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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로봇 시대, 인간의 일(구본권)

by Richboy 2015. 11. 27.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지난 20년간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방도를 모색해온 디지털 인문학자 구본권이 내놓은 우리 시대의 필수 질문서이다. 저자는 인류의 문명사적 전환에 대해 거대한 물음을 던지기보다 내일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을 질문함으로써 미래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낼 생각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변화의 위협을 기회로 만들 실질적 조언과 통찰은 우리에게 인공지능 로봇 시대를 살아갈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무인자동차, 자동 번역 기계, 외뇌 혁명, 전투로봇…
도구적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
로봇의 시대에 대처하는 미래 인문학

나는 새로운 세대의 생각하는 기계에 밀려난 최초의 지식산업 노동자입니다.
퀴즈쇼 참가는 컴퓨터 왓슨에게 밀려난 첫 일자리이지 않을까요?
내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_켄 제닝스, 인간 퀴즈 챔피언


내 직업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 대학 졸업장은 필요 없어질까? 무인자동차에 운전대를 넘길 수 있을까? 로봇이 나보다 똑똑해지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동화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제2의 기계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과 학습 능력을 뛰어넘는 ‘외뇌 시대’는 이미 도래한 미래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가 노동과 지식을 재편하며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방도를 모색해온 디지털 인문학자가 내놓은 우리 시대의 질문들이다. 저자는 인공지능 로봇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에 대해 거대한 물음을 던지기보다 내일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을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10가지의 미시적 질문들이 엮어낸 미래에 관한 생생한 지도는 새로운 기술 정보와 떠오르는 이슈에 대한 파편적 접근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거시적 안목과 실질적 교양을 제공한다. 이 책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로봇 시대를 항해할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미래의 문맹자가 될 것인가”
-스마트 시대에서 로봇 시대로, 새로운 시대를 읽는 교양의 지도

우리는 세계지도에 없는 ‘테크노폴리스’라는 국가의 시민이다. _랭던 위너, 기술철학자

최고의 시절이었고, 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기였고, 또한 어리석음의 시기였다. (……) 희망의 봄이었고, 또한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또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도 했다. _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묘사는 마치 오늘날 우리 시대를 그려낸 듯 보인다.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우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쏟아지는 디지털 기술과 기기들. 스티브 잡스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고, 우리의 세계는 직사각의 작은 액정 안에 모두 들어 있게 되었다. 이 기술과 기기를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이용해 일의 능률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잡고 삶의 질을 한 단계 도약시킨 이들도 있겠지만, 스마트폰 증후군이나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증상)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새 도구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작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2014)를 통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지침을 제공했던 저자는 이제 우리 사회가 스마트 시대에서 인공지능 로봇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린다. 2015년은 특히 주목할 만한 해다. 일본에서 감정인식 로봇 페퍼가 가정용으로 시판되었고, 미국에서 개최된 재난구조 올림픽에서 카이스트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주어진 모든 임무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완수하고 우승을 거뒀다. 지난 9월 미국 해병대는 ‘로봇-인간 합동 전투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매년 세계 최고의 석학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에지 재단의 존 브록만은 2015년 올해의 질문으로 “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꼽았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의 목전에 서 있는 것이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격변과 혼란의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기술과 기계가 지배할 ‘테크노폴리스’ 세상에서 문맹자는 문자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디지털을 모르는 사람임을 환기한다. 디지털 문맹자에게는 기술과 경쟁하고 도태될 절망의 겨울이겠지만, 디지털 세상의 구조와 현실을 알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시절이자 지혜의 시기인 것이다.
이 책은 로봇혁명이 재편할 직업의 미래, 대학의 몰락과 새로운 지식의 구조, 감정인식 로봇과의 교감이 바꿔놓을 인간관계 등 총 10가지 생각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독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풍부한 정보, 이슈로 떠오르는 흥미로운 실험과 사례들, 세계적 명사들과 석학이 내놓은 전망과 논의들을 오가며 최고의 시절을 향해 갈 미래의 교양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인자동차에 운전대를 내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묻지 않으면 안 될 기술이 놓치고 있는 질문들

앞으로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될 것이다. _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컴퓨터computer’는 원래 사람을 뜻하는 단어였다? 1828년 발간된 <웹스터 사전>은 컴퓨터를 ‘계산하는compute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계산원을 지칭하던 컴퓨터에 ‘기기’라는 의미가 추가된 것은 1913년이다. 두 세기 만에 계산원이 계산기가 되고, 또 한 세기 만에 계산기가 오늘날의 컴퓨터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는 이제 인공지능을 갖추고 로봇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저자는 “모든 기술은 결국 그동안 해당 업무를 수행해온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 첫 번째로 무인자동차를 꼽는다. 컴퓨터가 계산원에서 오늘날 만능 기계를 가리키게 된 것처럼, 머지않아 ‘드라이버driver’라는 단어도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려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기계’를 뜻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160만 킬로미터 이상 운행하며 이미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기술·경제 전문 연구기관과 매체들에 따르면 무인자동차 시장은 2020년에 약 1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우리가 무인자동차에 선뜻 운전대를 내놓을 수 있을까? 왜 구글을 비롯한 세계적 기술기업들은 무인자동차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걸까? 무인자동차의 사고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왜 무인자동차는 사람을 죽이도록 설계되어야 하는가? 저자는 기술이 놓치고 있는 인간의 본능, 윤리와 사회적 측면까지 다각도로 살피면서, 삶에 닥쳐올 모든 자동화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준비해야 할지 모색하게 한다.
이 책은 무인자동차를 시작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다줄 문명사적 차원의 변화를 내 삶과 밀착된 질문들을 통해 보여준다. 비행기 조종사, 기자, 약사처럼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을 거라 여기던 지식산업과 서비스산업의 전문 직종마저 자동화 기술이 속속 꿰차고 있는 시대에 나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실시간 자동 번역이 가능하고 언어 장벽이 사라지는 시대에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대학등록금은 치솟는데 교육은 공공재가 되어가고 있으며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현실에서 대학 졸업장이 의미가 있을까? 감정 인식 로봇이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로봇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게 될까? 기억을 디지털 기술과 기계에 의존하게 된 외뇌 시대에 기계에 맡길 것과 내가 기억할 것은 어떻게 구분할까?
미래를 전망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들, 변화의 위협을 기회로 만들 실질적 조언과 통찰은 우리에게 인공지능 로봇 시대를 살아갈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오류투성이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디지털 인문학자의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_메리 올리버, 시인


컴퓨터 과학의 선구적 인물 앨런 튜링은 1950년에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를 묻기 위해 현재 튜링 테스트라 불리는 ‘이미테이션 게임’을 제시했다. 64년이 지난 2014년 컴퓨터 ‘유진 구스트만’이 처음으로 이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최초의 인공지능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우리도 일상적으로 이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터넷에서 글을 게시하거나 회원가입을 할 때 활용되는 문자 입력 서비스인 캡차CAPTCHA는 ‘컴퓨터와 사람을 식별하는 완전 자동화된 튜링 테스트’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저자는 캡차 서비스를 ‘당신이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앞으로 시시때때로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와 무엇이 다를까? 누구보다도 디지털 기술과 사람의 관계를 깊게 탐색해온 저자는 “부정확한 인식과 판단, 감정에 의한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인 행동, 망각과 고통 같은 사람이 지닌 결점”이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계와 구별되는 최후의 요소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돌봄과 치료 기능을 갖춘 반려로봇에게 부양을 짐을 모두 위임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지, 내가 원하는 감정만을 제공하는 로봇과의 관계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부분의 기억과 능력을 외부 기계와 인공지능에 아웃소싱할 때에도 우리가 스스로 기억하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일지, 로봇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더한다.
오류투성이 인간이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자동화되는 새로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묻고 모색하는 것, 이 책을 물꼬로 새로운 질문을 품게 하는 것, 이 책이 독자들을 안내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