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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한국은행 총재도 모르는)B급 경제학(우종국)

by Richboy 2014. 9. 26.

 

 

 

『B급 경제학』은 고상한 척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돈의 문제를 적나라한 화법으로 다뤘다.‘고상함’을 떨쳐버린, 그래서 ‘B급 경제학’이다. 이 책은 교과서 경제학의 난해함, 자기계발류 서적의 허세, 재테크 서적이 주는 소외감을 떨쳐버리고 지금 당장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들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제시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내용도 읽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술 한 잔 하며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스토리텔링식 전개의 흡입력은 경제학에 학을 뗐던 사람이라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What is B-Class Economics?
-A급을 넘어선‘B급 경제학’


중·고교를 통틀어 6년 넘게 공부한 영어인데도 왜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경제를 그렇게 공부했으면서도 왜 써먹지 못하는 것일까? 영어는 필요할 때 통역을 쓰면 되지만, 경제는 통역을 부를 수 없다. 스스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상을 ‘경제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물질을 따지는 것은 나쁜 것이고, 삶은 순수해야만 하기 때문일까? 이는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교과서 때문이다. 그렇다면 ‘쉽고 재밌게 배우면서 영어회화 실력을 늘리듯 경제를 공부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이 이 책의 실마리가 됐다.

우리는 모두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도 긴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력 공급자이자, 여가 시간에는 커피·음식·영화·공연·자동차 등의 상품 소비자다. 우리 삶 자체가 경제다. 심지어 연애, 결혼을 비롯한 취업, 직장생활, 은퇴 후의 삶 모두 경제적 배경을 모르면 본질을 알 수 없다. 자신의 사랑만은 순수하길 바라고 경제적인 접근은 세속적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사랑이 누추해지는 것도 돌이켜 보면 결국은 돈 때문이다.

경제학이란 간단한 경제 원리에서 시작해 머리가 뛰어난 수재들이 수백 년간 발전시켜 온 해석툴로서 인류의 소중한 지식재산이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그 수준은 너무 높고 멀다. 그런 ‘A급 경제학’ 말고 일반인들에게 ‘B급 경제학’이 필요하다. B급이라고 해서 진짜 A급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을 부릴 순 없다. 잘 알아야만 비틀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B급, C급들이 A급인 양 포장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책은‘원 오브 뎀(One of them)’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되기 위해 A급을 버리고 B급을 선택했다. ‘B급’은 근엄한 경제학을 비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인 것이다.

이미 세상은 자본주의로 물들어 있는데, ‘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기 때문에 경제를 알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사실 자본주의에 종속된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그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젊음을 위한 다양한 담론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러나 ‘위로’만으로는 개선이 어렵고, ‘분노’는 그때 뿐이며, ‘철학’은 해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독자 스스로 당당한 경제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 수십 년 경제학을 연구한 석학들이 보면 가소로울 수도 있겠지만, 당돌한 젊은 경제학도의 허세를 귀엽게 봐 주었으면 좋겠다. 

 

 

  저자 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는 고등학교 때까지 플라모델 만들기와 만화 캐릭터 그리기로 소일하던 모범생이었다. 종로학원에서 재수한 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생 때 NL(민족해방전선)과 PD(민중민주주의)로 나뉜 학생정파의 논리적 근거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지만, 정작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은 화염병을 ‘기능적으로 충실하게’ 만드는 일이었다(심지가 너무 짧으면 ‘실전’에서 불이 쉽게 꺼져 버리고, 너무 길면 눈썹이 타 버린다).


‘신형’ 486DX2 컴퓨터의 성능에 감탄하던 1996년 ‘왜 일반인은 잡지에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없을까’라는 의문에 SLR카메라를 사서 닥치는 대로 찍었다(필름값 좀 들었다) ‘왜 학생들이 만드는 자료집은 다 촌스러운가’라는 의문에 포토샵과 코렐드로를 배워서 진짜 책 같은 작업물을 만들었다. 혼자서 사진 찍고, 글 쓰고, 편집 하고, 디자인까지 했으니, 잡지쟁이가 될 기질이 충분했다.

대학 졸업 때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한겨레영화제작학교를 수료한 뒤 영화 ‘오구’ 연출부 및 스토리보드 작가로 일했다. 연출부 오래 한다고 감독으로 승진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든 뒤 다행히 일요신문 기자가 될 수 있었다. 주말에 시나리오를 쓰겠다던 여유는 잠시 뿐, 영혼을 바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것이 직장생활임을 깨닫고 업무 능력 향상에 매진한 것이 어느덧 10년을 넘겼다. 한경비즈니스 기자가 된 지도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극도의 몰입을 통해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미의 대상이 영화에서 ‘경제’로 바뀌었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아닌 ‘B급 경제학’이 탄생했다. 지독한 탐독과 추론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근엄한 것은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청개구리 근성과 범생이의 끈기가 창조성의 근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향후에는 다시 예술적인 작업을 할 수 있을 날을 꿈꾸고 있다.

 

책속으로 추가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자신이 창조적인 인재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면접장에서 엽기적이랄 만큼 엉뚱한 복장이나 행동을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있다. 그러나 창의성이란 것이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엉뚱한 발상에서 생기는 것일까. 반대로 아직도 취업면접장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성실성만을 어필하는 취준생도 있다. 그 사람은 트렌드를 모르는 것일까. 그런데 엉뚱한 상상을 하는 사람보다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가능성이 더 크다. 왜 그럴까. 상상은 상상에 그칠 뿐이지만, 그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할 방법을 아는 것이 창조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알려면 해당 분야를 통달해야만 가능하다. 체조선수 양학선이 ‘여2’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자 ‘반 바퀴 더 돌 수 있지 않을까’라며 시도한 끝에 ‘양1’이 나온 것이다. 체조를 잘 모르는 사람이 “까짓거 한 바퀴 더 돌면 되지 않나”라고 한다면 그것은 상상이다. 그러나 양학선처럼 실제로 할 수 있어야 창조다. 누구나 다 아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트리플러츠를 ‘멋지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트리플러츠 기본동작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멋을 부리다가는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창의성을 접목하기 전에 기본적인 업무에 통달해야 한다. 일도 잘 못하는 사람이 멋만 부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13년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집필한 지 500주년을 맞아 ‘군주론’이 새롭게 조명받기도 했다. 그런데 리더들 중에 어줍잖게 ‘군주론’을 읽고 와서는 냉혹한 군주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한심한 경영자는 없기를 바란다. 왜냐면 봉건시대와 후기 자본주의의 리더십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력이 그리 높지 않던 시기였던 봉건시대에 이윤, 즉 부의 축적을 추구하려면 결국 영토를 확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영토를 순순히 내줄 리가 없기 때문에 결국 무력이 이윤 추구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두려움에 떨게 하는 군주(’군주론’에서 주창하는 리더십의 핵심)’가 리더십의 표준 모델이 됐다. 봉건시대가 지나고 생산력이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한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공급이 부족한 시대였기 때문에 팔리는 것을 걱정할 필요 없이 오로지 싸게 만드는 것이 경쟁 요소였다. 따라서 이윤 추구의 최대 수단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얼마나 잘 시키느냐가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이었다. 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후기 자본주의에서 경영자가 목표하는 최대의 이윤 추구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창조적인 상품·서비스, 즉 동종업계의 ‘금메달’ ‘스타’를 만드는 능력이 요구된다. 창조적 리더십만이 이것을 할 수 있다.

을이 갑에게 당당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슈퍼 을’이 되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브레이크 부품을 만드는 데 있어 다른 경쟁사들은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높은 성능과 품질을 갖추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부품을 달라고 할 것이고, 오히려 원청업체 구매담당자가 매일 공장으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릴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산업계의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에 어느 한 업체가 월등하게 높은 수준의 제품을 독점 공급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傳記)를 보면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할 때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에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칩) 제조를 요청했으나, 당시 세계 최고의 인텔은 애플의 요구를 황당하다며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공손하게도 애플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결과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높은 수준의 부품들을 제공했기 때문에 아이폰의 품질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 삼성전자는 슈퍼 을로써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사고를 당할 확률을 로또 당첨확률과 비교해 보자. 매일 13.7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는데, 일주일은 7일이니 96~97명 정도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추첨하는 로또는 평균 7.55명의 당첨자가 나온다(2013년 1등 당첨자는 393명). 교통사고 사망자가 로또 당첨자보다 13배 가까이 많다. 지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평생 한 두 번 들을까 말까 한데, 그보다 13배나 어려운 로또 당첨됐다는 소식은 평생 가도 듣기 어려운 것이다. 오죽하면 번개 맞을 확률보다도 어려운 것이 로또 당첨이라는 말이 나올까. 그렇다면 우리는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것을 한탄하기보다는, 교통사고로 죽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평균을 벗어난 극단적 확률의 범위 안에는 행운도 있지만 불행도 있는 것이다

 


B급 경제학

저자
우종국 지음
출판사
Silver Lining | 2014-09-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소통 불능의 시대, 홍대 죽순이부터 근엄한 교수님까지 아우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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