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히피로드 의 저자 #노동효 작가가 써 주신 #이프지만책을읽었습니다 의 리뷰.
한 페이지씩 읽우며 생각을 꿰뚫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김은섭의 암중모책'이다.
'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는다'는 의미로 '암중모색暗中摸索'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 건망증 심하기로 유명한 학자가 있었는데, 방금 만난 이 조차 기억 못하는 것을 두고 지인들이 놀리곤 했다. 그런 그를 두고 한 친구가 말하길 "별 볼일 없는 사람이야 기억 못하겠지만, 유명인을 만나면 나중에 '암중모색'을 해서라도 기억해낼 걸"하고 비꼬았던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는 대장암에 걸린 서평가가 발병에서부터 입원, 치료, 회복, 항암종료에 이르는 1년 간, 책에 기대어 인생을 더듬은 끝에 다다른 깨달음의 기록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라는 말처럼 그의 투병기를 읽는 건 낯선 여행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엇비슷해선지 매순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읽다 보니 내가 겪는 것처럼 생생해서
"일단 괜찮습니다. 의심되는 거 안 보이고요, 깨끗합니다. 이제부터 5년 동안 3개월마다 검사하면서 상태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의사의 최종진단을 읽을 땐 내가 완쾌된 양 기뻤다.
그는 외롭고 고통스런 터널 속에서 읽고 또 읽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마지막 강의>, <병상잡기>,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아빠가 아이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픈 몸을 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 죽음을 직시한 저자들의 책은 그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그가 인용하는 문장 하나 하나는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스스로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절절한 깨달음을 얹어준다. 죽다 살아난 그가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직전 스스로에게 질문
한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난 현실에 만족하기보다 항상 더 높은 이상과 드라마틱한 꿈만 좇았다. 그리고 그 높은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할퀴고 꼬집으며 불행하다고 여기며 살았다...이런 게 자기계발이고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지금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산다며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럽고 너무 한심스럽다...오늘의 총합이 인생인데, 정작 중요한 오늘을 제대로 살지 않았다...
게다가 난 '걱정대마왕'이었다...일어나지도 않을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행복한 오늘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었다...
딱히 고민이나 걱정이 없었던 순간...지극히 평범하지만 평온하고 평화로운 시간...만약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면 그때가 바로 행복한 순간이고, 그 시간들을 행복하다고 느꼈다면 바로 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을 직시한 끝에 '후회하지 않고 사는 방법'을 찾아낸 그가 병원을 나서 직접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멋진 드라마나 소설의 엔딩처럼 감동적이었다....'나는 지금 살아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모든 인간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당연하고도 확고한 사실을 건망증 환자처럼 잊은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김은섭의 암중모책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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