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1대당 1만5000원, 여럿이 오면 극장보다 싸
입력시간 : 2007.06.18 00:55
- 17일 밤 서울 중구 남산 국립극장 건너편 한국자유총연맹 야외 주차장에 위치한 남산 자동차극장. 전조등과 미등을 끈 승용차와 승합차들이 꼬리를 물고 줄줄이 들어왔다. 안내원의 주차 유도에 따라 지프같이 키 큰 차는 뒤에 서고, 낮은 차들은 스크린 앞에 차례로 자리잡았다. 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 젊은 커플, 극장 주위를 뛰노는 어린이들…. 일반 영화관에선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서울 시내 자동차극장들이 더위를 피하고 낭만을 즐기려는 연인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 ▲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옆 야외 자동차극장‘칼마21’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 ◆일반 영화관보다 저렴
자동차 극장(drive-in theater)은 일반 영화관보다 훨씬 저렴하다. 사람 수와 관계없이 차 한대 당 입장료를 받기 때문이다. 5인 가족이 차 한 대로 오면 1만5000원만 내면 된다. 1인당 7000~8000원인 일반 영화관보다 싸다. 9인승 승합차는 1대 값으로 9명까지 볼 수도 있다. 차 안에서 맘 놓고 떠들어도 되고, 심지어 우는 아이가 있어도 입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 차 밖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영화를 감상해도 무방하다. 윤가은(한남초 6년)양은 “누워서 하늘의 별도 보고 영화도 보니 딴 세상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극장은 장애인들에게도 인기다. 차 안의 좌석을 마음대로 고정시키고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크린·음향시설 업그레이드
5년 전만 해도 6개였던 시내 자동차 극장은 현재 남산 씨너스 EOE4, 잠실 자동차극장, 양재동 칼마21 등 3개만 남았다. 멀티미디어 기능이 있는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오붓하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동차극장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또 2004년부터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자동차 엔진을 3~5분 이상 공회전할 경우 과태료를 물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극장은 한여름과 한겨울에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데, 공회전 제한으로 시동을 껐다 켰다 반복하며 에어컨이나 히터를 가동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탄천변에 위치한 잠실자동차극장은 유일하게 2개관을 갖추고 있다. 6000여 평을 1관(150~180대)과 2관(100~120대)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말 스크린 위치를 1m 높였고, 음향 송출기의 출력도 높였다. 또 회원들에겐 평일 20% 할인, 생일·결혼기념일 무료 관람, 5회 관람에 1회 무료 관람 혜택 등을 주고 있다. 낮에는 카트(cart·소형 경주용 자동차)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있는 칼마21은 주택가와 가까워 인근 주민들도 많이 찾는다. 그동안 공기를 주입해 만든 스크린을 쓰다가 작년 여름 고정식 스크린으로 바꿨다.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관람객들이 야외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회관 야외수영장 이용객에겐 20% 할인 혜택을 주며, 영화 상영 전 연인들이 음성이나 자막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이벤트도 있다.
남산 자동차극장 씨너스 EOE4는 깨끗한 화질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천으로 된 스크린이 아니라 곡선형의 특수 재질로 돼 있어 비나 바람에도 화면이 흔들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극장 한 켠에 2층 버스를 설치, 휴게실로 개방했다. 오명근 점장은 “가족 단위로 더위도 피하고 영화도 즐길 수 있는 등 자동차극장의 장점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손님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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