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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장서의 괴로움(오카자키 다케시)

by Richboy 2014. 8. 27.

 

 

 

『장서의 괴로움』는 대략 장서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다.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덕에 알게 되는 일본 문학 지식도 쏠쏠하다.

 

“이러다간 집이 무너질 지도 몰라.
장서술이 필요해“


독서인구가 줄어드네, 전자책으로 옮기네 하는 이 시대에 ‘장서의 괴로움’에 대한 책 한 권을 쓰다니, 속세와 거리가 먼 이야기긴 하다. 하지만 정중앙을 돌파해가는 것은 언제나 ‘소수파’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뚫고 나가리라는 의지로, 아마 앞으로도 책 때문에 ‘괴로워’하며 살고 싶은 게 저자의 본심이다. 하지만 집이 무너진다고 식구들이 아우성인데,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않은가.

당신의 서재는 안녕하십니까?

알게 모르게 장서가가 참 많다. 이젠 전자책 시장만이 남을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전자책으로 모두 바뀌는 세상이 온다’는 예언은 20년 전부터 해온 상상이다. 물성으로서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자책은 정보일 뿐이지 책이 아니다. 그런데 세대란 말이 존재하는 한, 책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분류로 수집하는 장서가의 존재는 필연이다. 책을 모으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세대가 존재하니까.
하지만 이들의 행복에도 문제가 있다.
어느새 점점 쌓여가는 책 때문에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변해버리고, 함께 사는 가족의 원성은 늘어가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란 말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면 어쨌든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여기에 장서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일본 작가들이 있다. 일본은 최근 3·11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소실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해로 인한 자연 소실이 아닌 장서가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단 말인가? 유명 작가에서 일반인까지 그들만의 특별한 장서술이 흥미진진하다.

▶ 차라리 집을 다시 짓자. 이대로라면 책더미에 깔려 죽겠어!
이 책은 대략 장서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다.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덕에 알게 되는 일본 문학 지식도 쏠쏠하다. 책으로 인한 고통을 때론 한탄스럽게, 때론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이야기는 요즘말로 웃프다고나 할까.

▶ 그럴싸한 ‘정리의 기술’ 같은 것은 없다. 그래도 정리해야 한다면, 무엇부터?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 건전하고 현명한 장서술이 필요한 이유다. 수집할 가치가 있는 책들만 모아 장서를 단순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만큼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것부터 시작하자.

▶ ‘연애의 괴로움’이나 ‘장서의 괴로움’이나 매 한가지다
네가 뿌린 씨앗이니 네가 거둘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다. ‘책이 너무 늘어 걱정’이란 투정은 결국 자랑삼아 자기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못된 여자한테 홀랑 넘어갔지 뭐야”, “원, 사치스러운 여자라 돈이 얼마나 드는지”, “별 볼 일 없는 남자라 얼른 헤어지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등등.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나쁜 여자한테 걸렸다고 생각하며 살 수밖에요.”
이런 얘기를 진지한 고민거리로 듣는 사람은 없다. ‘괴로움’은 다분히 해학을 자아내는데, 여기에 ‘구원’이 있다. 따라서 ‘장서의 괴로움’은 남을 웃길 수 있도록 써야 제맛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기가 뿌린 씨앗이잖아? 내키는 대로 알아서 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웃음이라도 줘야 들어줄 게 아닌가. 그렇다, ‘연애의 괴로움’이나 ‘장서의 괴로움’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괴로워하든 고통받든 자기 마음이지만 제발 남까지 끌어들이진 말았으면 좋겠다.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장서의 즐거움’도 아니고 ‘장서의 괴로움’이라니.
그것도 책이 절멸 위기종에 처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오늘날에 말이다.

▶ 건전한 서재 만들기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
자신처럼 장서로 괴로워한 유명 작가나 일반인의 경우를 살펴보며 고통을 치유해가는 생활 공감기다. 무언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을까 했지만, 결론은 나쁜 여자한테 걸렸다고 뽐내며 살아가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만약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는 책을 처분하지 않을 테고, 결국 그 사람도 책 한 권이 더 늘어버리는 셈이니까.

▶ 이렇게 귀찮은 것에 홀린 책 수집가는 도대체 어떤 인종인가?
수집가가 그리 긍정적인 인물형은 아니다. 어떻게 보자면 수집이란 가장 어이없는 퇴행 중 하나일 수 있다. 책 수집가도 아마도 남다르게 집념이 깊고 인색하며 괴팍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한 책을 자랑한다.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책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때론 처자를 저당 잡혀서라도 원하는 책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 가운데 어떤 이는 장서의 대부분은 읽지 않는데, 이런 책 수집가를 보면 같은 장서가로서 자기혐오에 빠진다. 책더미에 눌리는 삶이 바람직하겠는가.

▶ 과연 장서가를 고칠 약은 존재하는가?
이 책에는 저자처럼 “그래, 이제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는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천천히 책더미와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부터 손을 놓기 시작하면서 헌책방에 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과연 나는 올바른 독서가인지 반성하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을 찾아내며, 도서관에서 위로를 받으며 결국 나의 책을 처분하기까지. 장서가라면 맞아, 맞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눈물겨운 이별과정이 그대로 펼쳐진다.

 


장서의 괴로움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출판사
정은문고 | 2014-08-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러다간 집이 무너질 지도 몰라. 장서술이 필요해“독서인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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