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자본, 'G2 파트너' 중국을 정조준하다!
미국은 과거에도 '달러 약세 10년, 강세 5년'의 주기를 이용해 두 차례의 금융 전쟁을 수행했다. 이번이 그 세 번째 주기로, 저자는 그 주 타깃은 중국과 위안화라고 말한다. 이에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 무기와 중국의 가능한 방어책을 소개하며, 이 금융전이 어떻게 끝날지 놀라운 결말을 내놓는다. 특히 미국이 의도한 대로 중국 자본 시장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 많은 학자들이 달러 가치가 곧 세 번째 상승 주기로 들어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향후 몇 년 사이 달러 가치가 반등했다가 급락해 달러 패권이 평화적이고 조용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까지 예측하고 있다. 또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현명하게 해결한다면 위안화의 국제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져 세계 금융에 달러, 위안화, 유로화의 삼각 구도가 형설될 것이라는 놀라운 전망을 내놓는다.
G2 양강 미국과 중국의 금융 대격돌
한국 경제 최대의 위기가 다가온다
2015~2016년 미 연준이 강달러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와 자산 가격 폭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이번 슈퍼 달러 기조가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금융 전쟁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동안 무역과 투자를 통해 전 세계에 달러 자본을 퍼뜨리며 달러 패권의 첨병 역할을 해 온 중국이 점차 G2 구도를 깨뜨리고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수세에 몰린 미국은 금융 제국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금융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미국이 과거에도 ‘달러 약세 10년, 강세 5년’의 주기를 이용해 두 차례의 금융 전쟁을 수행했으며, 이번이 그 세 번째 주기로, 그 주 타깃은 중국과 위안화가 될 수밖에 없음을 설득력 있게 논한다.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 무기와 중국의 가능한 방어책을 소개하며, 이 금융전이 어떻게 끝날지 놀라운 결말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의도한 대로 슈퍼 달러의 위력으로 초엔저 시대가 도래하고, 중국 자본 시장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출판사 서평
‘슈퍼 달러’, 달러 자본의 또 한 번의 금융 수탈 전략인가?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중국 입장에선 1972년의 중국 비밀 방문이고, 미국 입장에선 실패를 인정하고 베트남에서 군대를 철수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역사학자들이 아니라 금융학자가 역사를 썼다면, 닉슨이 남긴 최고 걸작으로 1971년의 ‘금 본위제 폐지’를 꼽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달러의 금 태환이 정지돼 달러와 금의 연동이 끊어지면서, 미국은 달러 패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후 자국의 크고 작은 금융 위기를 넘기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은 달러의 국제 통화 지위와 금융 제국의 위력을 한껏 이용해 왔다.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최근의 ‘슈퍼 달러’ 기조가 사실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금융 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 미 중앙은행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단순히 미국의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내 든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과 효과를 노린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그 타깃은 중국이다. 즉 지금의 강달러 기조는 글로벌 최강 G2의 한쪽인 미국이 다른 한쪽 중국과 위안화를 겨냥해 벌이는 금융 전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환율 전쟁’, ‘통화 패권’, ‘미중 간의 격돌’…… 얼핏 보면 몇 년 전 유행했던 ‘화폐 전쟁’ 트렌드의 연장선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인식과는 선을 그으며 화폐 전쟁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다. 지금껏 1ㆍ2차 세계대전은 물론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 전쟁과 미국 독립 전쟁 등 근대의 많은 전쟁이 사실은 화폐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화폐 전쟁이란 단지 음모론의 산물이며 실체가 없다는 회의적인 인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역사적 사건들을 금융사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화폐 전쟁의 역사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화폐 전쟁은 자국 지폐를 대량으로 외국으로 유입시켜 타국 경제의 순환 시스템을 끊어야만 비로소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화폐 전쟁은 달러의 금 태환이 정지된 1971년 이후에야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금 본위 시대의 달러나 파운드화는 통화 발행이 귀금속 양의 제한을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물량 공세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화폐 전쟁이란 통화 패권국만이 누릴 수 있는 특수한 권력이라고 규정한다.
연준의 양적 완화 종료, 미국의 3차 금융 전쟁의 시작인가?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두 차례 금융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첫 번째 금융 전쟁은 1970~1985년에, 두 번째 금융 전쟁은 1985~2001년에 치러졌다. 두 번의 전쟁 모두 15년 동안 지속됐는데, 달러 가치가 10년가량 폭락했다가 나머지 5년 동안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미국은 약달러 정책으로 타국 통화 가치를 절상시킴으로써 달러 자본이 몰리고 경기가 과열되도록 만들어 자산 거품을 부추긴다. 이렇게 달러 약세 기간을 10년쯤 보낸 다음, 금리를 크게 인상해 달러 강세 국면으로 전환시킨다. 그러면 고금리의 유혹에 이끌린 국제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타국 자산들은 가격이 폭락한다. 이 5년간의 강달러 시기에 미국 경제는 해외에서 유입된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한 반면, 나머지 나라들은 대부분 불황을 겪었다. 1차 금융 전쟁의 강달러 기간에 1980년 2조 7000억 달러였던 미 GDP가 1985년 3조 9000억 달러까지 44퍼센트나 증가했지만, 서유럽 각국 경제는 미국의 고금리 정책 탓에 자국 자산의 가격을 유지하지 못했고 5년간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차 금융 전쟁의 강달러 기간에 미국은 GDP 증가율이 평균 4퍼센트를 웃돈 반면, 일본 GDP는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하며 유명한 ‘잃어버린 10년’을 맞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에 외환 위기가 닥쳤으며, 러시아 등도 모라토리엄(지급 정지)을 선언했다.
그런데 2002~2012년에 다시 한 번 달러 약세가 유지돼 달러 자본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고, 이제 마침내 강달러 반전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3차 금융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미국의 이러한 금융 전략이 일부러 고안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며, 미국이 금융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거나 우연히 터득한 기제라고 평가한다. 화폐 전쟁을 미국 엘리트층이 만들어 낸 음모라거나 밀실 정치의 산물로 규정한 기존의 화폐 전쟁 트렌드와는 다른 인식이다.
캐리 트레이드 손실을 시작으로 중국 자본 시장 붕괴까지
이번 강달러 정책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 힌트는 미 연준의 제5차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심사)에 들어 있다.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미국 19개 대형 금융 기관에 대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 것인데, 2012년 11월 15일 연준이 발표한 제5차 스트레스 테스트 조건이 특이했다. 2015년 2분기 미 GDP가 5퍼센트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실업률이 12퍼센트까지 치솟아 주식 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 자산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며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0퍼센트 하락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한 것이다. 이 같은 자산 가격 대붕괴 시나리오에 대해 일부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연준은 미 금융 기관들에게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자기 자본 비율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연준은 이 시나리오에서 ‘중국 및 아시아 경제의 성장 둔화’를 중요한 외부 요인으로 제시했다. 4차 테스트까지는 없었던 이 요인이 포함됐다는 것은 미국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 금융 기관들이 중국과 아시아 사업을 축소하고 아시아 자산에 대해 더 많은 자본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시중 은행과 투자은행 들은 자기 자본 비율 충족을 이유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 기업의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다.
미국의 달러 강세 공세로 가장 먼저 일이 터지는 곳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다. 2010년 달러 캐리 트레이더들이 미국에서 대출한 자금이 약 500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레버리지 비율을 10~20배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투자 규모가 5~10조 달러에 달한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레버리징을 이용한 세계적인 캐리 트레이드에 단기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식, 원자재, 신흥 시장 자산 등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한꺼번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된 상태에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자산 가격이 장기 침체에 빠지고 각국은 불가피하게 자산 매각을 통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나 투자의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신흥경제국도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이 7년 가까이 통화 확장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신흥경제국의 자산 가격에 거품이 나타나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성장률 둔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2013년 브릭스 국가 중 미국 신용 평가사들로부터 BBB, BBB-, BBB+의 국가 신용 등급을 받은 나라들이 수두룩한 상태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대부분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들 나라에 들어가 있는 자본이 일제히 빠져나와 시장이 거의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은 외화 자산이 가장 위험하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외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본원 통화를 공급하는데 이러한 해외 자산이 인민은행 자산 총액의 80퍼센트를 넘게 차지한다. 만약 중국의 외화 자산이 공격받아 외환 보유고가 단기간에 급감하면, 중국의 본원 통화 공급량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해 시중 통화 공급량 M2(본원 통화 + 통화 승수)의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전체 금융 자산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본원 통화 급감과 자산 거품 붕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심지어 미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에도 출현한 적 없는 심각한 위기다.
이미 중국 경제에는 악성 자산 거품이 만들어져 있다.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2013년 중국의 주택 가격이 1인당 평균 소득의 30~45배에 달했다. 미국의 9배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치다. 국제 자본이 중국에서 공매도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이미 마련돼 있으며, 달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통해 강달러 정책으로 전환한다면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중국의 자산 거품이 일제히 폭락하고 은행의 부실 채권율이 상승할 것이며, 미국의 3대 신용 평가 기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은 물론 지방 정부, 시중 은행, 회사채 등의 신용 등급을 잇따라 강등시킬 것이다. 그러면 중국에 들어와 있는 해외 자본이 중국 자산을 투매하고 자본의 대이탈이 시작되는 것이다.
중국 외화 자산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이 유로존 회원국들의 국채와 유로화 자산, 일본 국채, 금인 것도 문제다. 달러 금리 상승으로 유로화 및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값이 폭락하면 중국 외화 자산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외환 보유고 위축으로 이어져 앞에서 말한 상황들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G2 전쟁의 결과는 달러 강세가 아니라 ‘약세’?
그러나 저자는 놀랍게도 이번 금융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연준이 그동안 펼쳐 온 경기 부양책이 실물 경제를 회복시킨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대량으로 찍어 내 빚으로 부풀린 경제 성장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거나 자산을 일부 매각한다면, 제일 먼저 미국의 자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물 경제의 성장 없이 유동성이 회수되고 금리가 인상돼 재무 비용이 상승한다면, 금융 자산의 가격이 높을 때 처분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자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고 연준이 제5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예행연습까지 마친 부분이다. 자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기관들을 미리 대비시키고 단련시켰던 것이다. 미국이 그럼에도 강달러 반전을 강행하는 이유는 자국의 손실에 비해 타국이 더 막대한 피해를 입음으로써 자국으로 돌아오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자산 거품을 붕괴시키고 해외 자본의 이탈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유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현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이나 유로존이 향후 수년 내에 미국보다 더 거대한 자산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용인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중국은 향후 약 10년 동안은 무역 흑자가 유지될 전망이어서 외환 보유고가 고갈될 위험이 거의 없다. 현재 자산도 70조 위안에 달해 재정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 저자는 앞으로 3~5년 사이 중국이 주택 가격의 거품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유로존이 전략적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미국은 달러 가치를 급반등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강달러 정책은 미국의 ‘원맨쇼’로 끝나고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는 비극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쟁의 끝은 새로운 달러 약세 주기다.
‘샌드위치 신세’ 한국이 G2 전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은 당장의 강달러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것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도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농촌 토지의 화폐화(매매 자유화)’를 실시하면 도시 주택 가격을 끌어내려 부동산 가격 거품을 줄이고 최소 65조 위안의 부를 새로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부를 자산 유동화해 금융 강국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또 외화 매입에 의존하는 현재의 통화 발행 방식을 바꿔 ‘통화 독립’을 이뤄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위안화 국제화’를 성공시켜 국제 무역 결제 통화와 외환 시장에서의 위안화의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최대 수입국이자 수출국인 중국과 제2의 수출국인 미국이 맞붙는 G2 전쟁에서 한국 경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IMF(국제통화기금)는 2014년 10월 말 발표한 「2015년 아시아 태평양 경제 전망」에서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해 미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일본은행마저 양적 완화를 예고하고 있어 슈퍼 달러와 엔저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경제는 전통적으로 약달러와 엔고가 나타나는 시기에 크게 성장했고, 강달러와 엔저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외환 위기가 그랬고, 2004~2005년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 엔저가 지속되자 외화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것이 그랬다. 그만큼 경제 구조가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하다.
경제 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 이미 유로화가 탄생해 달러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고 위안화 역시 10년 내에 세계 3대 결제 통화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4년 12월 서울에 위안화 청산은행이 출범함으로써 원 위안화 은행 간 직거래 시장이 문을 열고, 우리 정부가 위안화 표시 외평채(외국환 평형 기금 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위안화의 부상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 준다.
현대 통화 전쟁의 본질과 정수를 요약한 결정판
위안화 국제화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 중국 자본 시장이 개방돼 국내 기업과 투자자의 기회는 더욱 늘어날 수 있지만, 외화 운용의 고민거리가 늘어나고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축 통화가 많아지면 불확실성이 커진다. 달러 일극 체제가 미국에게 부당한 이익을 안겨 주긴 했지만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해 글로벌 경제 성장을 견인한 공로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를 지켜보면서 이를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외 경제 충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통화 가치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 책은 향후 몇 년간 G2의 금융 전쟁과 대결 양상을 예측한 전망서이기도 하지만, 통화 패권의 본질과 달러 자본의 속성을 과감하고 심도 있게 분석한 국제 금융론 텍스트로서도 읽을 만하다. 달러가 세계 통화 패권을 차지하는 과정, 유로달러와 CDS(신용 부도 스와프)라는 금융 무기의 위력, 또 미국이 환율을 이용해 어떻게 세계적인 부의 재편을 달성했는지를 리드미컬하게 보여 줌으로써 현대 통화 전쟁의 거시적인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전 세계의 부가 블랙홀처럼 미국과 달러 자본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원리와 기제를 쉽고 명료하게 묘사하고 있어, 통화나 금융 용어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통용됐던 화폐 전쟁 개념을 밀도 있게 정제한 ‘화폐 전쟁 담론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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