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머스크의 힘, 독서
) -->
지금 우리 모두가 개인 비행기를 갖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개인 자동차를 갖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1900년대 초반, 포드는 1908년 이른바 'T형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면서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포드의 비밀병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조립 생산 시스템‘. 도축장에서 돼지가 컨베이터 벨트에 실려 여러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관찰하다가 분해의 역과정으로서 ’조립 생산‘이란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해 낸 포드는 이 시스템으로 생산공정 표준화와 합리화를 이룩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1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그 결과 1908년 노동자 한 사람이 연간 자동차를 3대를 하던 것이 19대로 늘었고, 그만큼 자동차 가격도 싸져서 그의 말대로 상류층의 전유물인 자동차가 어지간한 봉급생활자라면 누구라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으면 아마 ‘가장 빠른 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T형 자동차를 출시하며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100년 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매킨토시가 세상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원했던 것은 ’더 좋고, 더 빠르며, 값싼 MS-DOS 컴퓨터‘였다.”고 똑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낸 혁신가들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일까?
원래 훌륭한 아이디어는 그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기 전까지 ‘미친 생각’이고, ‘미친 놈’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2013년 <타임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으로 선정하고, 2014년 현재 <포브스>에 따르면 70억 달러(약 7조 4,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미국의 중년 사업가 일론 머스크는 현재도 미친놈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멸망할지도 모를 인류를 위해 지구인들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어서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던진 질문. 책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 -->
내가 일론 머스크 자신을 물론, 주변인물 3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500여 페이의 이 평전에 주목한 이유는 그가 시급 1달러를 받던 남아공 이민자 출신에서 거액의 재산 보유한 거부(巨富)가 된 때문도, 영화 ‘아이언맨’의 모티브가 된 실제 주인공인 때문도 아니다. 그가 돈을 좇는 장사치가 아니라 꿈을 좇는 진정한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학 시절부터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 식량 부족 등의 이유로 지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고,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을 ‘인터넷과 우주, 그리고 청정에너지’에서 찾았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이 서자 그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
. 스탠퍼드 대학원에 입학한지 단 이틀 만에 자퇴하고 ‘페이팔’이라는 메일 결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이를 키워 인터넷 경매회사인 이베이에 매각하고 그때 받은 1억 7,000만 달러를 기반으로 자신이 진정 원했던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기술로 공상 과학 소설이 펼치는 꿈을 실현하고 눈부신 기계가 생산되는 시대를 향해 길을 닦고 있는 점에서 하워드 휴스보다 토머스 에디슨에 가깝다(37쪽)는 저자의 말처럼 실리콘 밸리의 마피아로 불리면서도 인터넷속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 집중했다.
머스크는 ‘화성으로 비행 가능한 로켓 개발’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설립 6년 만에 독자 개발한 로켓 ‘팰컨’의 발사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2년 후 민간기업 최초로 우주선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크고 원대한 꿈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꿈을 적절하게 분배했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에 의한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 테슬라를 설립했고, 2012년 11월 출시한 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모델 S는 <모터 트렌드>가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초의 만장일치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었다. 또한 <컨슈머 리포트>는 모델S에 사상 최고점인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면서 지금까지 생산된 자동차 중 최고라는 찬사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에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발전 사업체인 솔라시티는 태양광 패널을 개인주택에 대여하고 기존 전기세보다 싼 요금을 내게 하는 ‘개인 소유 전력 네트워크 시스템’을 사업으로 하는 솔라시티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회사로써 최근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우주선과 전기자동차, 그리고 태양열 개인 발전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화하면서 일으킨 수많은 시행착오 때마다 머스크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공중분해 되었고,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일론은 꿈을 놓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이런 모습에 감동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그를 부축했다. 그에 대해 페이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실리콘밸리나 기업리더는 대게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기부를 할 수 도 있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도 남을 만큼 돈이 있는데 별로 이익이 남지 않는 기업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일론이 내게 좋은 본보기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론은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 식민지를 개척 해야겠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것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설득력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일론은 지금 그 목표를 이루려고 사업을 벌이는 거죠. 이 점이 일론에게는 경쟁 우위이기도 합니다.”(505~506쪽)
이 글의 처음에 물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낸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일까? 나는 이 지면에 어울리는 대답을 찾고자 한다. 바로 그의 독서력에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 동생 킴벌은 “형은 하루에 보통 열 시간씩 책을 읽었어요. 주말이면 하루에 두 권도 읽었죠”라고 말했다. 가족이 한창 쇼핑하는 사이에 일론이 슬그머니 사라진 일은 수없이 많았다. 어머니나 남동생이 그를 찾아가 가장 가까운 서점에 가면 일론은 서점 구석의 바닥에 앉아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54쪽)
) --><은하수를 여행하는 하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더불어 <반지의 제왕>,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등을 즐겨 읽으며 학교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던 머스크. 머릿속에 사진을 찍듯 정확한 기억력으로 초등학교 3~4학년 때 백과사전 두 질을 섭렵해 만물박사로 불릴 만큼 그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항상 깊이 생각한다. 그러한 가치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이라는 것이 사회(다른 사람들)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고 평소 말했던 일론 머스크. 독서를 통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일론 머스크를 만든 ‘인류의 화성이주계획’은 그가 어릴 때 즐겨 읽었던 공상과학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부자가 아니라 “장차 인류의 미래에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데에 그가 깊이 고민했다는 점도 깊이 감동했다.
최근 중국 관광객 덕분에 당장 돈이 된다고 하니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에 HDC(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현대DF(현대백화점), 롯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 등 재벌들로 구성된 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또래의 사업자들이 벌이는 사업이, 아니 생각이 비교하기 민망할 만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확실한 이유가 ‘독서를 통한 통찰’이 아니고 무엇일까. 내가 한국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394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리뷰모음 - Readingworks > CEO, 사장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지적자본론 - 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0) | 2015.12.21 |
---|---|
미친듯이 심플(켄 시걸, 문학동네) - 심플함에 대한 잡스의 통찰 (0) | 2015.02.17 |
[책리뷰]통찰로 경영하라 - 구슬 서 말을 보배로 만드는 한 문장의 힘, 통찰 (0) | 2014.06.03 |
[책리뷰]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 - 기업, 이윤이 아닌 대의를 생각할 때 (0) | 2013.12.23 |
[책리뷰] 왜 따르는가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원칙 (0) | 201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