는 것은 이런 원초적인 이유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나라마다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는 거래去來, 간만큼去 오면來 된다. 물물교환의 의미가 짙다. 일본은 토리히키取引라 부르는데, 일단 취하고取, 덧붙여 추가로 끌어당긴다引. 일본인을 두고 경제적 동물이라 부르는 의미를 알 듯 하다. 중국은 쎵이生意라고 부른다. 장사에 삶生의 의미意를 둔다니 무섭다. 역시 중국상인을 세계 3대 상인 중 하나라 부를 만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면, 그 전제에 해당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설득과 협상의 과정이 숨어 있다. 비즈니스를 일컬어 ‘설득과 협상의 총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은 출근길 택시에서는 어느 노선으로 달려야 할지 택시기사와 협상하고, 회사에서는 과중한 업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한다. 퇴근길에 술 한 잔 하려니 어느 술집을 가야 할지 술친구와 협상하고, 술값은 오늘 주식장에서 상한가를 친 김대리가 내야한다고 설득한다. 심지어 집에 돌아가서는 라면을 끓여먹고 자야할지 아니면 그냥 잘지 ‘나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설득의 일상을 다시 비즈니스 개념으로 확대해 보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팔아가며 살고 있다.

 

   “장사를 밥벌이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날마다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고용주에게 뭐든 팔면서 산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는 믿음을 판다. 또 나 자신에게는 책을 쓰자는 계획을 판다. 우리는 자기를 학교와 조직에 팔고 미래의 배우자에게 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특선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행위를 판다. 판매는 지극히 인간다운 행위이고 여기에 모든 의미가 함축된다.“(장사의 시대)

 

   하버드 MBA 출신 저널리스트 필립 델브스 브러턴이 <장사의 시대>(어크로스)에서 한 말이다. 세계 비즈니스 업계의 리더들을 기르는 하버드 MBA에는 세일즈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장사꾼들을 만난 후 세일즈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이며, 매출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그는 남을 설득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때, 이성을 유혹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 브로콜리 한 조각을 먹일 때도 장사의 기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세계의 경영 사상가 50인’ 중 한 명이자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새로운 미래가 온다><드라이브>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Daniel H. Pink 역시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활동이 모두 넓은 의미의 판매 활동이며, 여기에 자신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비판매 세일즈non-sales selling'이라 불렀는데, 비판매 세일즈가 생존과 개인적 행복을 가름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To Sell IS Human’가 원제인 이 책은 모두가 세일즈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기존에 갖고 있는 무언가를 버리고 우리가 제안하는 어떤 것을 취하도록 설득하고, 이유를 납득시키며,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업과 관련된 활동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는 40퍼센트 이상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일에 쓰고 있다.”(파는 것이 인간이다)

 

 

 

 

   저자는 우선 왜 세일즈 전성시대인가부터 살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9명 중 1명은 세일즈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인원은 1,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9명 중 다른 8명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비판매 세일즈’를 하고 있다. 이렇게 비판매 세일즈 인구의 급증이 이루어진 이유는 뭘까?

   이유는 세 가지. 첫 번째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소규모 기업, 1인 기업의 두드러진 증가가 좋은 예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직이 수평화, 분산화 되었다. 오늘날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개인들은 기능적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설계자도 분석해야 하고, 분석가도 설계해야 한다. 마케터도 생산해야 하고, 생산 담당자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교육 및 의료 분야의 성장이다. 과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구매자 부담의 원칙)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의존하고, 학생이 선생님의 교육에만 의존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스마트폰만 열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자 입장이 뒤바뀌었다. 차를 팔거나 회의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설득할 때에도 환자나 학생의 요구에 부응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세상(판매자 부담의 원칙)이 된 것이다.

 

 

 

 

   이전 시대의 판매방식, 즉 집요하고 끈질긴 태도나 화려한 화술에 의지해서는 더 이상 안통한다.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에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는 정보 대칭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일즈의 세상에는 새로운 가치와 방식이 필요하다. 먼저 세일즈에 임하는 태도에 궤도수정이 요구된다. 즉 전통적인 세일즈의 ABC가 ’항상 판매를 종결지어라Always Be Closing‘였다면 오늘날은 다른 사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조Attunement와 거절의 바다에서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 Buoyancy 그리고 문제 발견을 통한 명확성 Clarity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일즈에서는 어떻게 해야 상대를 사로잡을까? 남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홍보하려면(피치 Pitch)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하고, 급변하고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대처력이 더해진 ‘즉흥극’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일즈와 비판매 세일즈는 결국 누군가에게 서비스하는 행동이다. 여기서 서비스는 다른 이들의 삶을 개선하고 나아가 세상을 발전시키도록 ‘기여’하는 서비스여야 한다.

   웹Web 2.0 프로슈머의 시대, 잉여를 나누고,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려는 인간 본성을 세일즈에 연결시킨 다니엘 핑크의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세일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그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의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52호)에 소개된 전문가 리뷰입니다.

<이 책에 대한 북트레일러>

 

 


파는것이 인간이다

저자
다니엘 핑크 지음
출판사
청림출판 | 2013-08-1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일은 세일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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