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소비를 그만두다(히라카와 가쓰미)

by Richboy 2015. 1. 10.




일본의 한 지식인이 던지는 부조리한 현대사회에 실천적 대안!

『소비를 그만두다』는 자신의 생활을 통해 생각을 증명하는 행동하는 지식인 히라카와 가쓰미가 소비자본주의의 모순과 개인의 삶에 맞닿을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소비’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며 ‘탈소비’라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여기서 ‘소비’란 먹고 사는데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원하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벌어 쓰는 행위를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현대경제사를 풀어 놓으며 자본주의의 본질과 모순을 통찰한다. 전후 소비 1세대의 탄생으로 시작해 TV보급과 주5일제에서 비롯된 소비문화의 확산, ‘동네’라는 사회 공동자본의 소멸, 부가가치 창출 산업만을 강요하는 경제상장론 등 이 시대를 모두 겪은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이러한 병든 사회를 바꾸기 위해 행동을 바꾸라고 주문하는데 바로 ‘소상인’과 ‘탈소비’이다. 이 개념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제안은 기존의 이론과 정책에 주목한 책들에 비해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는 현재 우리들에게 더 깊은 공감을 준다.

일본의 한 행동하는 지식인이 왜곡되고 부조리한 현대 소비사회에 제시하는 실천적 대안

“돌이켜 보면 매일 지출했고, 매일 낭비했으며, 매일 폐기하는 생활이었다. … 지금은 다르다. 여유를 부리면서 일어나도 되고, 걸어다닐 수 있는 집 근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일이 끝나면 어깨에 수건 한 장을 걸치고 동네 목욕탕에 들른다. 집에 오면 소박한 음식을 먹고,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본문 9쪽 중에서)

이번에 출간된 『소비를 그만두다』는 2014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지식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개인의 삶에 맞닿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는 자신의 생활을 통해 생각을 증명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여러 저작과 강연을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소상인이 돼라』는 일본과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가 크게 공감한 책으로, 실제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곳곳에는 히라카와 가쓰미의 ‘소상인’에 대한 개념이 차용되고 있다. 『소비를 그만두다』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건강한 개인의 삶과 공동체로까지 그 의미를 확장시키며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소비 패턴을 낱낱이 분석하고 있다. 자본은 개인을 착취한다. 자본이나 기업에게 시간도 영혼 뺏긴 개인은 스스로의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도 모를 욕망 때문에 허망한 소비를 한다. 개인을 착취하고, 헛된 소비로 자본을 얻은 기업은 더 많은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힘으로 더 강력하게 개인을 착취한다. 이런 ‘착취-스트레스-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로 우리 삶을 지켜내야 한다. “돈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는 돈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 이렇게 자본과 기업에게 많은 힘을 쥐어준 것은 우리의 ‘소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소비’의 측면에서 찬찬히 살펴보고, ‘탈소비’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여기서의 ‘소비’는 먹고사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원하고,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벌어서 쓰는 행위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소비’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본 현대경제사,
일본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는다


이 책에 언급된 이야기는 모두 일본의 이야기다. 하지만 단지 일본의 이야기라고만 말하기에는 우리가 걸어온 길, 우리의 현재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현대경제사를 풀어놓으며 자본주의의 본질과 모순을 통찰하고 있다.
1950년생인 저자는 저축이 미덕이었던 전후 세대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소비자 1세대로 성장하며 소비자본주의의 태동을 몸소 겪었다. 소비가 악덕에서 미덕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이 급물살을 타게 된 전환점은 ‘주5일제’였다. 주5일제 전에의 주말은 그저 ‘다음 주의 노동을 위한 휴식’이었지만, 주5일제 도입 후에는 ‘여가, 취미를 위한 여가 시간’으로 여겨지게 됐다. 본격적인 ‘소비’의 출발점이었다.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던 저자는 벤처기업 투자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투자와 경영컨설팅으로까지 경제활동의 영역을 확장했다. 주주자본주의의 한가운데서 기업 경영전문가들의 이익과 극대화에 전력을 다했지만 투자한 회사 모두 몇 년 만에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전반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 전략 컨설턴트로서의 일을 접고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성장을 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잘 드러낸 예가 바로 TV보급과정에서 나타난 시장의 몸집 부풀리기다. 기업은 한 동네에 한 대에서 한 가정에 한 대, 한 사람에 한 대로 TV시장을 쪼개면서 시장을 늘려갔다. 저자는 이런 기업의 전략을 ‘시장창조’라고 부르며 이렇게 쪼개진 시장은 생활환경을 쪼개고, 결국 공동체를 해체했다고 설명한다. 개인화가 진행된 사회는 공동체나 인간관계에 의지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해진다. 금전만능주의는 이런 흐름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금전만능주의는 자본에게 더욱더 힘을 주었다. 점점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것을 합리화해준 것은 ‘돈’이었다. 제조사의 제조기술을 빼돌려 PB상품을 만들어 가격 정책으로 제조사를 무력화시키는 월마트 등의 대형 소매점, 매출을 위해서라면 지역공동체 파괴도 서슴지 않는 글로벌 기업 등이 저자가 지적한 바로 그 ‘사건’이었다. 영미 자본의 비즈니스 전략에 맞춘 ‘글로벌리즘’은 공동체를 해체한 채 세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맞췄고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등 세계에서 일어낸 경제 위기에 온 세계 경제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된다.

“소비에 대한 욕망은 안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생활 속에서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바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현재, 우리의 이야기’


전후 소비 1세대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해 TV보급과 주5일제에서 비롯된 소비문화의 확산, ‘동네’라는 사회적 공동자본의 소멸, 부가가치 창출 산업만을 강요하는 경제성장론 등 이 책에서 들려주는 굵직한 경제 변화의 모멘텀과 세태의 흐름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우리가 실제로 느끼며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먼저 그 삶을 걸어온 일본의 한 지식인이 던지는 이 화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인구가 감소하고 총수요가 감퇴하고 경제가 정체하며 가족이 붕괴된 후에 올 세계를 환상적 경제성장 전략으로 설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계가 정신없이 변화하는 이 시기에 우리가 구태의연한 자세로 소비문화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사회의 모순만 확산시킬 뿐이다. 사실 우리를 둘러싼 양극화 사회는 점점 더 가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본문 222쪽 중에서)

왜 지금 ‘탈소비’인가. 자본주의의 한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4년 한 해 출판시장에 『자본론』 붐이 인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소외, 양극화, 불평등 등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초래한 문제로 사회와 구성원 모두가 피폐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병든 사회와 개인을 위해서 지금 바로 행동을 바꾸라고 주문한다. 소비와 생산의 균형을 맞추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상인’과 ‘탈소비’이다. 작은 생산자들이 함께 모여 살며 서로가 서로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면 성장하지는 않아도 건강하게 순환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소비에 대한 욕망은 안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생활 속에서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라며 소비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소박하지만 힘 있게 지켜가며 ‘탈소비’와 ‘소상인’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경험을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을 통찰하고, 제시한 대안을 생활로써 증명하는 이 책은 ‘자본주의의 다음’을 논하는 기존의 책이 이론·정책에 주목한 것에 비해 자본주의사회 속 ‘개인의 삶’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일반 대중들이 주목할 만하다.



소비를 그만두다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출판사
더숲 | 2015-01-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일본의 한 행동하는 지식인이 왜곡되고 부조리한 현대 소비사회에 ...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